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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바람직한 기업 경영 윤리와 가톨릭 정신: 기업 능력 커지며 더 많은 사회적 책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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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01 ㅣ No.757

[좌담] 바람직한 기업 경영 윤리와 가톨릭 정신 - “기업 능력 커지며 더 많은 사회적 책임 요구”

 

 

유엔 글로벌 콤팩트 자문위원회 이사로 활동 중인 올리버 윌리엄 신부(가운데), 최철수 한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장(맨 왼쪽), 박용승 경희대 교수가 ‘바람직한 기업 경영 윤리와 가톨릭 정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윌리엄 신부(유엔 글로벌 콤팩트 자문위 이사)

최철수 회장(한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박용승 교수(경희대 경영대) 

 

 

유엔(UN) 글로벌 콤팩트 자문위원회(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위한 국제협약)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올리버 윌리엄 신부(Fr. Oliver F. Williams·미국 노틀담대 경영학 교수)가 경희대 경영대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에 대한 연구를 펼치고 있는 윌리엄 신부는 7월 한 달 간 한국의 대학생들을 상대로 ‘기업의 사회적 윤리’에 대해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톨릭신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세계적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올리버 윌리엄 신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한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최철수 회장,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 박용승 교수(경희대 경영대)를 초청해 ‘바람직한 기업 경영 윤리와 가톨릭 정신’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은 7월 23일 명동 가톨릭회관 한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기업경영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 논리와 교회의 가르침 이 두 가치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 윌리엄 신부 : 글로벌 기업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은 정부보다도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기업경영의 사명, 즉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답은 결국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 들어있다. 그 가르침 속에 한 개인 또는 공동체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가 드러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탈렌트(=능력)가 다르고, 그 탈렌트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 자본과 글로벌 기업들은 많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논리다.

 

▲ 최철수 회장 : 기업 경영의 근본적 사명은 이윤 추구를 통해 주주와 종업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나아가 기업이 속한 사회에 이득이 되게 하는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이 사회 문화의 보편 상식적 가치관에 반하는 해악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사회적 소명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가르침을 기업 경영에 대입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교회가 요구하는 기업관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업관보다 좀더 포괄적인 윤리관을 제시할 뿐이다. 인간이 만든 법률은 최소한의 윤리를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종교적 윤리는 그 범주가 보다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 박용승 교수 : 교회의 가르침이 현대 경영학에서 아주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기업이 세상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를 때 경제적 효과가 더불어 따라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는 전략 경영의 일종이며 여러 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즉 경제논리와 교회의 가르침, 이 두 가치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가.

 

▲ 최철수 회장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최근 수년 사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 최근 20년 사이에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CSR 또는 윤리경영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이뤄져왔다. 최근 유럽에선 교황청이 검증한 윤리기업에만 투자하는 스톡스(STOXX) 유럽 크리스찬 기업 주가지수가 개발돼 그에 편입되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을 심사하는 위원단에 바티칸 대표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인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는 것을 깨달아야하며, 학계도 이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기업의 CSR 문화를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윌리엄 신부 : 동의한다. 결국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기업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정부보다 큰 권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에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내다파는 역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고, 나아가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 박용승 교수 : 기업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고려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국 공동선을 높이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 가톨릭 기업인은 어떤 정신에 입각해 기업을 경영해야 옳은가? 기업 경영에 있어 경제논리를 택하는 것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인가?

 

▲ 최철수 회장 : 가톨릭 기업인이라면 우선 성경 말씀을 기업 경영의 기본 틀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요청하는 기업 이윤 극대화와 교회의 가르침은 단기적으로 충돌한다. 여기서 가톨릭기업인의 고뇌가 시작된다. 불경기의 구조조정 등은 일반적인 이윤 극대화 전략이지만, 이것이 사랑과 베풂을 강조하는 교회의 정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가톨릭 정신에 입각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결국 기업 행위 주체는 사람이며, 직원이나 고객, 협력업체 모두에게 사랑의 정신보다 더 큰 동기부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윌리엄 신부 :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기업이 교회의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따르기 위해선 그룹을 만들어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각 교구에서도 기업 경영 지원 그룹을 만들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국 가톨릭경제인협의회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엔에서도 노력중이다. 현재 내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인권, 노동권, 환경문제, 반부패 4대 원칙 하에 7000여 개 기업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업이 서로 격려하고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다.

 

▲ 최철수 회장 : 한국 가톨릭경제인협의회에도 경영 지원 그룹이 있다. 법률, 노동, 금융, 세무 4가지 분야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계 전문가를 보내 컨설팅을 해주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반응이 상당히 좋다.

 

▲ 박용승 교수 : 가톨릭 기업인이 앞장서 CSR의 모범을 보이고 이를 바람직한 경영 사례로 개발한다면, 가톨릭 기업인은 교회의 가르침을 성실히 지킴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본다.

 

 

- 가톨릭 기업인으로서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이를 준비하기위해 우리 가톨릭 기업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 최철수 회장 : 가톨릭 기업인이라면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듯이 겸손의 리더십과 온유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이미 2000년 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셨다. 가톨릭 기업인도 몸을 낮추는 예수님의 리더십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윌리엄 신부 : 서번트 리더십(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과 고객의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 이와 통한다고 본다. 이는 종교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유엔 산하에 ‘책임경영사무국’이 신설됐다. 전 세계 300개 대학이 모여 CSR과 서번트 리더십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토론한다. 사회봉사나 CSR에 관한 커리큘럼에 대해 고민하는 등 경영대학의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 박용승 교수 : 자본의 논리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강의만 들어온 학생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에 목말라있다. 경영 교육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서번트 리더십이나 겸손의 리더십 등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가톨릭 기업인은 이런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교회의 가르침을 기업 경제 분야에서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 윌리엄 신부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겨자씨의 비유처럼, 작은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교회의 가르침인 사랑의 가치를 세상에 나아가 공유하라고 가르쳤다. 가톨릭 경제인들은 가톨릭 정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느껴야 한다.

 

▲ 최철수 회장 :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선교활동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랑’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윤리경영을 하다보면, 기업은 장기적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는 이익 창출과 연결된다. 이뿐만 아니라, 종업원과 소비자,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에게까지 가톨릭 정신을 전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선교가 가능하다.

 

▲ 박용승 교수 : 현대의 기업 경영 환경에선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동체 정신을 갖고 공동선을 추구할 때에 발전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기업인의 정신에서 시작한다. 기업인 스스로의 소명의식이 종업원과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 세상은 바뀔 것이다.

 

▲ 윌리엄 신부 : 30년 전만해도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한국이 오늘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여전히 많은 능력과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부의 창출이나 국가 번영,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기업은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발전이다. 그렇기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은 그만큼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가톨릭신문, 2010년 8월 1일, 정리 임양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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