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강론자료

2010-04-01.....최후만찬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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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0-04-01 ㅣ No.915

주님의 만찬 성목요일

탈출기 12,1-8.11-14               1코린 11,23-26                요한 13,1-15

2010. 4. 1. 등촌3동

주제 : 예수님의 본보기를 보고......

오늘은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날’이고, 최후만찬을 거행하신 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가까운 세월 전의 일입니다. 최후만찬이라는 말은 생애의 마지막 순간, 특별한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먹은 저녁‘이라는 보통 의미의 낱말도 될 수 있고,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 성 안의 어떤 2층 다락방에서 함께 저녁을 드셨다는 것을 가리키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 말도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최후만찬을 묘사하는 그림을 보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식사가 있었다고 전하는 장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그림과는 모습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실로 전하는 장소는 창문이 멋있게 나 있지도 않고, 창문너머 들판의 모습이나 평화로운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그림과는 아주 다른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저녁식사를 하시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인들, 미래에 형성된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에게 영원한 삶의 힘을 주는 놀라운 일을 이루셨습니다. 이를 가리켜 성체성사라고 합니다.

  서기 30년 4월 6일, 목요일 제자들과 함께 했던 저녁이 마지막 식사라는 것을 예감하신 예수님께서는 빵을 당신의 몸으로, 포도주가 담긴 술잔을 당신의 피가 담긴 잔이라고 알려주시며 아주 특별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셨습니다.

  현실에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본보기를 다시 반복하는 그 일을 가리켜서 ‘미사’라고 합니다. 이 미사라는 글자에 한자를 억지로 끼워 맞춰, 혹시라도 ‘아름다운 일’(=美事)이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표현해서는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미사 혹은 성체성사는 친구나 이웃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말씀을 실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이러한 행위의 목적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이 하신 일을 다시 반복하고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지, 우리가 드러낼 삶의 태도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제자들과 미래의 신앙인들이, 하느님 앞에 나설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하신 본보기를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요한복음에도 나오고, 잠시 후 이 시간을 통해서 반복할 ‘발을 씻어주는 예절’입니다. 신앙인들의 모임에서, 선발된 분들의 발을 1년에 한 번 씻어주는 사제의 행위가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을 그저 구경으로 끝내고, 실천은 따르지 않으면서 ‘나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해야지.......’하는 다짐만으로는 충분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우리 인생은 그저 결심만 하고 실천은 무한정 미루어도 좋을 만큼 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100살까지는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만큼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70[=칠십]에서 80[=팔십] 사이라고 하니, 우리가 인생에서 남의 발을 닦아주는 일을 무한정 미루다가 딱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발을 씻어주는 일은 노예의 일이었고, 종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노예나 종은 자기의 의지대로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가 나이를 좀 더 먹고, 노예나 종이 된다면, 그때에 가서 다른 사람의 발을 닦아주겠다고 미루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려면, 내가 자유인으로 있을 때, 비록 그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추궁을 당하지 않는 ‘주인’의 위치에 있을 때, 그 일을 어떻게 또 얼마나 정성껏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 몸을 낮추어 세상에 봉사하는 일들 가운데 굴욕적인 것이라고 해석할 일은 많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것도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영원한 생명을 위한 음식과 음료로 주시고, 발을 씻어주신 일은 세상의 인류를 위해서 하신 일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그렇게 하는 일을 구경만해도 좋은 것인지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아주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일은 실제로는 크지 않은데서 시작합니다. 제자들을 위해, 미래의 신앙인들을 위해, 하느님의 뜻을 매순간 실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보여주신 본보기를 잘 파악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빛과 희망을 남기는 일은 과연 무엇이겠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을 언제부터 실천하겠는지 잠시 묵상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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