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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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뇌사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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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31

뇌사(腦死)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가톨릭 교회는 뇌사에 대해 직접적이고 확정적인 선언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죽음의 기준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윤리신학자들은 뇌 기능에 의거한 죽음의 개념을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죽음'과 '죽음의 순간'에 관련된 가톨릭 교회의 최초 언급은 1957년 11월 24일 멘델 연구소가 개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모인 의사들에게 교황 비오 12세가 행하신 담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비오 12세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의 죽음과 죽음의 순간에 대한 분명하고도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확인하는 일은 의사들의 영역에 속하며... 그것은 교회의 권한밖에 있는 문제"라고 언급함으로써 죽음의 순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의사들에게 유보시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의학적 죽음이라든가 장기기증자의 죽음에 대한 확인 등을 위한 기준들에 대해 정의하는 일은 윤리신학자들의 임무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임무는 의학과 그 연구 기술 분야에 속한다. 이 점에 관해서 1985년 10월 21일부터 3일간 열린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 주최의 {생명의 인위적인 연장과 죽음의 정확한 순간 결정} 세미나에서 내린 죽음의 순간에 관한 정의는 죽음의 순간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견해를 조금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세미나에서는 뇌사 곧 뇌 기능의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정지를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의학적 방법과 장치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면서 "인간 신체의 정신적 및 육체적 기능을 조절하고 통합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의 불가역적인 상실, 뇌의 전 기능의 불가역적인 정지가 죽음의 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세미나에 참석했던 스그레치아(E.Sgreccia) 주교도 "수 시간 동안 대뇌피질의 활동뿐만 아니라 호흡이라든가 심폐 기능, 신경 반사 작용 등과 같은 신체 기능과 연결된 뇌의 중심적 활동이 불가역적으로 정지될 때 의학적으로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사실 인간 개인에게는 비록 정신적 삶이 실제의 삶으로부터 방해받는다 하더라도 존재론적 행위만 있으면 살아있다고 본다. 그러한 행위는 모든 생명적 기능, 생장 기능, 감각적 및 정신적 기능까지도 활발하게 만들어주며, 지탱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적 생명이 존재하는 한 그는 정신적 존재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생명적 기능들이 그 기능을 멈추게 될 때, 육체적 인간 생명은 끝났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영혼과 육신이 서로 분리된다고 볼 수 있다". 곧 뇌의 생명력이 다함으로써 인간의 생명력이 다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미나는 뇌사를 의학적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이 세미나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행하신 담화를 통해 "의사는 생명의 주인도 아니고, 또 죽음을 정복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죽음은 인간 생애의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것이므로,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만 치료를 이끌고 가서는 안된다. 그 인간 조건에 따라 신중히 생각되고 처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뇌사를 죽음의 순간으로 인정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의학협회에서는 1993년 뇌사에 의한 사망 기준을 선포하였으며, 뇌사가 아직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은 현실에서도 가톨릭 계열의 종합병원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뇌사자의 장기를 이용한 장기이식 수술을 실시해오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에 가톨릭 교회는 이미 뇌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가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보여지기는 하지만 뇌사 인정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몇 가지 우려할만한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뇌사 판정에 있어서 한치의 오판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고도의 정확성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뇌사 판정에 대한 연구가 장기이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 생명 및 신체에 관한 성숙된 도덕적 의식이다. 뇌사가 장기이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현실이라면 이러한 의식의 성숙을 위한 노력이 더 요구되며, 따라서 뇌사의 입법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동익 신부 / 이동익 신부님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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