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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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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80

[생명칼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1.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 서론

 

1) 생명 의학 연구와 교회의 가르침

 

이 지침은 인간 생명과 그 기원에 관한 과학적 연구와 기술의 적용에 대해서 그 도덕적 판단 기준을 올바르게 해석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 기준들이란 바로 인간은 누구나 존중되고, 보호받으며 증진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생명은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 인간은 영혼과 도덕적 책임감을 함께 부여받은 위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하느님과의 복된 친교로 부름 받은 존재라는 것 등이다.

 

2) 인류학과 생명 의학 분야의 기술 조작

 

영혼과의 본질적인 결합 때문에도 사람의 육체는 세포 조직의 집합체나 신체 기관들, 또는 그 기능으로만 고려되어서는 안 되며 동물의 몸처럼 평가되어서도 안 된다. 곧 사람의 몸은 그것을 통해서 드러내 보이게 되는 총체적 인간의 한 부분일 뿐인 것이다.

 

이런 원리들에서 끌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결론은 인간 육체에 대한 개입이 단지 조직이나 기관 그리고 그 기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수준으로 인간 그 자체에 관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것은 암시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면에서 도덕적 의미와 책임성에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출처: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1987.2.22), Origins 16: 40호(1998.3.19), 697-711면>

 

 

2. 생물학적 실험 인간 존중

 

… 그러나 인간 배아의 실험적 조작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단죄합니다. 인간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사망에 이를 때까지 어떠한 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가르치고 있듯이, 인간은 ‘하느님께서 바라신 유일한 피조물’(사목헌장, 24항)입니다.<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물학적 실험’(1982.10.23), The Pope Speaks 28:1호, 1983년, 75-76면>

 

 

3. 인간의 불가해성

 

과학 분야에서 살아 있는 인간에게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시체나 실험실 모형에 대한 연구와 동물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규범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러한 절차가 불가능하거나 불충분하고 또 실제로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의학적 실험은 과학과 환자와 공동체의 유익을 위하여 직접적인 대상인 살아 있는 인간에게 실험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한 실험을 즉시 폐지할 수는 없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도덕적 경계에서 멈추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출처:교황 비오 12세, ‘인간의 불가해성’(1952.9.3),The Human Body Papal

Teachings,196-197.199.201-204.207-208면>

 

 

4. 정리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분의 모상이고 각인이며, 그분 생명의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 생명의 유일한 주인이시며, 따라서 인간은 이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생명의 복음」, 39항)

 

회칙 「생명의 복음」은 인간 생명의 선성(善性)에 대한 근거로, 인간은 ‘이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존재이고, 그분께서 존재하신다는 표징이며, 그분 영광의 흔적’(창세 1,26-27; 시편 8,6 참조)이기 때문에 다른 피조물들의 생명과는 전혀 다른, 하느님의 영광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한다.(34항 참조)

 

이렇듯 인간은 현세적인 존재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충만한 생명으로 부르심을 받은 존재이며 따라서 위대함과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이러한 기초에서 인간 생명의 특성으로서의 신성함과 불가침성이 드러나게 된다. 인간 생명의 신성함, 선함 그리고 불가침성이라는 특성은 결국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지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리를 제공하게 된다.

 

한편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한 문제는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생명 윤리의 중심에 서 있다. 가톨릭 교회는 인간 생명이 탄생하는 최초의 결정적인 순간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가르친다. 이 순간에 유일하고도 반복되어질 수 없는 유전 인자로서 아버지의 생명, 어머니의 생명과 구별되는 새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정이 이루어지는 수정란의 시기를 이미 인간 생명이 시작된 시기로 보아야 한다.(신앙교리성, ‘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참조)

 

이렇게 수정란에서부터 이미 인간 생명은 시작되기 때문에 인간은 그 존재의 첫 순간에서부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수정란이나 복제된 배아 모두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서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일 인간 배아에 관한 연구나 실험, 배아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의료 조작이 배아가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온전성을 거스르게 된다면 이는 당연히 거부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전은 참으로 눈부시고 놀랍다. 이로써 인류의 질적인 삶은 매우 크게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생명 과학 분야에서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인류의 삶과 직결되어 있으며, 더 직접적으로는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목표로 발전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그것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며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도모할 때 참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들의 존재 의미나 인간 발전의 의미를 나타내지 못하게 된다.”(「생명의 선물」, 121면) 곧 과학 기술의 발전이 참된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발전이 그 기준이 되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과학 기술은 올바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한계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재능과 창의력이 이룩해 놓은 업적이 때로는 인간 스스로를 지배하고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를 회복 불가능한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인간의 구원자」, 19항 참조) 즉 인간의 교만과 통제되지 않는 욕구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갖가지 과학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류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고귀한 것이기에 어떠한 경우라도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며,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연구나 실험도 마땅히 거부되어야 한다. 나아가 생명 과학의 모든 기술은 본래의 목적인 ‘인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결코 인간을 위협하는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연구나 그 응용이 그 자체 도덕적으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니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또 이들 과학적 연구나 응용의 도덕적 기준은 그 과학 기술의 효용성이라든지 당대의 사회 관념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과학 기술은 본질적으로 도덕률의 근본 기준을 무조건 준수하도록 되어 있다. 곧 그들은 무엇보다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또한 하느님의 의지와 계획에 의한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참되고 온전한 선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생명의 선물」, 121면; 사목헌장, 35항 참조) 

 

[월간빛, 2004년 5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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