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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로서 생명의 성역인 가정을 지키는 부모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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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1-23 ㅣ No.788

[생명의 문화]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로서 '생명의 성역'인 가정을 지키는 부모 역할

 

 

고교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 네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부모와 갈등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큰 잘못을 저질렀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녀의 진로에 대한 부모ㆍ자녀 간 갈등은 오늘날 우리나라 거의 모든 가정에서 크든 작든 겪는 문제다. 부모ㆍ자녀가 함께 노력해 이 갈등을 잘 해결하는 가정도 있지만, 적지 않은 가정이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자녀와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적극적이고도 세심한 역할이 요청된다.

 

 

청소년 특징을 이해해야

 

부모들은 우선 사춘기 청소년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하는 시기로 보통 12~13살부터 21~22살까지를 말한다. 이 시기에는 급격한 신체 변화가 일어나 청소년들은 심리적 불균형을 겪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매우 강한 학업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청소년들은 한편으로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려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양면성을 띤다. 아직 자기 제어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때때로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부모와 자녀 간 갈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부모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기대와 요구를 관철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로서 부모의 위치를 자각하고, 자녀들을 하느님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를 이해하고 인내하는 자세가 요구되며, 한편으로 자녀와 극단적 충돌을 피해야 한다.

 

루카 복음 15장 11-32절에 나오는 '잃었던 아들'의 비유에서 부모는 제몫의 재산을 미리 달라는 작은 아들의 요구를 묵묵히 수용한다. 작은 아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그의 잘못을 즉각 제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들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부모에게 돌아온 아들을 기쁘게 맞아들인다. 아들의 잘못을 용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들로서의 품위를 되찾아 준다. 이 비유에서 우리는 하느님 사랑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전하려 하고 반면에 자녀의 요구와 불만을 전혀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는 올바른 부모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귀한 손님인 자녀

 

자녀를 '귀한 손님처럼 대하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귀한 손님에게 우리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불편 없이 지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손님은 머지않아 제 길을 떠난다. 자녀는 20여 년 부모 곁에 머무는 귀한 손님이다. 부모는 이 귀한 손님을 성심성의껏 돌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아킬레스가 나온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킬레스에게 죽지 않는 힘을 주기 위해, 갓난아기 시절 아킬레스를 불사(不死)의 강에 담갔다 꺼냈다. 그 후 아킬레스는 매우 강한 장군으로 성장해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강에 담글 때 어머니가 잡고 있던 부분에는 강물이 묻지 않았다. 바로 그 부분이 아킬레스의 약점이다. 그 부분에 화살을 맞고 아킬레스는 죽고 만다. 부모가 "이건 절대 양보 못 해" 하면서 마지막까지 잡고 있는 그 부분이 자녀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믿고 다 내어주는 그런 사랑이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로서 부모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의 복음」 회칙에서 '생명의 성역'으로서 가정의 의미에 관해 말씀하신다(92항). 부부 혼인으로 성립된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에서 부모는 하느님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다. 부모는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이다. 하느님 사랑은 이타적이고, 수용적이며, 선물이 되는 사랑이다. 하느님 사랑은 자신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사랑이 아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하고 말씀하신다. 부모로서 오래 참는 사랑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급한 마음에 자녀를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길로 끌고 가려다 자녀에게 큰 상처를 주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또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하고 말씀하신다. 하느님 사랑의 협력자인 부모들은 이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이 말씀에 따라 자녀를 대한다면 우리의 가정을 생명의 성역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1일, 홍석영 교수(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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