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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윤리위원회: 생명 전문가가 되어야 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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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1-01 ㅣ No.613

생명윤리위원회 - 생명 전문가가 되어야 할 교회

 

 

2008년 춘계 주교회의(2월 25-28일)에서는 신앙교리위원회 소속이었던 생명윤리연구회를 생명윤리위원회로 명칭을 바꾸어 독립적인위원회로 운영하도록 결정하였다. 주교회의의 이러한 결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와 반생명문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리나라에 생명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겠다는 한국 천주교회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제 막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에 생명윤리위원회의 활동 소개를 기존의 생명윤리연구회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생명윤리연구회의 설립 배경과 과정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4년 2월 11일 “생명의 신비” 교서를 통해 ‘생명학술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생명학술원’은 생명의 보호와 증진에 관련한 법률과 생명의학의 주요 문제점들, 특히 그리스도교 윤리와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과 직접 관련된 문제점들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할 특수 임무를 지니며, 또한 학술원의 회원들은 생명의학 분야와 생명보호와 증진의 문제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여러 학문 분야의 대표자들로 구성되리라는 것이 교서의 내용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나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의학, 특히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간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교회 차원의 고민과 대처가 있어야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리고 1995년에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설립되었고, 회칙 “생명의 복음”이 반포되었다.

 

이와 함께 세계 교회의 발 빠른 대응이 이루어졌고, 한국 교회에도 2000년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생명공학의 발달로 제기되는 생명윤리에 관한 새로운 문제들을 연구하고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하며 한국 실정에 맞는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자” 생명윤리연구회가 신설되었다. 위원들은 생명윤리학의 학제간 특성에 따라 신학자, 철학자, 의학자, 법조인, 생명과학자, 언론인으로 구성되었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성격과 활동범위

 

처음 생명윤리연구회가 신설될 때에 주로 생명윤리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회의 특성상, 주교회의의 구조에서는 신앙교리위원회에 속하면서도 그 연구활동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

 

생명윤리연구회는 그 명칭상 연구회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생명윤리와 관련하여 한국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생명과학의 급진적인 발달에 따라 나날이 새롭게 제기되는 생명윤리 문제들에 대해 정기적인 연구 모임을 하는 동시에 성명서나 담화문 발표의 형식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생명윤리를 수호하는 가장 핵심적인 위원회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팎으로 생명윤리 교육과 홍보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분야는 2004년에 생명운동과 교육, 홍보를 위해 신설된 ‘생명31 운동본부’가 담당해 오고 있다.

 

생명윤리연구회가 다루는 인간생명의 분야는 당시 정부가 ‘생명윤리법’ 제정을 통해 다루고자 했던 인간배아 문제 등 좁은 의미의 인간생명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생명을 중심으로 한 의학과 복지를 포함하여 인간생명 전반에 관계된 모든 사안이 이 위원회의 관심 분야인 것이다. 예컨대 생명공학분야에서 인간생명에 대한 위협, 인간생명의 인위적 조작, 낙태, 안락사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든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응답 등이 그 관심 분야이다. 다만 사형제도폐지 문제, 생태계 파괴라든가 환경과 관련한 인간생명의 문제들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소위원회들에서 직접적으로 다루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생명윤리위원회가 다루지는 않는다.

 

 

생명윤리위원회의 활동

 

1. 본 위원회의 특성 중 주목할 만한 것은 기본적으로 연구회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드러나는 생명 문제들에 대해 가톨릭적 시각에서 올바른 지침과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 본 위원회의 주요 활동이며, 따라서 본 위원회활동의 대부분은 연구 활동이다. 설립 초기부터 2개월에 한 번씩 개최되는 정기회의에서 주요 현안들을 다루면서 동시에 생명윤리의 관심 분야에 대한 소세미나(30회)를 실시하여 왔다. 그리고 2001년부터 매년 공개적인 정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우리 사회에 올바른 생명문화를 건설하는 데에 선두적인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2. 우리나라 사회의 생명윤리 현안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 생명윤리법 제정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에 가톨릭 교회의 정신을 불어넣는 데 매진했다고 생각한다.

 

2002년에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올바른 생명윤리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단’을 실질적으로 선도하기도 하였으며, 2003년에는 인간배아 복제 등 생명과학 분야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반생명 행위들을 금지하도록 하는 “생명윤리기본법(안)”을 작성, 국회의원 43명의 서명을 받아(김덕규 의원 대표발의) 국회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0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 법률이 심각하게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3. 주교회의의 입장을 대변하는 담화문이나 성명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일 역시 위원회의 주요 활동이다.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일에 지내는 ‘생명의 날’ 담화문을 비롯하여, 생명윤리에 대한 대사회적 메시지 역할을 하는 성명서를 모두 14차례에 걸쳐 발표하였으며, 대언론 창구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역할과 방향

 

1. 생명윤리위원회의 설립은 분명 ‘시대의 징표’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의 문화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교회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가 ‘생명’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쟁, 테러, 자살 그리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형태의 생명에 대한 위협 등에 대해 교회가 생명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응답하는 것이 생명윤리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 그러나 지난 8년 가까이 활동하는 가운데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특히 본 위원회의 특성 때문에 요구되는 전문가들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본 위원회의 특성상 가톨릭 사상에 기반을 둔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지만, 그 숫자가 많이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3. 본 위원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전문가이자 직원으로서 위원회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앞으로 반드시 변화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인간생명의 전문가인 교회가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려면 생명 문제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에서부터, 그들이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는 일까지도 전문가로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겠다.

 

4. 생명윤리위원회의 연구기능을 더욱 확대하고, 그 연구결과를 한국 교회 전체와 나눌 수 있도록 각 교구와의 원활한 협력관계가필요하다. 곧 이를 위해 각 교구에 생명 문제에 관련한 전담 기구가 활성화되어야 하겠다. 생명 분야의 교육이라든지 출판, 홍보에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에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동익 레미지오 - 서울대교구 신부.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으로 있으며,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10월호, 이동익 레미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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