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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 새 생명 프로젝트 - 태아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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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9-04 ㅣ No.769

[생명의 문화] 새 생명 프로젝트 - 태아에게 희망을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열린 '전국 생명대회'의 열매 중 하나로 '새 생명 프로젝트'(안)가 추진되고 있다.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주도로 전국의 교구와 본당, 학교와 병원, 각종 생명운동 단체와 미혼모 시설 등 가톨릭교회의 관련 기관들이 연대해 낙태를 예방하고 어려운 처지 임신부를 돕자는 것이다. 첫째는 청소년 생명교육과 성교육을 통해 미혼 임신과 낙태를 사전에 예방하고, 둘째는 경제적 이유나 미혼 임신 등 원하지 않는 임신(위기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ㆍ진료ㆍ시설입소ㆍ출산ㆍ입양ㆍ양육비 등의 도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전국에 본당 1570여 개, 종합병원 25개, 가톨릭계 초ㆍ중ㆍ고ㆍ대학 80여 개, 상담센터 다수, 미혼모 시설 9개, 입양시설 2개, 미혼모자 시설 6개 등이 있다. 이런 교회 기관들이 주교님들 허락을 얻게 되면 서로 협력해 위기 임신 여성을 도울 수 있고, 이로써 낙태를 줄이고 생명문화를 건설하자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 목적이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는 위기 임신 여성을 돕는 일이나 예방하는 교육은 일부 미혼모 시설에서 소규모 개별적 활동으로만 이뤄졌을 뿐, 우리 교회의 다양한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는 못했다. 이제 전국생명대회를 계기로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제안하고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 생명 프로젝트(안)는 1991년 미국 텍사스 휴스톤의 한 본당에서 시작한 '가브리엘 프로젝트'를 일부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한 본당 신부가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안내 표지판을 본당 입구에 세움으로써 시작된 것이 가브리엘 프로젝트다.

 

전화 상담을 통해 교회와 연결된 위기 임신 여성은 '가브리엘 천사'라고 불리는 공동체의 자원봉사자를 소개받게 되고, 그 봉사자는 그 여성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그녀에게 필요한 물질적ㆍ정서적ㆍ영적 도움이 본당 공동체로부터 전해지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임신부를 병원 진료에 데리고 가주거나, 임신부에게 아기 침대 등 필요한 물품들을 본당 주보에 공지해 기부를 받거나, 다른 출산 관련 기관들과 연락하여 전달해 주는 것이다.

 

본당 교우들은 상담ㆍ진료 등에 필요한 기부금을 내고, 성직자들은 가브리엘 천사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봉사자들을 선발하고 영적지도를 해준다. 이런 식으로 휴스톤 지역 56개 본당에서 최근 5년 동안 140여 명의 아기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봉사자가 가브리엘 천사로 불리는 것은 가브리엘이 엘리사벳의 임신을 전하고,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임을 알려주면서 "두려워하지 마라", "기뻐하여라" (루카 1장 참조)는 메시지를 전한 것처럼 봉사자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여성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친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에 창립된 '낙태반대운동연합'(프로라이프)이라는 단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해왔는데, 주로 개신교 교회들과 산부인과 병원ㆍ상담소ㆍ미혼모 시설ㆍ입양시설 등이 연계하여 위기 임신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생명교육 전문 강사와 상담사를 양성하는 '생명학교'를 운영, 정기적인 낙태 반대 거리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해왔다.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도 생명 중심 성교육을 실시해 건강한 생명인식을 갖도록 도와주고, 미혼모들이 자립해 새 삶을 살 수 있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단체를 만든 김현철 목사는 낙태를 하려는 임신부에게 '초음파 사진'이나 태아 사진 등을 보여주며 뱃속에서 자라는 생명이 고귀한 인간생명이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깨닫게 해주는 상담 방식으로 10여 년 동안 200명이 넘는 임신부들이 출산을 결심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김 목사는 주위 사람들에게 임신 사실을 비밀로 하며 출산하기를 원하는 미혼 임신부의 경우, 외국에 연수를 가는 것으로 꾸민 후 다시 몰래 귀국하여 미혼모 시설로 들어가도록 주선해 주었고, 그것을 위해 서류 준비와 항공료ㆍ외국의 임시 숙소와 경비까지 마련해주는 노력을 했던 일 등의 사례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우리 교회의 새 생명 프로젝트(안)는 더 세부적 논의를 거쳐 내년 2월부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활동을 통해 그동안 소수를 위한 생명교육과 선언적 행사에만 그쳤던 한국 천주교회 생명운동이 좀 더 구체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단체의 협력ㆍ적지 않은 재정과 봉사자들이 필요하고 일반 신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이 있어야만 정착할 수 있는 계획인 만큼 이 프로젝트를 위한 신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

 

[평화신문, 2010년 9월 5일,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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