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강론자료

2008-01-06.....공현대축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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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8-01-20 ㅣ No.886

주님의 공현 대축일 - (다해)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1-12

2008. 1. 6. (주일). 무악재

주제 : 예수님을 만난다는 일의 의미

오늘은 공현대축일입니다.

공현(公顯)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드러나다’는 의미를 갖는 표현입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특별한 일이 몇몇 사람에게만 드러나던 제한적인 공개에서, 그 대상의 제한을 두지 않고 좀 더 넓은 대상에게 그 일의 의미가 알려지게 되다는 뜻을 갖는 말입니다. 이 말이 우리 신앙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 오늘 동방박사들의 베들레헴 마구간 방문과 거기에서 그들이 예수님을 본 일,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께서 이방인들에게 나타나신 것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신앙에서 이 공현대축일을 기억하는 의미를 먼저 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세계에 들어오셨으니, 그분을 맞아들인 우리가 그 분을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자’는 의미를 담습니다.

 

우리들 가운데, 동방박사들이 보았을 바로 그 모습을 함께 본 사람은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동쪽에서 왔을 그 박사들을 만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기억하는 축일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조금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예수님을 찾아뵈었던 박사들이 출발한 곳이 어디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로마제국에 포함된 이스라엘 지방의 동방에 있었을 페르시아 사람들의 왕국인 파르티아 일수도 있었고, 좀 더 멀리는 지금의 인도지역까지 그 범위를 넓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그 먼 지역에서부터 베들레헴까지 인도한 것은 ‘과학문명의 여러 가지 기계들’이 아니라, 오로지 하늘에 떠 있던 별이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우리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별은 ‘센타우르스의 알파’라는 별이라고 합니다. 그 별까지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4년 4개월이나 걸리는 거리라고 합니다. 아주 먼 거리입니다. 현재 개발된 우주선의 속도로 계산한다면 가는 데만 4만년이 걸리는 거리이고, 왕복하려면 8만년 걸리는 거리라고 합니다. 이것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라고 하니, 동방박사들이 봤을 별은 어떤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동방에서 출발했다고 하던 동방박사들은 ①하늘에 떠 있던 별에서 어떤 모습을 봤기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는 선물을 준비하고 길을 떠났을까요? 요즘 과학의 입장으로 생각해도 참 이해하기 힘들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②)로 할 수 있는 질문은, 길을 나선 다음에는 그 별이 이 박사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인도했기에, 이 박사들이 길을 잃지 않고 계속 따라갈 수 있었을까.......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천문학자들이었으니, 별과 대화할 방법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보다 더 신기한 세 번째(③) 질문은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박사들은 별이 무엇을 알려주었기에, “우리를 앞서 온 별이 알려준 아기가 바로 이 아기다...”라고 정확하게 예수님을 구별했을까요?

과학에서 얻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가 길게 이야기했습니다만, 어찌됐든 이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찾아왔던 동방박사들에게 헤로데는 자기도 그 아기를 찾아 경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그는 실천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미 헤로데는 박사들을 통하여 ‘하늘에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삶에서 헛된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어떤 드라마에서, 사람이 하는 약속은 깨지기 위한데 있다 소리를 듣기는 했습니다만,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헛된 모습이 일관성이 없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면 실망감을 안겨주기 딱 좋은 모습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안에 생긴 신앙의 싹마저 말라죽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을 방문했던 동방의 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는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 동방박사들이 만났을 예수님을 최소한 한 주간에 한 번 씩은 찾아뵙는 우리는 어떤 선물을 갖고 예수님을 만나러 오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선물 얘기를 들으면서 ‘혹시 돈 얘기’를 하나 하는 소리로 들으실 분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야기를 듣기 직전에 내 안에 움직인 생각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돌이켜 봐야 합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이 베들레헴이라는 똑같은 소식을 들었을 터인데, 헤로데와 동방박사들이 행동한 모습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든지, 지금 당장 우리를 꾸짖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맺는 삶의 결과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남기는 법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고 자기 고장으로 기쁘게 발걸음을 돌렸을 동방에서 왔다고 하던 박사들을 기억하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합당한 자세를 갖도록 기도하고 청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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