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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관한 문제점: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앙인가,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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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87

[특별기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관한 문제점 -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앙인가, 축복인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앙인가, 축복인가?

 

얼마 전 우리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발표에 대해 “인류 질병치료의 신천지가 열렸다.”라고 하며 희망찬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들을 접했었다. 곧 내일이면 모든 난치병이 극복되고 난치병 환자들이 치료될 것처럼, 마치 예수님께서 복음에 나오는 중병환자들을 치유하는 것과 같은 기적이 곧 일어날 것처럼 보도하여 모든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보도가 너무 분별없는 보도였고, 또 황 교수의 연구가 난치병 치료라는 목적 그 자체만으로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을 무마시킬 수 없음이 드러났다. 특히 황 교수의 연구가 교회의 생명에 대한 가르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기에 본지에서는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설명해 보려고 한다.

 

사실 인체의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사항이었다. 이러한 인류의 꿈을 실현시켜줄 가장 강력한 대안이 바로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이다.

 

 

줄기세포(幹細胞)란?

 

줄기세포(幹細胞, stem cell)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체 내의 모든 기관과 조직의 근간이 되는 세포로, 적절한 환경아래 특정 기관 및 조직으로 분화 · 유도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세포다. 즉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될 수 있는 일종의 신체 내 ‘블랭크 마이크로칩(blank microchip)’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성마비, 척수마비, 뇌졸중 등의 희귀 · 난치병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을 제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난치병들은 세포의 손상 혹은 파괴로 신체의 각 기관이나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손상 혹은 파괴된 세포 대신 같은 기능을 하는 건강한 세포를 환부에 이식하거나 혈관에 주사할 경우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이러한 과정에 줄기세포를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은 운동신경 회로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는 도파민(부신에서 만들어지며 뇌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뇌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하는데, 이때 도파민을 분비하는 특정의 신경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줄기세포를 이식해 뇌가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치료하고, 또 당뇨병 환자에게 췌장 줄기세포를 주입해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치료를 대신하게 하는 원리인 것이다.

 

그런데 줄기세포는 분포하는 곳에 따라 크게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와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로 구분된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성인의 성숙한 조직이나 장기, 탯줄혈액에 존재하는 환자 본인의 세포이기 때문에 질병치료에 응용된다 해도 면역문제나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한계 때문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치료의 응용범위는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뇌신경과 심장근육, 췌장, 척수 등 성체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나 장기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극소수의 존재량과 분리기술의 난이도, 증식성이 좋지 않아 활성화가 어려우며,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분화기능이 이미 정해져 있어 원래 위치의 고유 조직이나 장기만을 복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계로 성체줄기세포는 현재 골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 정도만이 백혈병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조혈모세포 수십만 개 중 하나 정도만이 골수이식이 가능한 줄기세포가 될 정도로 응용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성체줄기세포 역시 배아줄기 세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세포로 분화된다는 연구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연구결과에 따라 응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아직까지도 해결해내고 있지 못하는 안전성 측면에서도 아주 탁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인류 건강과 생명에 기여하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교회는 윤리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배아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배아(胚芽, embryo)에만 존재한다. 수정란은 분화를 시작하면 여러 개의 세포로 나누어지는데, 이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단층의 세포로 속이 비는 공모양의 껍질, 즉 배아가 만들어진다. 배아 안에는 풍선에 물을 넣은 것처럼 3분의 1가량의 세포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곧 배아줄기세포이다. 이러한 줄기세포는 세포분열을 시작해 신체 내의 각종 조직이나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로, 수정 후 5-14일이 지난 배아에서 추출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아직 고유의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세포여서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배아줄기세포는 이미 고유의 진로가 결정된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다양한 질병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체외 증식성이 좋지 않은 성체줄기세포와 달리 시험관에서 대량 배양이 가능함에 따라 상업적 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배양 형태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한다. 신선한 인간배아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와 시험관 시술을 하고 남은 냉동배아에서 얻어진 줄기세포 그리고 동물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생성된 배아에서 얻어진 배아줄기세포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황우석 교수는 사람의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어낸 것이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는 환자 자신의 세포로 질병을 치료하는 줄기세포를 복제한 것이다.

 

그런데 윤리적 문제는 배아는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이미 인간생명이 시작된 배아에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난치병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한 인간이 될 새 생명을 없애버리는 것이 되는 것이다. 물론 황우석 교수는 과학적으로 볼 때 생명의 징후라고 하는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의 배아를 이용했기에 생명이 아니라 세포 덩어리라고 하지만 교회는 인간생명은 수정에서부터 시작되며 “인간이 될 자는 이미 인간이다.”(인공유산 반대 선언문 13항)라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수호하고 있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는 우선 수정되지 않은 동물 혹은 사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탄생한 배아를 시험관에서 배양한 다음, 여기에서 생성된 줄기세포를 특수한 환경에서 분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세포를 만들어낸 후 해당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입된 세포는 신체 내 해당 위치로 가서 기존의 손상 혹은 파괴된 세포를 대신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 질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게 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가 실제 질병치료에 응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진행단계는 크게 '줄기세포 확립 → 원하는 세포로의 분화 유도 → 순수 분리 → 동물실험 → 임상시험 → 안정성 검증' 등 6단계로 구분된다. 또한 배아줄기세포는 제멋대로 분화할 경우 신경조직 안에서 근육으로 자라거나 심지어 암세포로도 자랄 수 있기에 원하는 쪽으로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분화 메커니즘은 밝혀진 게 없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분화 유전자를 줄기세포에 집어넣어 분화를 조절하려는 연구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질병치료에 응용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황우석 박사도 대문을 4개 열었고 사립문 몇 개가 남았다고 했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장벽과 연구의 예기치 못하는 어려움도 있기에 언제 얼마쯤 그것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황우석 박사도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는데도 우리 언론이 너무 앞서서 과장 보도를 함으로써 많은 난치병 환자들의 마음만 설레게 하는 조급증의 고통을 하나 더 추가시키고 있는 것 같다.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이처럼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한할 뿐 아니라 상용화 단계에 이를 경우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 역시 막대하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줄기세포, 특히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적 문제점

 

1) ‘배아’라는 인간생명의 파괴이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목적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연구와 치료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지금 난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한다고 하면서, 그 과정에서 배아 상태의 인간생명을 해치는 문제점이 있다. 인간은 수정과 동시에 새로운 인간생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배아는 인간의 초기생명이며, 이 초기생명이 파괴되면 그 이후의 인간생명은 존재할 수 없다. 일부 과학자들이 배아가 아직 인간생명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전혀 과학적 주장이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배아 안에 이미 그 인간의 모든 생물학적 정보가 들어있으며, 그 생물학적 정보에 의해 배아는 자신의 발생과정을 연속적으로 진행하기에 배아는 분명히 인간생명인 것이다. 그런데 배아줄기세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발생과정을 밟고 있는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배아상태의 인간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 연구과정에서 초기의 인간생명을 해친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2) 인간복제의 위험성

 

현재까지의 연구과정에서 정상적인 복제인간이 만들어진 사례는 없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생성과 배양과정은 인간 복제의 기초원리를 제공하고 있고, 향후 연구의 진척 과정에서 실제 복제인간이 탄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에 사용된 기술은 1996년 영국의 로슬린연구소에서 탄생한 복제 양 ‘돌리’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황우석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인간복제를 할 수도 없으며 할 의도도 없다고 했지만, 황우석 박사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과학자가 이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의 공명심이나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하기 위한 다른 목적의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 역사에서 원자력과 다이너마이트가 가져온 비극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아무리 좋은 목적도 그 수단과 방법이 정당하지 못하면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월간빛, 2005년 8월호, 김정우 요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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