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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리스도인의 경제생활: 세계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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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748

[그리스도인의 경제생활] 세계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세계화(전 지구화, globalization)

 

세계사적 측면에서 우리 시대를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세상의 숱한 흐름들을 포괄할 수 있는, 그래서 이 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사회학적 용어가 무엇일까?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복잡다단한 세상의 현실들을 한 묶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사회변화를 규정하는 거대 담론이 실제 우리의 삶과 얼마나 긴밀히 연관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시대를 좀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하려면, 그리고 우리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 삶의 방식을 규정짓는 사회적 요소들의 그 근원적 원인을 알려면, 때때로 거대 담론적 요인들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요즘의 세상을 ‘세계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현기증이 나도록 빠르게 움직여가는 이 시대의 사회변화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세계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의 사회변화를 설명하는 용어가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면 그 이후의 사회변화를 정의하는 용어는 ‘세계화’다.

 

물론 세계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세계화는 “근대화의 확장이며 세계가 하나의 공간으로 압축(또는 통합)되어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사실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대중적 표현이 세계화 현상을 더 잘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세계화의 다양한 측면들

 

세계화 과정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전 방위 영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복합적 현상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세계화는 교통수단과 정보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옅어지며 근대적 국민 국가가 약화되는 현상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자유시장(free market)과 세계시장(global market)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듯이,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현상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지역간 손쉬운 문화 교류로 문화적 혼종주의(syncretism)가 성행하고 동시에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획일적 상업주의 문화가 확산되는 현상이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세계 각 지역의 소수 전통종교들이 사라지고 몇몇 거대 종교들만 살아남는 추세를 보이며, 점점 세속화 또는 물질화되는 사회 안에서 종교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근본주의적 경향을 띄게 되는 현상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결국 현 세계의 흐름(추세)을 규정하는 말이 세계화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 세계화라는 말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차원과 가장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좁게 말해, 세계화란 현행 자본주의 시스템의 전개과정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물결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풍속도(또는 지형도)가 세계화의 모습인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입장들의 차이

 

시장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당연히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 무조건적 옹호의 입장을 취한다. 그들에게 단일 시장으로서 세계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뜻하며, 세계화란 경제성장을 통해 모든 국가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들은 세계화 과정에서 전 지구적 민주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세계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대부분의 비판적 서구학자들은 세계화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세계화과정이 매우 문제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들은 세계화 과정이 좀 더 휴머니즘적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며, 더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어 세계인들의 삶의 기준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세계 경제의 흐름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현행 국제기구들(IMF 또는 WTO 등)을 개혁하여 세계화 과정이 더욱 공동선을 지향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곧,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조직자체의 방만함 때문에 세계 경제의 성장에 효율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국제기구들을 개혁 강화하여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가톨릭교회 역시 세계화에 대해 이 비판적 서구학자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교회는, 세계화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며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식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은 “세계화의 희생양이 아니라 세계화의 주역이 되어 사랑과 진리의 인도를 받아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화 과정은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유례없는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면 빈곤과 불평등을 증대시킬 수 있고 전 세계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진리 안의 사랑”, 42항 참조).

 

세계화 과정에 대한 양가적 또는 절충적 입장을 표명하는 서구 비판적 학자들이나 가톨릭교회와 달리, 대부분의 제3세계 학자들은 세계화에 대해 더욱 급진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현행 국제기구들이 세계화 과정을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화 과정을 조정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들이 필요하다고도 하지 않는다. 중앙집권적 국제기구들보다 국제기구들의 영향력에서 탈집중화, 탈중앙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세계 경제의 활성화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더 강조한다. 그리고 시장의 논리보다 평등과 사회적 연대를 더 중요시한다.

 

단순하게 말해, 세계화에 대해서 서구 비판적 학자들은 현행 세계 경제제도의 개혁과 윤리적 태도에 강조점을 두는 반면에, 제3세계 학자들은 현행 세계 경제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새로운 방향 설정과 현행 세계화 과정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일종의 ‘저항의 세계화’다.

 

 

세계화의 문제점들

 

비록 세계화 과정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모두를 포함한다 할지라도 현실에서 세계화 과정의 모습을 보면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세계화의 과정이 점점 더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을 확산하는 방향으로, 또 지구의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음을 우리는 목격한다. 더욱이 세계화 과정이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연결되기보다는 뜻밖에도 폭력의 확산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세계화 과정은 사람들의 일상의 삶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화 과정은 점점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로 만들고 있다(울리히 벡). 그리고 세계화 과정은 전통적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세계화 과정은 성(性)과 결혼과 가족에 대한 전통적 이해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으며 종교의 다양한 전통적 가치들을 변화시키고 있다(앤서니 기든슨).

 

 

세계화에 대한 교회의 도전

 

세계화 과정에 대해 교회와 신앙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강화하고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며 인류의 번영을 위해 복무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이루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윤리신학자들은 올바른 세계화를 위해 세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경제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해다. 현행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기보다는 인류 번영을 위한 봉사에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정치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곧, 세계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부유한 엘리트 중심의 정치 체제를 변화시켜 참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이다. 셋째, 세계화 과정 속에서 점점 약화되어 가는 시민사회의 복구다. 곧, 시민사회를 복원하여 공동체적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세계화에 대한 교회의 도전은 사회교리 안에서 표명되고 있다. 사회교리는 무엇보다 경제적 측면에서 세계화 과정이 공동선과 연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공동선의 추구란, 사회적 경제적 진보에서 지금까지 소외되어 왔거나 가장자리로 밀려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이들을 위하여 지구상의 여러 지역 사이에 부를 재분배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63항).

 

또한 사회교리는 정치적 측면에서 세계화 과정이 인권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현행 세계화 과정 안에 차별과 불의를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발한다. 곧, 세계화 과정 속에서 선진 사회가 누리는 새로운 특권들과 저개발 국가 안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65항 참조).

 

사회교리는 지구 환경적 측면에서 세계화 과정이 세대 간의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요청한다. 곧, 세계 차원의 계획들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단순한 경제적 비용에 따른 효율성보다는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특히 지구 환경적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교리는 지금 당장의 눈앞의 이익 때문에 미래 세대에 그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부당하며 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67항 참조).

 

* 정희완 요한 - 안동교구 신부. 문경 모전동성당 주임이다.

 

[경향잡지, 2010년 7월호, 정희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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