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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칼럼: 인간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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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86

[생명칼럼] 인간 생명

 

 

인간에 봉사하기 위한 과학과 기술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하셨다. 특히 그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창세 1,27), 그들에게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 권한을 주셨다.(창세 1,28 참조) 기초 과학 연구나 응용 연구들이야말로 모든 창조물들에 대해서 인간이 갖는 이런 권한의 한 가지 단적인 표현인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그것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며 나아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온전한 인간으로의 발전을 도모할 때 참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들의 존재 의미나 인간 발전적 의미를 나타내지 못하게 된다. 과학과 기술은 그것을 만들어내고 발전시킨 인간들에 의해서 그 올바른 목적과 그들의 한계성이 드러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인류학과 생명 의학 분야의 기술 조작

 

자연적 도덕률은 인간의 육체적이고 영적인 본성에 기초를 둔 목적과 권리 그리고 의무를 규정하고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은 단지 생물학적 수준의 규범들을 한묶음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 이 법은 인간이 그의 삶과 행동, 특히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는 행위를 집행하고 이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올바르게 하도록 창조주로부터 받은 합리적 명령으로 봐야 한다.

 

이런 원리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결론은 인간 육체에 대한 개입이 단지 조직이나 기관 그리고 그 기능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수준에 있어서 인간 그 자체에 관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것은 암시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면에 있어서 도덕적 의미와 책임성에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세계 의학 총회에서 이를 강력하게 천명하셨다. “모든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절대적이고도 특이한 개별적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을 다룬다는 것은 몸 내부에서 그리고 그 몸을 통해서 아주 구체적인 실체로서의 인간 그 자체를 만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밝힌 대로(사목헌장, 14항) ‘육체와 영혼으로 단일체를 이루고 있는’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보호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덕적 판단을 위한 근본 기준

 

인공적 인간 출산 기술과 관련한 근본적 가치는 다음 두 가지, 즉 생존하도록 부름 받게 되는 인간 생명과 결혼을 통해서 인간 생명이 전수되는 특별한 본성이다. 따라서 인공적 출산 방법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이 두 가치기준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현 세상에서의 구체적 삶을 시작하게 되는 인간 육체 자체는 그것이 인간의 전체 가치를 포함하지도 못하며 영원한 삶으로 부름 받은 인간의 최고선(supreme good)을 나타내 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볼 때는 인간의 육체 또한 생명의 ‘근본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육체적 삶 속에서 인간의 다른 모든 가치가 생성되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수정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무죄한 인간 생명권이 갖는 불가침성은 바로 창조주로부터 생명의 선물을 받은 인간에 대한 바로 그 불가침성의 표징이며 또 요구이기도 하다.

 

 

교도권의 가르침

 

수정되는 순간부터 모든 인간 생명은 철저하게 존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그 자신을 위해 바라셨고’ 개개인의 영성이 하느님에 의해서 ‘직접 창조됨’으로써 그 전체가 창조주의 모습을 간직한 지상의 유일한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생명은 성스럽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생성 초기에서부터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연결되며 또한 모든 생명의 목적이기도 한 창조주와의 특별한 관계로 영원히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만이 그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그 스스로 무죄한 인간을 직접 파괴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문헌1-출처: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1987.2.22.), Origins 16: 40호(1987.3.19), 699-701면>

 

생명은 언제나 선한 것입니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며, 체험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왜 생명이 선한 것인지 그 심오한 이유를 깨달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왜 생명은 선한 것일까요? 성서 곳곳에서 이 질문을 찾아볼 수 있으며, 첫 지면에서부터 이 질문에 대한 강렬하고 놀라운 대답이 주어집니다. 인간은 비록 진흙으로 빚어졌지만(창세 2,7; 3,19; 욥 34,15; 시편 103,14; 104,29) 이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존재이고, 그분께서 존재하신다는 표징이며, 그분 영광의 흔적입니다.(창세 1,26-27; 시편 8,6 참조)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생명은 다른 살아있는 피조물들에게 주신 생명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성 이레네오가 그분의 유명한 정의(定義) 안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인간, 즉 살아있는 인간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인간은 그와 창조주를 결합시켜 주는 긴밀한 유대에 근거한 고결한 품위를 부여받았습니다. 하느님 당신의 영광이 인간 안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습니다.<문헌2-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명의 복음”(1995.3.25), Origins 24: 42호(1995.4.6), 701-02면>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가장 참되고 가장 다양하게 표현되는, 인류의 가장 귀중한 유산인 과학과 지혜는 인간에게 봉사합니다. 교회는 그 본질적 사명에서 인간의 진보를 촉진하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저의 첫 회칙에서 썼듯이, “인간은 교회가 사명을 이행하면서 걸어가야 할 근본적인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교회의 주요하고 근본적인 길이며,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길입니다.”

 

인간은 또한 여러분에게는 과학 연구의 궁극적 한계입니다. 여러분이 고백하듯 과학의 직접적 대상이 장기와 조직을 지닌 육체라 할지라도, 완전한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지닌 인간입니다. 인간의 육체는 정신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신도 육체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육체는 깊이 결합되어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육체의 본질적인 결합과 우주와의 간접적인 결합은 너무도 근본적이어서 모든 인간 활동, 심지어 가장 정신적인 활동까지도 어느 면에서는 육체의 상태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육체 또한 최후까지 정신의 지시와 인도를 받습니다.

 

인간의 정신 활동은 정신과 본질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육체의 영향을 받는 개인의 인격 중심에서 나온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정신생활에서 육체의 실재와 활동에 대한 지식을 증진하는 과학은 매우 중요합니다.<문헌3-출처: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생물학적 실험”(1982.10.23), The Pope Speaks 28: 1호(1983), 74-75면>

 

 

정리 

 

인간 삶의 모든 문제의 중심, 특히 생명공학으로 인한 모든 문제의 출발점 내지 해결점은 바로 ‘인간’이다.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다시 숙고하고 고찰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모든 문제의 출발이자 해결점은 ‘인간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비롯된다.

 

인간은 유일하게 모든 생명체 중에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숙고하고, 스스로의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결코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가톨릭 교회는 언제나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으며,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관계, 즉 오로지 하느님의 협조자로서의 관계에 있다고 가르친다. 무엇보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가진 존재이기에 다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존엄성과 고유성’을 가진다. 이러한 인간의 하느님과의 연관성과 인간의 초월적 개방성은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의 내적인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인간 생명의 기원과 목적 그리고 그 생명의 주도권(initiative)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이신 하느님에게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육신 생명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바로 창조주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고귀한 ‘선물’이다. 동양 사상에서도 인간이 가진 ‘생명’혹은 ‘목숨’은 단순히 목숨만을 뜻하지 않고 바로 하늘로부터 ‘주어진’것으로 가르친다. 이런 의미에서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인간의 생명을 ‘천명(天命)’이라 했으며, 이는 곧 인간 생명이 ‘절대적’인 것임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생명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어떤 이유에서든 헤쳐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선물로 주어진 생명을 보호하고 가꾸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지상생활 동안 천상생활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호하고, 수호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월간빛, 2004년 11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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