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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소위원회: 교회 안에서 여성의 은사가 더 발휘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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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668

[19+4] 여성소위원회 - 교회 안에서 여성의 은사가 더 발휘되기를

 

 

여성소위원회의 목적과 활동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응답했다. 위원회를 알리는 이런 기회가 얼마나 귀한지를 알기에 글 쓰는 부담을 뒤로하고 수락부터 한 것이다.

 

먼저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생긴 배경을 보면, 1993년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가 각국 주교회의에 여성위원회 설치를 권고한 것에서 연유한다. 1) 여성위원회를 통해 교회 내 정책결정 과정에서 남녀 간 대화를 증진하고, 2) ‘성별과 발전’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시행하며, 3) 여성단체들 간에 공조 활동을 활성화하며, 4) 정보교환을 통해 의식을 향상시켰으면 한다는 취지였다. 이어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 비정부기구 포럼에 참석했던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여성분과 수녀님들과‘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회원들이 주교회의에 여성위원회 설치를 여러 차례 건의한 결과 2000년 추계 주교회의 총회에서 마침내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에 ‘여성소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하여 위원회가 탄생하였다.

 

위원회와 관련한 일화가 여럿 있지만 그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2001년도에 여성소위원회가 탄생하였지만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의 ‘소’위원회로 시작을 하였고, 또 여성위원회임에도 관례대로 총무는 신부님이었다. 여성소위원회만이라도 여성이 총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7년이 지난 2007년에 마침내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여성소위원회 총무를 여성으로 하고, 총무 회의에도 참석하는 것으로 한다고 정했다.

 

내가 처음 총무회의에 참석한 날이 생각난다. 나는 이 일이 작지만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라 생각하여 자못 속으로 감개무량하였다. 그래서 23개 전국위원회 총무들이 돌아가며 활동보고를 하는 시간에 보고를 하고 나서, “먼 길을 걸어 이곳까지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옆에 앉은 천진한 얼굴을 하신 모 위원회 총무 신부님께서, “어디 먼 곳에 사세요?”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속으로 실소를 하며, ‘여성과 남성이 교회 안에서 경험하는 바가 이렇게 다르니, 그래서 더더욱 이 위원회가 필요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안에서 여성의 위상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당시 여성부가 신설되는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고, 여성부가 신설되면 남성부도 생겨야 한다는 등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는 여성부가 폐지될 위기에 몰렸지만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간신히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여성부라는 존재 자체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그간 여성부가 우리 사회에서 이룩한 성과는 적지 않다. 호주제 폐지, 출산휴가 60일에서 90일 확대, 육아휴직제도 강화, 성희롱 등 남녀 차별금지에 관한법률제정, 국회의원이나 시 ? 도의회 의원 등 비례대표에 여성 30% 할당제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여성부가 이렇게 노력하지만 해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간하는 인간개발 보고서 지표 가운데 여성권한척도(여성의 의회 의석 점유율, 관리직, 전문직 비율, 소득에서 여성역할 비율 등을 근거로 정치, 경제 분야에서 여성이 얼마만큼 권한을 행사하는지 보여주는 척도)에서 2007년도 한국은 조사 대상국 177개국 가운데 64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한국의 남녀평등지수(남녀의 교육수준, 기대수명, 소득에서 남녀의 역할 비율 등을 근거로 남녀간의 성취수준이 얼마나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수)가 26위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여성들이 실제로 사회 안에서 행사하는 권한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여준다. 참고로 세계에서 여성권한척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북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순이다. 한국은 아시아권의 싱가포르(16위), 필리핀(45위), 베트남(52위), 일본(54위), 중국(57위)보다도 더 낮고, 심지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44위)나 나미비아(33위)보다도 더 낮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상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의 위상이 이렇다면 교회 안에서는 어떠한가? 한국 사회는 그나마 각 분야의 여성 인권 신장과 양성 평등사상의 확산으로 과거에 비해 남녀 차별이 많이 개선되었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늘어났지만 교회는 아직도 사회의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교의 가부장적인 요소와 관행들이 위계적인 가톨릭 교회 안에 강하게 남아있어, 교회 안에서 여성들은 지도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신자의 70% 정도가 여성이고 교회의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교회의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성의 능력과 은사가 교회 안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온 것은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큰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2001년 여성소위원회 설립 당시 서울대교구의 경우 평협 임원 31명 중 여성 2명, 지구평협 회장 18명 중 여성 0명, 서울 본당 사목회장 173명 중 여성 0명이었는데, 이 수치는 그전 10년과 다름이 없었고, 7년이 지난 지금도 아마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본다.

 

 

여성소위원회의 활동과 미래 방향

 

여성소위원회가 이런 현실 안에서 미력하나마 교회 내 여성의 지위향상과 능동적인 교회 활동 참여를 촉진하고자 펼쳐온 활동은 다음과 같다.

 

여성사도직 단체와 지역 여성연합회 등과 연계하여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고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지원하였다. 여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문헌집 “교회와 여성”을 펴냈으며(2002년), 이를 소모임용 교재로 편집 발간하려 한다. 또한 여성사목의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사목의 방향을 정립하고자 사제, 수도자, 남녀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전국 규모의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한국 천주교 여성사목 방향 정립을 위한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펴냈다.

 

한편, 천주교 내 가정 폭력 관련 상담소 ? 쉼터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가정 폭력에 대한 담화문(2004년)을 발표하였고,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매스컴위원회, 생명윤리연구회 등과 ‘생명과 가정’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또한 여성소위원회 설립 5주년을 맞은 2006년에는 ‘21세기 가톨릭 여성 사목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올해는 ‘교회 내 여성 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여성소위원회의 활동 중 하나는 여성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을 요청하는 교구에 가서 지도자 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일이다. 내가 맡은 강의 시간에 나는 동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여성 무용수와 한쪽 다리를 잃은 남성 무용수가 무대에 나와 ‘Hand in Hand Ballet’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발레를 하는 동영상이다. 이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는다. 우선 장애를 가진 몸을 만인에게 보여주는 용기에 대해, 그리고 각자의 부족함을 서로 보완하며 두 남녀 무용수가 저토록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감동한다.

 

교회 안의 남성과 여성,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랑받는 피조물이다. 알고 보면 서로 부족함이 많고, 상처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며, 서로 돕고 살아간다면 우리 교회는 평화와 연민과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성소위원회가 주교회의에서 없어져도 되는 그날을 위하여 작은 힘이지만 성심껏 노력하고자 한다.

 

* 김숙희 그라시아 - 성심수녀회 수녀.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아시아수녀연합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며, 성심여자중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2월호, 김숙희 그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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