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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제16회 한일주교교류모임 자살문제에 대한 주제 발표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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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08 ㅣ No.790

한일 주교들, 자살 문제 대응에 사목적 협력키로


한일주교교류모임, 자살률 증가 추세에 깊이 우려

 

 

17일 충북 진천군 배티성지를 방문한 한일 양국 주교들이 한국 최초의 신학교 터에 재현해 놓은 초가(草家) 신학교 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일 양국 교회 주교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자살문제의 사목적 대응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일본 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 등 양국 주교 39명은 16일부터 사흘간 청주에서 '자살문제'를 주제로 제16회 주교교류모임을 갖고, 두 나라의 자살율 증가 추세에 깊이 우려하며 함께 대응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일본의 고다 가즈오 주교(도쿄대교구 보좌)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 사회의 경우 1998년부터 매년 3만 명 이상이 자사(自死)로 생명을 잃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본교회는 대사회 메시지 발표와 상담활동 등 여러 면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대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살을 개인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한 한국 사회와 달리 일본은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 '자사'(自死, 어쩔 수 없는 지경에 내몰려 스스로 죽음을 택함)라는 용어를 흔히 쓴다.

 

고다 주교에 따르면, 일본 주교단은 2001년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자살에 대해 차갑게 심판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차별을 조장해온 점을 반성했다. 그러면서 본당에 자살자 장례미사, 유가족 모임, 상담활동 등을 권장했다.

 

고다 주교는 "자사 배경에는 반드시 고립(孤立)이 있다"며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연결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교회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미카엘) 이사장은 이번 발표에서 "한국은 지난해 총 1만 5413명(하루 42명 꼴)이 자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며 그 원인으로 △ 초고속 압축 성장에 따른 가치관 변화 △ 과중한 스트레스 △ 핵가족화와 이혼 증가 △ 생명경시 풍조 등을 꼽았다.

 

이어 "종교계는 생명의 존엄성은 물론 죽음 의미, 생의 연속성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살예방의 전방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종교계가 자살예방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양국 주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대안학교인 청주 양업고등학교와 유서깊은 교우촌이 있는 배티성지를 방문했다. 일본 사이타마교구장 타니 다이지 주교는 "박해시대에 신자들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장소에 와보니 한국 평신도들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것 같다"고 배티성지 순례 소감을 밝혔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17일 내덕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합동미사에서 "청주교구 설정 이후 가장 많은 주교들이 찾아주셔서 기쁘다"고 인사한 후 "두 교회가 협력해 인간 생명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자"고 말했다.

 

양국 주교들은 1996년부터 매년 한 차례 장소를 번갈아가며 교류모임을 갖고 있다. 내년 17차 모임은 일본에서 연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8일, 김원철 기자]

 

 

제16회 한일주교교류모임 자살문제에 대한 주제 발표 요지 - 교회는 자살자와 그 가족 포용해야

 

 

한일 양국 주교들이 16일부터 사흘간 청주에서 '자살'을 주제로 열린 제1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에서 두 나라 공통적 사회문제인 자살자 급증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사목적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일본의 고다 가즈오(도쿄대교구 보좌) 주교는 한국교회보다 앞서 자살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온 일본교회 경험을 자세히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고다 주교는 특히 자살의 사회적 책임을 제기하며 "교회는 자살자와 그 가족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자살자가 연간 3만 명, 한국은 연간 1만 5000명에 달한다. 다음은 주제 발표 요약.

 

 

자살에 관한 일본교회의 사목적 대응 : 고다 가즈오 주교(도쿄대교구 보좌, 카리타스 재팬 담당)

 

일본에서는 거품경제 붕괴 후유증으로 1998년부터 자살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10년 넘게 연간 3만 명이 자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년 남성의 첫 번째 자살 원인이 경제적 이유다.

 

일본은 그때부터 자살(自殺) 대신 '자사(自死)'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다. 자살은 당사자를 책망하는 듯 하다. 자사는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학대, 빈곤과 고통, 고독의 비극적 결과이다. 따라서 자사자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린 사람'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자사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

 

일본 주교단은 2001년 「생명을 향한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수정ㆍ출산에서부터 노병사(老病死)에 이르는 모든 국면에서 생명존중을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자사에 대해 차갑게 심판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차별을 조장해 온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이러한 반성을 토대로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필요로 하는 고인과 아울러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하는 유족들에 대해 마음을 다해 장례미사와 기도를 드리자고 교회 공동체에 호소했다.

 

일본교회는 카리타스 재팬(Caritas Japan) 산하 계발부회(啓發部會)를 주축으로 자사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금운동을 통해 자사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을 지원하며 자사예방 활동을 한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최근 조금씩이나마 자사유족(自死遺族) 모임과 자사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많은 본당에서 자사한 사람의 장례가 자연스럽게 행해지게 됐다. 신자들 의식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발부회는 일본교회 전체를 향해 다음 사항을 요청하고 싶다.

 

- 금기를 뛰어넘어 교회 안에서 자사문제를 이야기하자. 자사자 장례를 거행함으로써 유족의 고통을 받아들이자.

 

- 교회는 자사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고뇌와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 상담 창구를 열어 그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회에서 상담을 하더라도 "죽어서는 안 됩니다"하는 설교밖에 들을 수 없다면 누가 찾아오겠는가? 우리는 그들의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 자사유족이 고통과 슬픔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을 교회에서 제공하자. 자사자나 유족이 가톨릭 신자일 경우, 죄의식과 편견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함으로 교회 안에 유족회가 필요하다.

 

 

한국의 자살 현황과 우리의 과제 : 홍강의(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이사장)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2009년도에 매일 우리 국민 42명(연간 1만 54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놀라운 사실은 자살이 우리 국민의 네 번째 사망원인으로 부상했고 우리나라 자살률(31/10만 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지난 10~20년간 자살률 증가추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자살 원인을 단 하나의 사건이나 요인에서 찾기란 불가능하다. 자살은 다양한 원인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0여 년간 IMF 금융위기 이후 뚜렷한 주요 사건이 없었다. IMF 위기는 우리나라답게 빨리 잘 극복했고 이로 인해 증가했던 자살률도 곧바로 떨어졌다. 그러나 자살률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떨어질 것인지, 얼마나 계속 증가할 것인가 의문만 남는다.

 

우리사회는 지난 40~50년간 서양사회가 3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따라잡았을 뿐 아니라 고도 정보기술사회로 앞서나가면서 기적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이루었다. 이는 세계가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성공사례다. 그런데도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행복지수는 하위권에 속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우리가 일궈낸 성공신화가 자살률의 급격한 상승 원인이 됐다.

 

초고속 압축 성장에 수반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를 초래했다.

 

△ 가치관 변화와 혼돈 △ 과중한 스트레스 △ 정서적 지지망 약화(핵가족화와 이혼 증가) △ 자아 강건성 약화(양육의 위기와 혼돈) △ 생명존중사상 약화와 생명경시 풍조 △ 고령화(준비 없는 새 세대) △ 여성 자살 증가 △ 대중매체와 최첨단 정보화 영향 △ 정신질환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최근의 자살률 급등은 우리사회의 심각한 사회병리를 방증하고 있다. 온 국민의 각성과 철저한 원인 규명이 심리적, 사회학적, 종교 철학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종교계가 자살예방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어떤 종교든 생명 존엄성과 고귀함을 강조하고 자살은 자연법을 거스르는 행위 내지 죄악으로 본다. 따라서 독실한 종교인은 자살 가능성이 낮다.

 

종교계는 생명 존엄성과 자살 불가론은 물론 죽음의 의미, 사후 세계의 존재와 생의 연속성 등에 대한 설교 및 토론회, 교육 등을 통해 직간접으로 자살예방의 전방위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신앙은 사람들이 고통과 역경을 견디어낼 힘을 준다. 교회와 사찰은 이에 필요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담서비스를 통해 대인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특히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돕는 일은 교회나 사찰이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8일, 김원철 기자]

 

 

제16회 한일 주교교류모임 - ‘자살’ 주제

 

자살, 단죄 앞서 ‘심적 고통’ 함께 나눠야

 

 

제16회 한일 주교교류모임이 16~18일 충북 청주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양국 주교들은 한국과 일본의 자살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사목적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한일 주교단이 16~18일 충북 청주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제16회 한일 주교교류모임’을 가졌다.

 

이번 모임에는 한국에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를 비롯한 22명이, 일본에서 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도쿄대교구장) 등 16명이 참가했다.

 

양국 주교단은 모임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살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사목적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일정 중에는 홍강의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가 ‘한국 자살 현황과 대처 방안’을, 일본 도쿄대교구 고다 가즈오 주교(카리타스 재팬 담당)가 ‘자살에 대한 일본 천주교회의 사목적 대응’을 주제로 각각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양국 주교단은 청주 양업고등학교와 배티성지, 법주사 등을 방문, 한국교회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친교를 나누는 시간도 이어갔다.

 

차기 한일 주교교류모임은 내년 11월 8~10일 2박3일간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일 주교단이 머리를 맞댄 이번 한일 주교교류 모임의 주제는 ‘자살’이었다. 자살을 공동으로 논의한 것은 그만큼 한일 양국에서의 자살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9년도 한 해 매일 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총 1만5413명의 자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3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해 있다. 더욱이 지난 10~20년간 자살률 증가추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일본의 자살 현황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암울하다. 일본에서는 1998년 이후, 매년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다. 이제 한일 양국에서 자살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러한 양국의 심각한 현실에 대해 한일 주교단은 자살의 대처 방안, 사목적 대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홍강의 교수와 고다 가즈오 주교의 주제 발표는 자살 문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고찰로 관심을 모았다.

 

홍 교수는 한국의 자살률 급등의 원인에 대해 한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을 꼽았다.

 

그는 “서양사회가 300여 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한국은 지난 40~50년 만에 따라잡았다”며 “이런 초고속 압축 성장에 수반하는 사회문화적 변화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문화적 변화로 야기된 중대한 문제로는 ▲ 가치관의 변화와 혼돈 ▲ 과중한 스트레스 ▲ 정서적 지지망의 약화 : 핵가족화와 이혼의 증가 ▲ 자아 강건성의 약화 : 양육의 위기와 혼돈 ▲ 생명존중사상의 약화와 생명 경시 풍조 ▲ 고령화 ▲ 여성자살의 증가 ▲ 정신질환의 증가 등을 꼽았다. 홍 교수는 “한국에서의 최근 자살률 급등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병리를 방증하고 있다”며 “온 국민의 각성과 철저한 원인 규명이 심리적, 사회학적, 종교 철학적 차원에서 시행돼야 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활동, 즉 예방활동에 종교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다 가즈오 주교는 “많은 경우의 자사(自死)는 본인의 자유로운 결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죽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내몰린 것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더 분명해지고 있다”며 “교회 또한 자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개인의 윤리적인 결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다 주교는 “자살이 무조건 죄라고 판단해 버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교회가 자사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그들의 고독과 외로움에 얼마나 함께해줬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며 “만약 이들이 교회에서 상담하며 ‘죽어서는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것에 그친 설교밖에 들을 수 없다면 누구도 교회에서 상담 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0년 11월 28일,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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