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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운동본부: 생명문화 생활운동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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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8-21 ㅣ No.677

[20+4] 생명운동본부 - 생명문화 생활운동을 전개한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의 태동

 

주교회의는 2009년 춘계 정기총회 때, 기존의 생명31운동본부 명칭을 생명운동본부로 변경하였다. 명칭을 바꾼 주요한 이유는 생명운동을 피임이나 낙태에 치우치지 않고, 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생명 전반에 걸쳐 생명운동을 일관성 있고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과거 생명31운동본부의 직접적인 태동은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 제정 30주년인 2003년에 이루어졌다. 물론, 천주교회는 훨씬 이전에 이미 생명운동을 펴나가기 시작하였으며, 성명서 발표, 행복한 가정운동(1975년 이후), 형법개정안 135조(낙태허용) 삭제 100만인 서명운동(1992년) 등을 통하여 생명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그러나 생명수호를 위한 교회의 노력은 사회에 빠르게 증가하는 피임과 낙태의 물결에 비하면 인적 물적 차원에서 매우 미약한 것이었다.

 

이는 1960년대 초 10만 건이던 낙태가 70년대 초에는 31만 4천 건으로 나타났고, 1978년에 100만 건, 1985년에는 150만 건으로 급증한 사실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본격적인 운동은 2000년 대희년에 일어났다. 당시 천주교회는 청주교구를 중심으로 주교회의 차원에서 모자보건법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124만 명 서명)을 추진하였으나 직접적인 실효는 거두지 못하였다.

 

이를 통하여 전국위원회 생명관련 4개 위원회와 2개 소위원회 실무자들은 종래의 생명운동의 한계를 절감하고 문화를 바꾸어가는 범국민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그리하여 2003년 2월 7일 모자보건법 제정 전날 생명31운동 출범식을 가짐으로써, 과거의 반생명 문화를 종식하고 새로운 생명문화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선포식 미사를 주례한 김수환 추기경님은 생명을 위한 미사 강론 중에 생명31운동이 지향하여야 할 내용으로 “전쟁 없는 사회, 낙태 없는 사회, 사형 없는 사회, 생명조작 없는 사회”를 주창하셨다.

 

이어 2003년 춘계 주교회의는 생명31운동을 승인하고 그 본부를 가정사목위원회 산하에 두었으며, 주교회의 200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생명31운동 본부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소속으로 바꾸고, 2009년 3월 19일 그 명칭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로 변경하였다.

 

 

생명운동본부의 주요 활동

 

생명운동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실천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모든 종교는 생명의 종교임에도 종교인이 다수인 한국의 상황은 ‘최저 출산국’, ‘낙태왕국’, ‘제1의 자살국’이란 오명들로 생명경시가 도를 넘어섰으며, 가톨릭 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할까?’를 고민하며, 생명운동 태동 초기부터 생명운동 집행위원들은 생명운동의 방향으로 기도운동과 교육운동, 그리고 홍보운동과 참여운동이 마치 자동차의 네 바퀴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첫째, 생명운동의 네 바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기도운동이다. 생명운동은 사람의 마음이 변화하지 않고서는 결코 그 성과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는 단시일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해마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2월 8일을 전후로 명동성당에서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그리고 매월 매일 미사에 생명을 위한 보편지향기도를 넣어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둘째,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불가침성 교육의 필요성이다. 신자들의 생명 의식이 부족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 매우 중요한 이유 하나는,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3년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본당이나 교회 기관에서 생명 또는 가정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55.3%로, ‘받은 경험이 있다’(44.4%)는 응답보다 높아, 생명 · 가정 관련 교육을 받은 천주교 신자는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생명이나 가정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실제 생활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대 다수(98.0%)가 유익하다고 대답하였다.

 

이 설문에서 사목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더라도, 생명교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교회는 보조적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그동안 생명운동본부는 생명교육을 위하여 교육자료 3권을 냈으며, 정기적으로 연수(청년 3차, 신학생 3차, 성직자 수도자 3차, 생명 실무자 4차)를 개최하여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셋째, 홍보운동과 참여운동을 위해서는 인터넷과 주보, 교회내 홍보매체를 활용하고, 정부와 이웃 종교, 교구와 본당, 그리고 생명수호단체와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부분도 그러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교회 내에서부터 각 교구는 물론이고 각 본당에 생명운동 추진 부서가 세워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더욱 이웃 종교와 연대 또한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정부와는 출산 장려와 낙태 방지를 위해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해 오고 있다.

 

 

생명운동의 전망

 

생명31운동 홍보대사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은 ‘장기기증’과 ‘자연히 맞은 선종’으로 말미암아 ‘생명과 사랑의 문화’의 불씨를 지펴주셨다. 그리하여 그동안 침체되었던 ‘장기기증’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생명의 의미와 소중함이 반추되고 있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이 그 생명의 초기인 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존중되고 보호되도록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교회의 피할 수 없는 핵심 사명이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그 사명선언문에서처럼 ‘온 인류가 날마다 생명 존중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생명문화 생활운동’을 전개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생명운동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이땅의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또 생명운동본부는 어떻게 ‘낙태’, ‘안락사’, ‘자살’ 등 부정적 생명문제를 뛰어넘어서 ‘장기기증’과 같은 적극적인 생명문제를 접근할 것인가를 숙고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최근 생명운동본부는 생명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하여 ‘생명운동을 위한 사목지침서’와 ‘전국생명대회 개최’ 등을 숙고하며 계획하고 있다.

 

대나무를 옮겨 심으면 2-3년 동안 죽순을 내지 않는다. 주로 뿌리내림에 힘쓰기 때문이다. 교회의 생명운동도 뿌리내림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 뿌리내림은 구체적으로 주교회의 전국단위와 전국 단체, 교구와 본당에 생명운동의 열의를 가진 담당자와 봉사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생명운동은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생명운동은 어느 특정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이 뿌리내림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그때에는 생명의 문화라는 죽순을 힘차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송열섭 가시미로 - 청주교구 복대동성당 주임신부이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이다.

 

[경향잡지, 2009년 8월호, 송열섭 가시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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