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강론자료

2007-12-30.....성가정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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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8-01-20 ㅣ No.885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해)

집회서 3,2-6.12-14         콜로새 3,12-21             마태 2,13-15.19-23

2007. 12. 30. 무악재.

주제 :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어느덧, 올 한해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남은 기간이 날짜로는 이틀이라고 셈해도, 시간으로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우리는 한 해를 잘 지냈다는 느낌을 갖는 것보다는 아쉽고 안타까움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하십니까?

 

2007년 달력에서 이틀을 남긴 오늘은, 우리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가정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는 날이라고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그 기도는 오늘만 하고 내일은 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기도라는 것이 한두 번 한다고 금방 그 결실을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두 번으로 그 기도를 끝내는 사람도 있고, 하느님의 뜻이 내 삶에 이루어질 때까지 오래도록 기도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겠습니까?

 

가족들을 위해서, 서로 기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달라지는 것 없더라......’라고 한다면 포기하고 말겠지요? 지금까지 나는 기도를 많이 했으니 이제 기도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각자 현실에서 우리들이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동하는 방법이나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흔히 신앙을 중심으로 해서 서로 협력하며 서로 기도하고 잘 사는 가정을 가리켜서 성가정(聖家庭)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성가정은 ‘예수님, 마리아 요셉’의 가정에서 보았음직한 모습을 본보기로 합니다. 직접 만난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합니다만, 신앙의 모습이 뿌리 내린 가족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하도 빨리 발전하고, 하느님을 기억하지 않아도 내 삶에 불편한 것이 생기지 않더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며, 물질의 힘이 강조되다 보니까, 상대적인 위치에 있는 정신적이거나 신앙의 힘은 버티고 설 자리를 우리가 없애버렸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현실의 세상을 이렇게 진단해놓고 나면, 우리가 머무는 세상의 많은 가정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성가정을 따르는 본보기로 돌릴 수 있겠는지 그 방법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복음에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하느님의 뜻을 우리 귀에 직접,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로 듣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성가정의 가장이었던 요셉처럼, 하느님의 뜻을 천사의 소리로 바꾸어 듣고, 그 말씀을 들은 대로 사는 것입니다. 요셉은 꿈을 통해서 들려온 말씀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나자렛으로 돌아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산다고 하는 것은 말은 쉬운데, 실천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이 발전하여 물질의 힘이 강해지고, 인간의 자기의식이 높아질수록 하느님의 뜻이 세상에 실현되기란 힘들고 어려워집니다. 하느님의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공간을 없애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올바른 모습으로 발전하는데 기억해야할 두 번째 방법은 ‘부모나 자녀가 자기 위치와 역할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집회서 독서에 ‘자녀들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시고,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권리를 보장’하셨다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자녀는 부모님의 것이 아니라는 말은 많이 들었을 터이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바는 시대가 오래된 것만큼 그 내용도 오래됐다고 거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도 있듯이, 오래된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버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녀의 행위로 아버지가 영광스럽게 된다는 것은 고금(古今)의 진리입니다. 자녀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부모가 대신 욕을 먹는 일의 반대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는 딸을 가리켜 출가외인이라는 말을 입장에서라면,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기대나 권리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입장일 것입니다. 그래서 자녀의 올바른 행위는 부모를 영광스럽게 합니다.

 

이 자리에서 옳고 바른 것만을 이야기하자면 한이 없을 것이고, 우리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자면 그 역시 끝이 없을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삶은 옳을 것을 이야기하고 좋은 것을 듣는 것으로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내가 부모님에게 해드린 본보기대로, 내 후손이 나에게 그대로 할 거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만으로는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늘 성가정을 우리의 본보기로 삼자고 하는 축제일에 우리가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여러분은 오늘 이 미사를 마치고 집을 향하여 돌아가면서 어떤 것을 기억하고 가시겠습니까?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 교회 공동체 사람들에게 몇 가지를 힘주어 강조하십니다. 결론으로 삼은 말은 사랑을 겉옷으로 입고, 감사하는 마음을 드러내며,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안에 항상 머물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이런 말씀을 기억하고, 내 행동으로 드러내려고 한다면, 분명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산다면, 이제 이틀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만 보내는 한 해가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쉽게 잊어버리는 마음을 다독거려 그렇게 살기로 다짐한다면, 새로 다가올 한 해도 우리가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심을 청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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