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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에이즈(A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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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75

[생명칼럼] 에이즈(AIDS)

 

 

1. 아프리카의 에이즈 위기

 

“이제 저는 특별히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과 십 년 동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무서운 병에 걸렸으며 수천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 때문에 병석에 눕게 되었고, 어떤 이들은 혈청 반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에이즈에 걸릴까 늘 두려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통과 두려움, 심지어는 죽음 가운데에서 여러분에게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한 분뿐입니다. 그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에이즈의 재앙은 모든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간다의 주교님들이 말씀하셨듯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연대를 통하여, 환자들에게는 큰 사랑과 관심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넓은 마음으로, 또한 그리스도인의 도덕적인 생활 양식의 쇄신을 위한 노력으로 대처하여야 합니다.’(사목서한 ‘너희의 빛을 비추어라’, 28항)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여러분은 각 국가의 안녕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위험에 직면해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여러분의 고통을 보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고통은 우간다 사회를 윤리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돌보는 일에 기꺼이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주는 무한한 사랑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간청합니다.”<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아프리카의 에이즈 위기’, Origins 22: 36호(1993.2.18.), 613-614면>

 

 

2. 에이즈의 여러 측면:복음의 응답

 

(…) 첫째, 에이즈와 같이 새롭고 치명적인 병에 대하여 두려움과 불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에이즈의 희생자에게도 다른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연민과 이해로써 대하도록 격려한다.

 

둘째, 우리는 에이즈가 국가적 문제가 되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폭력 행위와 부정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동성애자들이나 에이즈 환자들은 차별과 불의와 폭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현재로서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격리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적절한 의료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의학적 자료를 근거로 하여 보건 전문가나 공공 의료직 종사자들의 전문 지식을 담고 있지 않은 격리 법안이나 다른 법들의 시행에 반대한다.

 

넷째, 우리는 순전히 차별적인 목적으로 HIV(human immunode ficiency virus;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항체 테스트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섯째, 의료 시설에 근무하는 일부 의료 종사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거나 그러한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한다.

 

여섯째, 에이즈 환자들도 가능한 한 공동체와 일터에서 생산적인 삶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격려 받아야 한다. 그들은 또한 적절한 주거 생활을 할 권리가 있으므로, 에이즈 환자라는 이유로 집주인들이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일곱째, 우리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충분한 기금과 간호를 제공하려는 정부 단체와 보건 종사자, 인도주의 단체들의 공동 노력을 후원한다.

 

여덟째, 우리는 정부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나 건강 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충분한 기금을 제공하고, 에이즈 바이러스 관련 질병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하여 확대 수입을 지원하도록 촉구한다.<출처:미국천주교 중앙협의회 행정위원회, ‘에이즈의 여러 측면:복음의 응답’(1987.12.11.), Origins 17 : 28호(1987.12.24.), 483-487면>

 

 

3. 정리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에이즈(AIDS)란 ‘후천성 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으로, 체내의 세포 면역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져서 보통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각종 감염증이 발생하여 이러한 증상이 전신에 퍼지는 질환을 말한다.

 

에이즈는 주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 관계를 통해서 또는 수혈이나 헌혈, 약물 정맥 주사 사용 등을 통해서 쉽게 전염된다. 그런데 에이즈는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다. 더군다나 그 잠복기간이 몇 년씩이나 되어서 초기에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2001년까지 1,600여 명(이 중 97%가 성 접촉으로 감염된 것이 확인됨)으로 집계되었으나, 최근 몇 년간의 급속한 추세를 감안할 때 아마 3-5배 정도 이상이 더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이미 각국 나라들은 여러 가지 정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연대 기구를 만들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7년 11월 28일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에이즈 관리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우리 나라의 에이즈 예방 관리 대책은 크게 ‘예방 홍보 사업’과 ‘감염자 발견 사업’ 그리고 ‘감염자 관리’로 나누어서 시행하고 있다.

 

에이즈의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전파 경로 또한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홍보’이다. 사실 세계 각국에서도 에이즈 예방 관리를 위해서 보균자 찾기 사업보다 대국민 홍보, 계몽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 주고 개인의 책임 의식을 제고시키며, 나아가 건전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궁극적 목표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 단체나 관련 단체의 참여를 극대화하고 홍보 방법의 다양화, 홍보 시기의 연중화, 취약 계층에 대한 집중화, 관리 요원과 상담 요원의 전문화에 더욱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는 에이즈 ‘감염자 발견 사업’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된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이 시기에도 타인에게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일은 전파 방지를 위해서도 더욱더 효과적일 뿐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건강 지도나 상담 등 감염자 보호 관리 차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감염자 발견 사업’과 함께 ‘감염자 관리 사업’ 또한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감염자에 대한 인권 존중과 그에 따른 감염자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효율적인 지도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르면 “감염자의 진단, 검안이나 간호에 참여한 자와 감염자에 관한 기록을 유지 관리하는 자는 재직 중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염자에 관하여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문건의 내용대로, 에이즈를 개인과 사회로부터 떨쳐 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성(性)에 대한 온전하고 통합적인 참된 이해(혼외 관계의 금지와 혼인에 대한 충실성)와 약물 정맥 주사 남용을 피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입법이나 교육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 생명의 질을 저하시키고 제한하는 인간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교회와 국가는 이러한 근본적인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선물은 소중한 것이며, 때로는 우울하고 헛되게 보이더라도 삶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도록 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이유로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좋지 못한 고정 관념이나 편견, 분노나 비난, 거부나 따돌림보다는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한편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 감염자들을 위한 수용 시설 확충, 정부 지원에 의한 치료비 부담, 적극적인 예방 홍보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월간빛, 2003년 12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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