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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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칼럼: 인간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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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564

[생명칼럼] 인간의 성(性)

 

 

1. 인간의 성(性), 그 참모습과 참뜻

 

자녀들이 한 인간으로 성숙하는 과정은 각자 다르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측면이든 정서적 측면이든 자녀의 가장 내밀한 면모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인격적 대화를 통하여 전달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 개개인과 사랑과 신뢰를 가지고 대화할 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증여에 대한 무엇인가를 자녀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부모들은 다른 방법으로는 전할 수 없는 성의 정서적 차원의 측면들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도덕적 차원은 항상 부모의 가르침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혼인이나 동정 또는 독신 생활 안에서 성의 선물을 살아가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강조해야 한다. 부모들은 특히 정결의 긍정적 가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참된 사랑을 낳는 정결의 힘을 강조해야 한다. 이것이 정결의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도덕적 측면이다. 정결하게 살 줄 아는 사람만이 혼인 또는 동정 생활에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가 유아기 때부터 본능적인 성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자녀가 성장해 감에 따라 필요할 때 절제를 가르치는 것을 억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간 존엄과 정결에 위배되는 일부 태도들을 적절하고 설득력 있는 유효한 근거에 입각하여 이성과 신앙의 차원에서, 곧 인간 존엄이라는 높은 차원의 개념 안에서 윤리적 거부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

 

정결 교육과 적절한 시기의 성교육은 사랑의 교육이라는 폭넓은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객관적인 윤리 원칙과 성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영성 생활의 성장을 끊임없이 도와줌으로써, 창조주이시며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생물학적 성장과 충동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자녀들과 언제나 함께 하시도록 하며, 인간 개개인과 남녀 육체의 존엄에 대한 인식을 넓혀갈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에 비추어 사랑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소명과 보편적 성화 소명의 맥락에서 인간 성(性)의 긍정적 가치들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2. 인간적 사랑에 관한 교육 지침

 

① 성(性)의 의미

 

성은 인격을 구성하는 하나의 기본적 요소로서, 그가 존재하고 자기를 드러내고, 다른 이와 친교하고, 느끼고, 표현함으로써 인간적 사랑을 주고받는 양식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인격 개발과 교육 과정에 있어서 절대로 필요한 분야이다. “사실 인간은 자기의 성에 의하여 생리적,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 하나의 남자 또는 여자가 되게 하는 특성을 얻으며, 또한 그것에 의하여 그의 성숙의 진보와 사회적 적응이 크게 좌우된다.”

 

성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 정신적으로도 남성과 여성을 특징짓고 각자의 표현에서 자기의 성을 나타내게 한다. 성의 이러한 상이성은 상호 보완성을 이루며, 각자의 소명에 따라 하느님의 계획에 철저히 응답하도록 만들어 준다.

 

자녀 출산을 지향하는 성교는 결혼한 부부가 육체를 통하여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가장 완전한 표현이다. 자기를 내어 주는 이러한 상호 증여는 그리스도인이 누리는 실재로서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특별한 방법으로 유지되고 풍요로워지며, 그 상호 증여의 맥락을 벗어난 성교는 그 의미를 상실하고 개인의 이기주의를 드러내는 도덕적 무질서가 된다.

 

성은 사랑에 의하여 방향 지어지고 고양되고 완성됨으로써 참다운 인간적 자질을 쌓게 된다. 성은 생리적, 심리적으로 개발됨으로써 조화 있게 성숙되며, 이타적 사랑과 전적인 자기 증여로써 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정서적 성숙성으로써만 완전히 성취된다.

 

② 성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개념

 

육체는 실제로 인간의 정신에 따라 존재하고 행동하는 양식이다. 우선 인간학적 성격으로 보는 의미에서, 육체는 인간을 계시하고, “인격을 표현한다.” 따라서 그것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해 주신 하느님의 메시지이며, “영원으로부터 하느님 안에 감추어 있는 신비를 효과적으로 이 세상에 전해 주시는 표징으로써 하나의 원초적 성사”라고 할 수 있다.

 

신학적 성격으로 보는 둘째 의미에서, 육체는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적 사랑을 알아듣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가 피조물이라는 것과 그들의 의존성으로 사랑의 근본적 선물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육체는 사랑의 근본적 선물로써창조의 증인이 되며, 그와 같은 선물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사랑의 증인이 된다.”

 

종합해서 말하면, 인간은 성에 내포되어 있는 여러 가지 가치를 거기에 필요한 도덕적 요구에 따라 실천해야 한다. 성은 상호 인격적 대화를 지향하고, 인간의 완전한 성숙에 도움을 주며, 사랑으로 자기를 내어 주도록 사람들을 개방시켜 준다. 그것은 또한 창조 질서와 출산력과 생명 전달을 위한 것이므로 이러한 내재적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사랑과 출산은 성의 의미이며 가치이다. 따라서 성은 그 두 가지를 내포하면서 요구한다.

 

 

3. 마무리

 

그리스도교는 인간의 성을 출산과 자손의 번식이라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자아 성숙과 타인과의 관계적 측면에서 인격의 완성으로 파악한다. 아울러 창조 사상에 근거하여 하느님께 받은 은총의 선물로써 이해한다. 그래서 인간의 성은 자신의 행복 추구를 통하여 자아의 인격적 완성을 도모하여야 하고, 자신과 타인 사이의 헌신적이고 책임 있는 상호 봉사의 실현으로 타인의 인격적 완성에 기여하여 참된 일치의 공동체를 이루어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라는 사랑의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궁극적인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

 

또한 하느님께 받은 은총의 선물로써의 의미를 지니는 인간의 성은 은총의 부여자의 뜻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성간의 긴밀한 협조와 유대의 관계를 부부 관계를 통하여 구체화시킬 수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 따른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더욱 풍부해질 수 있는 신비로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성은 오늘날 만연한 사고처럼 사랑과는 무관한 인스턴트식 쾌락의 도구가 아니라 완전한 사랑, 곧 아가페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과 사랑은 뗄 수 없는 상호 조화의 관계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이 올바른 것임에도 현실 속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대에는 성 해방을 부르짖으며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비롯해서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또한 ‘성의 개방화 물결’은 온 사회를 뒤덮어 현대인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성과 사랑을 따로 떼어내고, 성을 오로지 쾌락을 위한 오락물 정도로 여겨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우리 가정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가는 물론 종교적 차원에서도 예방적 성교육과 영적이고 영원한 가치에 대한 교육 그리고 인간 생명이 지니는 존엄성에 대한 윤리 의식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의 성은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선물로, 일회적인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 책임성과 성실성을 가지는 부부 관계에서 완성되고 또 완성되어야 하는 하나의 신비이다. 사랑과 연결된 성은 자신 안에 묶여 있지 않고 부부 상호 간의 전인격적인 나눔을 통해서, 자녀를 통해서 사회로 확대되고 급기야는 온 인류에게 봉사하게 되는 역동성을 가진 사랑의 신비이다. 이것이 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근본적 가르침이다.

 

[월간빛, 2003년 1월호, 이창영 바오로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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