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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11: 피에트로 안니고니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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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 (11) 피에트로 안니고니와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세상 어둠에서 인류 구해낸 영웅적 모습의 성모 - 피에트로 안니고니.
하지만 르네상스 거장들의 영향을 받은 이태리 출신 작가와 관련해 종교미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초상화 이외에도 파도바(Padova)의 성 안토니오 대성당(Basilica of San Antonio) 중앙제대 벽화 같은 다수의 종교미술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몬테카시노 수도원(Monte Cassino monastery)의 주출입문 위에 그려진 <성 베네딕토의 영광 Glory of St Benedict>(1979)은 그가 제작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었다. 현재 그의 작품 다수는 바티칸 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는 이탈리아 ‘현대 사실주의 화가들’(Modern Realist Painters) 선언에 참여해 추상미술에 반대했고 20세기 중후반 포스트모던 미술과도 대조되는 작업을 했었다.
안니고니는 국제적 명성만큼이나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시도는 영국에 남아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것은 런던 외곽지역인 헤이스(Hayes Middlesex)에 소재한 성모성심 성당의 성모의 그림이다.
복되신 마리아를 그린 그림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여겨지는 이 성모는 성당이 소재한 지역의 이름을 따라서 ‘미들섹스의 마돈나’(Middlesex Madonna)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전형적인 성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 건장한 체구의 성모는 한손으로 어린 아기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는 자신의 왼쪽 심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화면 하단 왼쪽으로는 공장과 굴뚝, 송전탑 같은 산업화된 세상이 보이고, 성모는 전통적인 그림에서처럼 악의 상징인 뱀을 밟고 있다. 성모의 발아래에는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잘려진 나무, 거기에 간간히 돋아난 싹과 비상하려는 듯 날개 짓하는 하얀 비둘기를 볼 수 있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전조와 희망적인 모티브들이 혼재하는 가운데 작품 안에 가장 평화롭게 감상자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은 바로 성모와 함께 있는 어린 아이이다. 성모에게 얼굴을 묻고 기대어 흠뻑 잠에 취해 있는 이 아이는 누구인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아이는 아기예수가 아니라 인간을 대표하는 종족으로서의 상징적인 아이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수수께끼 같은 이 퍼즐 조각을 맞추면 어떤 드라마틱한 줄거리가 완성될까?
- 피에트로 안니고니,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The Immaculate Heart of Mary), 1962, 유화, 미들섹스, 런던. * 최정선 선생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대에 출강 중이며, 부천 소명여자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0 3,45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