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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 다둥이 가족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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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9-30 ㅣ No.594

[생명의 문화] '다둥이 가족'을 응원합니다

 

자녀 출산, 양육은 생명에 대한 봉사…하느님께서 부부에게 맡겨주신 소명

 

 

2005년 국립국어원이 수집한 신어자료집에 '다둥이 가족'이라는 말이 올랐다. 그 뜻은 '자녀를 많이 둔 가족'이다. 2007년 같은 곳에서 발간한 「사전에 없는 신조어」에는 이 말을 '부모와 셋 이상의 어린 자녀로 구성된 가족'으로 정의했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기고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에서 생겨난 말이다. 우리 사회에 생명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시급한 과제는 사람들이 이런 다둥이 가족이 일반화될 정도로 새 생명이 탄생하는 출산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셋 이상 아이를 낳는 것이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의식 변화다.

 

우리나라는 1961년부터 30년 이상 지속된 인구 증가 억제 정책으로, 특히 모자보건법 제정에 따른 낙태 조장 정책으로, 아기의 탄생에서 드러나는 생명의 신비와 존엄성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을 잃어버렸다. 당시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지나친 인구 증가로 인한 일자리 부족, 부양가족 증가, 일인당 국민소득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공피임을 적극 권장하고 불임시술자에게 주택분양 우선권 등을 주기도 했다.

 

 

출산을 짐으로 여기는 사회

 

80년대에는 '하나만 낳아도 지구는 초만원'이라는 과장된 구호가 전파되었고, 점차 셋 이상 다자녀 여성은 무지하고 야만적이며 심지어는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하는 '매국노'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형성된 반생명적 문화는 우리 사회를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명 경시 풍조 확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먹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성장을 이룬 오늘날에도 출산이 축복이 아니라 짐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제는 사교육비 부담, 육아 시설의 미비와 일하는 엄마에게 주어지는 불이익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저출산 현상은 별로 멀지 않은 미래에 고령 사회가 될 우리 사회에 경제활동인구 부족이라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자녀 가정이 줄 수 있는 축복을 우리 사회가 누리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최근 언론에 소개되는 다둥이 가족들을 보면 그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참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할 만하다. 여러 형제들과 함께 크는 아이들은 형제간에 끈끈한 우애, 서로를 성장시키는 선의의 경쟁, 양보와 배려, 타협과 화해를 통해 성숙한 인격과 사회성을 얻게 된다.

 

많은 경우 둘째와 그 아래의 동생들은 맏이를 모델로 삼아 뛰어넘으려 하고, 누나나 형의 약점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개발하고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서로 물려 입고 물려 쓰기 때문에 생각만큼 큰돈이 들지 않고, 형이 동생들을 봐주고 놀아주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투자해야 할 시간도 많이 절약된다고 한다.

 

다둥이 가족이 많아지려면 사회 전체가 출산과 양육을 위해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 다둥이 가족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정부를 비롯해 사회 전체가 셋 이상 자녀들 둔 가족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도 셋째에 대한 출산장려금 지원, 세 자녀 이상 무주택 가정에 대해 공동주택 분양 우선권 부여 및 대출한도 확대 등의 정책이 있고, 출산도우미 신청제도, 보육시설 확대,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등 출산장려를 위한 일반적 혜택도 늘어가고 있다.

 

또 여성의 사회 활동에 출산이 짐이라는 의식이 바뀔 수 있도록, 출산을 하면 기업이나 여성들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업주부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가정과 자녀에게 쏟는 정성과 노력이 직장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성취에 못미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다자녀를 키우고 가족들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는 주부의 일이 연봉 몇 천만 원의 기업 간부로 일하는 여성의 일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가정교육ㆍ혼인교리 강화

 

무엇보다 자녀 출산과 양육 같은 생명에 대한 봉사는 하느님께서 부부에게 맡겨주신 소명이며, 새 생명은 짐이 아니라 언제나 축복이라는 가치관을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부모와 사목자들은 가정교육과 혼인교리 등을 통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8년 6월 15일,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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