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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태 영성: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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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5-24 ㅣ No.736

[생태 영성]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생물다양성은 지구 건강의 척도

 

우주(宇宙)는 하느님의 창조물들이 살아가는 공동의 집(Eco)이다. 그중 지구라는 집에 사는 가족들 수는 몇이나 될까? 유엔(UN)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 있는 생물종은 500만-3,000만 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단지 175만 종만이 과학자들에 의해 서식이 확인되었을 뿐 상세하게 연구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환경오염, 남획 등으로 해마다 25,000-50,000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으며, 생물종의 10-30%가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앞으로 10년 사이에 전체 생물종의 1/3이 멸종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올해 G20 정상회의가 열릴 선진국임에도 생물자원은 최빈국이다. 세계 평균 생물종은 국토 1만 ㎢당 231종인데 우리 국토엔 95종이 산다. 조사대상 155개국 가운데 131위이다. 그런데도 수천 년 자연의 이치에 따라 굽이굽이 흐르며 뭇 생명을 낳고 길러온 강을 일정한 깊이로 파고, 높이 10m가 넘는 보를 쌓고, 굽은 강줄기를 펴고, 모래톱을 자전거 도로와 공원시설로 개발하는 대대적인 토목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천 년 그 환경에서 적응하며 서식해 온 그 많은 생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 활동에서 비롯한 생물의 멸종은 자연 멸종의 50-100배가 되며, 서식지가 파괴된 곳에서는 1,000-10,000배까지도 된다. 이를 막고자 유엔은 이미 1987년 생물다양성(Biodiversity : 생물종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 보전에 관한 국제적 행동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하고, 1992년 생물다양성 협약을 채택하였다. 또한 유엔은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삶”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2010년을 ‘세계 생물다양성의 해’로 선포하였다.

 

우주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모든 존재는 공동의 운명을 지닌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는 서로 먹고 먹히는 그물처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 종의 멸종은 그 한 종만의 불행이 아니라 그와 연결된 모든 종의 불행으로 발전한다(1코린 12,26 참조).

 

인간이 질병을 치료하고자 사용하는 약의 대부분이 동식물이나 미생물에서 추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 인간에게 어떤 새로운 질병이 발견되었는데,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성분이 이미 멸종된 동식물에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미래까지 갈 것도 없이 현재 인류가 앓고 있는 불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성분이 이미 사라진 동식물에 들어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지구상에서 필요불가결한 의식주와 의약품, 정신적인 자양분과 같은 재화와 서비스는 유전자, 종, 개체군, 생태계의 다양성과 같은 생물다양성에 의존한다. 생물다양성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대기와 수질을 정화하고, 기온과 기후를 안정화하는 등 보이지 않게 생태계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생물다양성은 건강한 생태계, 쾌적한 환경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그리스도교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생물다양성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종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생물종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경외와 신비감을 고취시킨다”(2005년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 서한).

 

성경도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세상에 우글대는 생물다양성은 하느님의 뜻이며 하느님의 축복이다(창세 1,28; 15,5). 그리하여 세상을 홍수로 심판하실 때에도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어 그 안에 각 생물종들의 쌍이 들어가게 하심으로써 생물종이 멸종하지 않도록 배려하셨다(창세 6-7장). 그리고 성전에서 흘러내린 물은 사방으로 흘러 뭇 생명을 풍요롭게 한다(에제 47,9). 예수님 또한 “세상에 생명이 넘치게 하려고”(요한 10,10) 오셨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것이다. “사물의 다수성과 구별은 신의 의도에서 나온다. 신은 당신의 신성을 나누어주고자 세상을 창조했고, 이 신의 선성은 어느 한 가지만을 통해서는 넉넉히 드러날 수 없기 때문이다”(“신학대전”, Q47-1). 이는 시편 저자가 천사들, 해, 달, 별, 새와 물고기 등 모든 창조물을 불러내며 주님을 찬미하라고 한 대목(시편 148,2-12; 150,6)에서 확인된다.

 

시편 저자는 더 많은 창조물이 찬미를 드리면, 그만큼 더 많은 찬미가 하느님께 돌아간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므로 생물종의 멸종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가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며, 무한하신 하느님을 반영하는 데 그 만큼 실패하는 것이다. 이를 필리핀 주교회의는 “창조계의 어느 한 부분이 파괴되는 것, 특히 생물종들이 멸종하는 것은 창조계에 새겨진 그리스도의 모상을 훼손시키는 것이다.”(‘생태계에 대한 사목서한’, 1988년)라고 표현했다.

 

하느님은 세상을 사랑하시고 돌보신다(요한 3,16; 시편 104편). 그러므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은 세상을 사랑하고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또한 인간이 창조의 결실을 책임 있게 사용하되, 창조의 풍요로움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에제 34,18; 신명 20,19-20; 22,6-7). 파괴와 멸종의 특권은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로지 창조주 하느님의 영역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피조물들을 잔인하게 억압할 권리가 없다(탈출 20,10; 신명 5,14). 오히려 인간은 지구상의 피조물들이 휴식과 창조의 축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탈출 20,10; 신명 5,14).

 

인간 이외의 창조물들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처럼, 인간도 다른 창조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함께-봉사(con-service)”하는 것, 곧 보호(con-servation)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이다.

 

 

인간(사회)생태학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환경생태학의 영향을 받으며 인간생태학과 사회생태학을 구현해 나간다. 그것은 인간이 자연의 섭리[Economy]에 따라 살 때 다른 창조물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말해준다.

 

생물다양성이 구현된 생태계가 건강한생태계라는 환경생태학적 함의는 인간사회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다양성이 인정되고 존중될 때 건강한 사회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사회생태학을 구현하고 있는가? 적어도 우리나라 사회는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포용력이 너무도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치하는 이들이 만들어 온 지역감정과 이념적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그 양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전 정권의 시절들을 잃어버린 세월이라 하여 그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 사회를 좌파와 우파로 나누어놓고, 그중 어느 한쪽만 존재해야 하는 듯 상대방을 제거하려 한다. 언론인, 법관, 심지어는 성직자까지 좌파 운운하면서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한 의식은 흔히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을 구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는 잘못된 언어 습관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의 생각과 다른 이들은 모두 틀린 것이고 제거해야 한다. 이 얼마나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는 비생태적인 사회인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모성월인 5월에는 ‘생물다양성의 날’(5월 22일)도 기념한다.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신 성모님의 마음이야말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길이다. 어머니들은 이야기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을까?” 성모님의 자연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한국 교회의 수호자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이동훈 프란치스코 - 제천 남천동성당 주임신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생태신학을 전공하였다. 생태영성연구원 공동대표이다.

 

[경향잡지, 2010년 5월호, 이동훈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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