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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 온난화와 그리스도인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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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7 ㅣ No.661

[경향 돋보기] 지구 온난화와 그리스도인의 영성

 

 

오늘날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지구 온난화의 정체와 원인

 

지구 온난화의 근본원인은 우리 삶의 장인 지구가 물과 공기를 지닌 것에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구에 물과 공기가 전혀 없을 경우 지구의 평균온도는 영하 18℃에 머물게 된다. 그것도 밤낮의 온도 차이가 몹시 심해 해가 비치는 낮에는 영상 100℃가 넘고, 해가 없는 밤에는 영하 100℃ 이하로 내려가는 기온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수성이나 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에 있는 물과 공기 덕분에 낮에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에도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지 않고 밤에는 햇빛이 없어도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물과 공기가 태양열을 어느 정도 항상 내포하고 있어서 지구의 평균온도를 영상 15℃로 유지하게 하여 현재와 같은 생태계를 이루게 하며, 수많은 생명체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지구가 온난하다는 것은 참으로 좋고 은혜로운 것이다.

 

지구 역사 46억 년 동안 지구표면의 온도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초기에는 평균 70℃를 유지하다가 차츰 식어 마침내 동 ? 식물들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수없이 반복된 빙하기가 있었고 빙하가 녹는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의 원인이 이러한 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인지, 산업화한 인간의 문명 때문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것이 지구에서 늘 반복되어 온 기상변화에 따른 것이든 인간의 문명에 따른 인위적인 것이든, 온난화는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인간이 이것을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조짐으로 보인다.

 

오늘날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 것은 단지 지구 온난화라는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오존층 문제, 폐기물 처리 문제, 식량 문제, 대량 살상 무기 문제, 핵 문제, 원자재 문제, 석유자원 문제, 인구 문제, 빈곤 문제, 남북 문제, 빈부격차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인류가 살아온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고찰을 하도록 서서히 또는 급하게 압박을 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정리하여, 인구과잉, 도시화, 산업화, 과소비를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진단한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양식과 신앙을 지닌 신자들과 일반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하게 고찰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그중 하나가 ‘로마 보고서’이고, 유엔이 주관하여 1972년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이래로 10년마다 ‘세계 환경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지구촌에는 환경을 보호하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고자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는 대학과 연구소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인류가 이들이 제시하는 방안들을 제대로 실천해 왔다면 지구 온난화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지구환경 문제가 오늘날과 같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좋은 방안과 선량한 의지를 가진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지구의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온난화 현상도 가속화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창조주가 바라는 삶을 살아가는 것

 

가톨릭교회를 비롯하여 각 종교단체들도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환경 문제는 삶의 문제이고 대단히 복잡한 문제여서 가톨릭교회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 국제기구, 단체, 종교와 함께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도 2천 년 전통의 풍부한 영성에서 좋은 해결방안들을 길어올려 목소리 높이기를 함께 해왔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개별적인 진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목헌장에서 인류 전체가 자신의 문명을 통제할 능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문제 해결방안으로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지구가 태양계에 위치한 자리와 지구의 크기와 물질적 구조에 기인한 천체 물리학적 문제이기도 한 것이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문제를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문명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분명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또한 그 인간이 살아가는 태도를 다루는 그리스도교 영성이 여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물론 있다. 그것은 바로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시는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교회 역사 안의 수많은 성인성녀들의 삶을 통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환경 친화적인 삶, 청빈한 삶을 살아 소비를 줄이는 것이 곧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이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목소리 높여 외쳐온 길이다. 이런저런 개별적인 방안을 많이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것을 종합하면 바로 몸과 마음을 청빈하게 가꾸며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은 것에 있다. 길을 알고 외쳐대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바로 거기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 슈바이처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살고자 하는 생명체들로 둘러싸인 살고자 하는 생명체”이다. 살아가는 데에는 의식주가 필요하고 활동이 필요하다. 먹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배설을 하여 환경에 부담을 준다. 움직임에는 반드시 에너지와 물질의 소비가 따른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환경의 수혜자이자 환경오염원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인 인구과잉, 도시화, 산업화, 소비와 과소비 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인구가 많다 하여 내가 죽을 수도 남이 죽을 수도 없고,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고, 산업화를 중지시키고 농경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소비를 전혀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좀 더 세밀한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지만, 실천과 연결되기 쉽지 않을 경우에는 결국 교묘한 말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간단명료하게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교 영성을 언제나 의식하여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외치며 실천해 나가는 것 뿐이다.

 

* 전헌호 실베스테르 - 대구 성 바울로 성당 주임신부. “식물이 여행을 포기한 까닭은?” “상대성 이론과 예수의 부활” 등의 책을 썼으며, “교회 영성을 빛낸 수도회 창설자”, “아래로부터의 영성” 등을 번역하였다.

 

[경향잡지, 2007년 10월호, 전헌호 실베스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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