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강론자료

2007-12-02.....대림 1 주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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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8-01-20 ㅣ No.881

대림 제 1 주일 (가해)

이사 2.1-5         로마 13,11-14ㄱ          마태 24,37-44

2007. 12. 2. 무악재

                                         주제 :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는 시기 (1)

찬미 예수님!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모임인, 우리 교회공동체는 오늘부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한 해는 세상의 달력에서 볼 수 있는 시작과는 다릅니다. 2007년도 달력은 아직 한 장을 남기고 있고, 연말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때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에서는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시기를 한 해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자세를 가질 것을 권고합니다.

 

오늘은 그 대림시기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그래서 제대 앞에도 가장 짙은 색의 초에 불을 붙여놓고, 점차로 밝은 색으로 붙여나갈 것입니다. 흰색의 초에 불이 켜질 때쯤이면, 우리 삶에도 예수님이 가까이 와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순간에 우리가 한 가지 하고 갈 질문이 있습니다. 올해 기다리는 예수님과 작년 이맘때쯤, 대림시기에 기다렸던 예수님이 다른 분일까요? 같은 분일까요? 다른 분이라면 얼마나 다른 분이겠는지, 같은 분이라면 우리는 해마다 왜 이 대림절에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한 질문입니다만, 여러분들이 얼마나 멋있게 준비하는지 그 대답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대답이란, 그 말을 하고 나면 바로 그 다음 순간에 바뀔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로 하는 대답보다는 우리가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이제까지 어떤 대답을 할 사람으로 살아왔으며, 지금은 어떤 대답을 할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예수님을 우리가 다시 맞아들이는 일은 기쁨과 행복 가운데서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들립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그리고 황당하게 맞이할 거라는 말씀은 듣기에 속 편한 소리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더러 항상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셨지만, 늘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입니다. 이 괴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습니까?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그 엄청난 능력이 발휘될 때 세상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드러나는 법입니다. 세상의 역사는 우리 사람들이 하느님과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존중하고, 그 분의 뜻을 실천하면서 하느님과 더불어 살려고 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올바르고 좋은 길로 갑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 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세상은 하느님과 멀어지는 법이고, 우리는 악한 힘들에 둘러싸여 세상에서 헤맨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악한 존재라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람들이 하느님과 대립각을 세우고, 우리의 사정과 편리를 생각하고 주장할 때에 그리고 행동할 때에 사람의 권리가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결국에는 인간들 스스로가 서 있던 삶의 바탕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이야 말로 우리가 사람의 권리를 앞세우며 하느님을 가장 멀리하는 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복음에서 들었습니다만, 우리는 그다지 감흥 없이 그 말씀을 대합니다. ‘설마, 내가 살고 있는 때에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정말로 예수님의 위협(?)이 현실로 드러나겠는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면, 미래는 정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함께 하는 현실의 행동이 만드는 결과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세상으로 돌아가자고 이사야 예언자는 2800년 전부터 외쳤지만, 이러한 이사야 예언자의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는 그 소리에도 별로 감흥을 받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을 무겁게 하는 귀찮은 소리를 또 한 번 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대하는 현실들이 우리의 미래를 차곡차곡 만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일은 아무나 하지는 않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를 어려워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행동하기를 자꾸만 뒤로 미루는 사람들에게 그 말씀은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입니다.

 

품위 있게 살아가는 행동보다는 만취와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한, 우리의 삶은 조금도 달라질 것이 없을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대림절을 시작합니다. 대림절이 새로운 때가 될 수 있는 것은 정해진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라서가 아니라, 그에 맞춰 우리가 새로운 마음자세를 갖고, 하느님께로 우리의 머리를 돌리는 때에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일입니다.

 

대림절은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을 향해서 우리가 돌아서는 때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은총의 힘도 청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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