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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교회와 생명: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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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8-21 ㅣ No.680

[경향 돋보기 - 교회와 생명]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한다

 

 

지난 4월 29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하며’라는 성명서를 위원장 장봉훈 주교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교회는 과학의 놀라운 발전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생명과 관련하여 늘 진지한 고려를 해오고 있다. 또한 우려스러운 점에 대해선 성명서 등을 통해 경고를 하기도 한다. 이번 국기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함으로써 재개될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구체적인 상황을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를 통해 알아보았다.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란 무엇입니까?

 

인간의 세포는 인간의 몸 대부분을 구성하는 체세포와 난자나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로 구별됩니다. 체세포의 핵에는 인간의 기본적인 유전정보가 담겨있는 46개의 염색체가 들어있지만 생식세포에는 23개의 염색체가 들어있어서 난자와 정자의, 각각 23개의 염색체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46개의 새로운 염색체를 지닌 수정란이 형성되며 인간 배아로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체세포 복제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배아가 아니라, 성인의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난자의 핵과 바꿔치기한 뒤 전기 자극을 통해 그 난자가 수정란과 같이 발생을 시작함으로써 형성되는 배아입니다. 이 배아는 체세포의 핵을 제공한 사람과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복제배아’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997년 영국 로슬린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복제양 돌리는 바로 이런 방법으로 ‘복제’가 된 뒤 어떤 암컷의 자궁에 착상되어 탄생하였습니다.

 

동물의 복제기술을 인간에게 적용시키려는 이유는 이론적으로 복제된 배아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를,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없이 손상된 장기를 대치할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 때문입니다. 배아의 줄기세포는 어떤 조직이나 장기로도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능세포입니다. 2004년 황우석 박사가 “사이언스”지에 처음으로 “복제된 인간 배아에서 줄기세포주 추출에 성공했으며 2005년에는 환자의 체세포 배아복제를 통해 11개의 줄기세포주 추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였지만 거짓으로 드러났고, 클로드 라엘이라는 사람은 자신들이 복제인간을 탄생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아직 증거는 없습니다.

 

 

교회가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배아를 복제하는 이유는 우선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 것인데, 이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도구로 이용한 뒤 파괴시키는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누군가의 병을 치료하려고 다른 인간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부도덕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둘째, 배아를 복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물복제처럼 이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인간’으로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아직은 복제인간의 탄생을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복제인간이 태어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우선 친자관계 등 인간의 기본관계가 파괴될 것입니다. 또 복제된 사람은 미리 정해진 유전적 정체성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고 기대와 주목을 받게 됨으로써 그의 정체성, 주체성, 고유성, 개별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복제인간을 탄생시킨 사람들에 의해 그의 삶이 지배될 수 있습니다. 복제된 인간을 죽여서 장기를 꺼내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에게 이식한다는 영화 ‘아일랜드’의 내용이 상상이 아니라 현실 안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하느님의 섭리와 부부의 사랑으로 자유롭고 고유한 존재로 태어나야 할 인간이 이처럼 복제된 인간으로 태어나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셋째, 인간 배아를 만들려면 수많은 난자가 필요한데, 난자 기증 자체가 이미 윤리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황우석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여성이 난자 기증의 과정에서 자신이 기증한 난자의 사용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 달 정도에 걸친 배란촉진주사와 난자 채취 과정에서 감염, 우울증, 복통, 난소 파열, 신부전증, 불임과 같은 여러 가지 후유증을 호소하였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난자 매매 역시 장기 매매처럼 비윤리적 행위인데 가난한 여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 난자 제공자로 나서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또한 복제인간을 탄생시킨다면 여성은 자궁까지 빌려줘야 합니다. 결국 많은 여성들이 배아복제와 복제인간의 탄생을 위한 생물학적 도구로 전락해 버릴 것입니다.

 

넷째,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는 다른 배아연구와 체외수정과 마찬가지로 인간 생명인 배아를 실험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품위를 실험실의 재료 수준으로 격하시킵니다. 특히 인간의 성적 결합과 사랑과는 무관하게 과학자나 기술자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인간 생명을 제품처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교회가 그 대안으로 생각하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란 무엇이고 배아줄기세포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줄기세포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혈액, 장기, 피부 등 수많은 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초세포이자 만능세포인데, 앞서 말한 배아뿐 아니라 이미 출생한 인간의 골수, 탯줄, 피부, 지방 등에서 쉽게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성체줄기세포라고 합니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대표적인 것이 골수나 탯줄(제대혈)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피를 만드는 엄마세포)인데 백혈병 치료에 사용합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비교해서 윤리적인 문제가 없지만 분화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점차 연구가 거듭되면서 성체줄기세포도 다양한 장기와 조직 등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배아줄기세포는 원하는 조직 대신 암세포가 되는 등 튀는 공처럼 불안정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안정적으로 분화되는 장점이 있고, 이미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 수십 건, 임상 시험 중인 것이 수백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체세포 복제배아와 관련하여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은 자신의 병이 치유되리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가톨릭교회가 이해되지 않거나 자신들의 고통을 외면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늘 가난하고 힘없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먼저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는 고통 받는 환자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요?

 

배아줄기세포 연구나 체세포 복제배아를 통해서 금방이라도 난치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 것은 황우석 박사의 책임이 큽니다. 황우석 박사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에서 2천 개가 넘는 난자를 사용해서 단 한 개의 줄기세포주도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설사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다시 그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원하는 장기나 조직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그렇게 해서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해도 환자가 난자를 기증받아서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를 만들고 그 생명을 희생하며 만든 치료제를 사용하는 가격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현실적으로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일부 부유층과 같이 극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현재까지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의 성공을 보도할 때마다 막연히 줄기세포라는 표현을 쓰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성과인 것입니다. 정부나 일부 과학자들이 실질적인 결과도 기대하기 어렵고 윤리적인 문제가 많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굳이 고집하는 것은 아직 미지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의 발견을 통한 특허 등 경제적인 이익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만일 정부에서 지원해서 막대한 연구비가 나온다면 학자들은 그 결과가 불투명하다고 해도 연구를 마다하지 않겠지요. 가톨릭교회는 우리 정부가 비윤리적이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체세포 배아복제에 지원하기보다는 윤리적인 문제가 없고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그해 10월 생명위원회를 만들면서 가톨릭 의과대학과 함께 의료연구본부 세포치료사업단을 설치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100억을 연구기금으로 출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세포치료사업단에는 이미 30-40억 원 정도가 투자되어 조금씩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 연구에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해마다 3억 원의 경비를 마련해서 난치병 치료를 위해 공헌한 과학자와 생명 수호를 위해 헌신한 활동가들에게 ‘생명의 신비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9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하며’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생명과학 기술은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 그 목적이어야 한다.”고 천명하였는데, 인간에게 이로운, 인간에게 봉사하는 과학의 발전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교회는 여러 문헌에서 과학과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하느님이 주신 지성을 사용해서 진보하는 것을 감사하고 기뻐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인간의 존엄과 인간을 충만하게 실현하는 도덕 원칙과 가치들에 종속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과거 과학의 발전이 원자탄 등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을 가져와서 인간의 생명을 파괴한 역사가 비판받았듯이, 생명과학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도구로 사용하여 파괴하고 특허권 등을 내세우며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봉사하는 과학은 기아와 질병 등에서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이 자신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면서 주어진 가능성을 충만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비윤리성을 널리 알려 일반을 깨우치는 한편, 입법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를 전개해 나가실 생각이신지요?

 

먼저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배아도 존엄한 인간 생명이며 배아를 파괴하는 실험은 살인과 같은 죄임을 반복해서 알리려고 합니다. 배아의 생명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수정된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아니고 어머니의 것도 아닌 고유한 46개의 인간 염색체를 지닌 새로운 생명체는 인간으로서 그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옹호하는 이들 가운데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져 특허 등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배아연구를 하는 나라는 영국, 미국, 중국 등 일부에 불과하고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 5개국은 윤리적인 이유로 배아복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난자 기증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복제배아 연구를 포기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만 매진한다면 오히려 윤리적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고 그것이 더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편 2008년에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배아 연구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에게 실비 보상을 허용하였는데, 생명위원회는 이 법안에 반대하면서 난자 채취 과정의 부작용과 비윤리성을 알리는 만화 책자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고,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과 함께 가톨릭 교리에 부합하는 새로운 생명윤리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론으로 교회는 생명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어떤 태도를 지향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1995년에 발표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오늘날 낙태, 안락사, 배아연구 등 ‘죽음의 문화’가 방어능력이 없는 약한 생명을 공격하고 있다고 한탄하면서, 생명을 존중하고 수호하고 사랑하고 봉사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고 호소합니다. 그래야만 참된 정의와 자유,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오늘날 약자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한 생명, 곧 배아, 태아, 장애인, 말기환자와 같은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생명을 수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또 우리는 일상 삶 안에서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기기증”과 “모든 훌륭한 어머니가 보여주는 소리 없는, 그러나 큰 힘을 지닌 헌신과 사랑이 영웅적인 행동”이라며 칭송하였습니다(“생명의 복음”, 86항). 반생명 문화가 약자의 생명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것이라면 생명 문화는 일상 안에서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소중한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그 생명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은 생명을 위한 직접적인 사랑의 봉사도 강조하셨습니다.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이방인,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과 태중의 아기와, 고통 받거나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을 도와줌으로써” 가난하고 작은이들을 당신과 동일시하신 예수님께 봉사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생명을 낳아 기르는 데 도움이 절실한 미혼모를 긴밀하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낙태를 이미 경험한 여성들이 겪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여기에 이끌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사회 정치적인 측면의 생명운동도 중요합니다. 신자들은 낙태와 안락사 등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야 합니다. 또한 유권자로서 반생명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이나 정치가, 관료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서 항의하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입법 활동에 반영하도록 촉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고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약한 생명, 위협받는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생명운동은 신앙 실천의 핵심요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5.19). 그렇습니다. 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경향잡지, 2009년 8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생명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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