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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이버 중독의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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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257

사이버 중독의 원인과 대책

 

 

1.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

 

빌 게이츠는 다가올 10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빠를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가 말한 대로 지금 사이버 공간의 출현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에는 현실 공간 이외의 사회적 공간이 없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보완적이든, 대체적이든 새로운 사회적 공간이자 새로운 양식으로서 사이버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 양식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사람은 그 사회의 의미를 공감하기가 어렵지만 너무도 빠르게 그 사회는 확장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서 사이버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지내는 사람들을 두고 ‘사이버 중독자’, ‘인터넷 중독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필자는 이런 변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변화의 속도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생겨나는 변화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새롭게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해 우리가 대처하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현상이 전개된다.

 

둘째,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 연결선만 있으면 세상의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이버 공간을 운용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되었고 나이가 큰 변수가 되지 못하게 되었다. 음란물과 폭력물에 대한 청소년 규제에 대해 논의하지만 이미 기술적 우위에 있는 청소년들은 그런 규제를 뛰어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인터넷 상에 올려진 정보는 모두 노출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노출이 이전의 사회보다 더 광범위하고 급격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셋째, 존재론적 도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이버 자아(cyberself)의 출현이 현실의 자아를 분열시키고 다양화시킨다는 논란이 생겨났다. 한국의 한 심리학자는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우리는 둘, 셋의 사회적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는 문제를 놓고 철학적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필자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몇 가지 특성만을 여기에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아직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 자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다양한 모습을 다 읽어 내고 있지는 못하다. 필자는 그러면 우리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많은 중독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더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려 한다.

 

 

2. 한국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취약성

 

필자는 그동안 청소년들과 부모, 교사, 정부 관료들과 만나면서 “한국의 청소년들은 왜 게임에 더 취약한가?”(Game vulnerability)라는 주제로 몇 가지 요인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이런 중독 증상이 지금에 와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어 있던 경우가 많았다. 단지 매체만 달랐을 뿐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디오 게임,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의 오락기 등으로 여러 형태의 게임을 해 왔다. 게다가 부모들은 아이들의 공부만 챙겨서 공부 다하고 학원만 갔다 오면 마음대로 게임을 해도 좋다는 식이어서, 아이들은 오래 전부터 디지털 게임을 여가의 중심으로 삼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아동들의 게임에 대한 노출을 알고 있으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태도로 방치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게임을 해 온 청소년들은 지금 대부분 만성 중독자들이 되어 있다. 곧 최근에 일시적으로 중독된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 시간에서 서너 시간씩 몇 년 동안이나 해 온 아이들이다.

 

둘째, 우리나라에 PC방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한국에서 게임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려 할 때, 어려운 점이 바로 이 PC방의 존재이다. 부모들이 게임이 문제가 된다고 느껴 통제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로서는 그 통제를 벗어날 대안이 없어야 하는데, 언제 어디서든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PC방이 집 밖에 무수히 많다. 지금도 여전히 각광받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PC방의 존재는 가정 내 통제를 무력하게 한다.

 

셋째, 획일적 가치관 역시 아이들을 게임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된다. 공부에 대한 부담을 잊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아이도 있고, 현재의 입시 중심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 명목상 학교는 다니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현재의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망각하게 해 준다는 의미로 인터넷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넷째, 아이들의 생활 방식 자체가 문제이다. 청소년들의 여가 생활은 저녁 늦은 시간에야 시작된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할 놀이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터넷에 몰입하게 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운동을 권하기보다는 공부를 권하지 않는가? 요즈음에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대부분의 가정에 컴퓨터와 초고속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작해서 적어도 1시간에서 3시간 사이의 놀이를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한다.

 

다섯째, 국가 정책과 청소년 보호의 충돌이다. 지금의 게임 산업은 영화 산업 못지 않게 고부가 가치의 국가적 전략 사업이다. 그래서 게임 대회의 축사를 국무총리가 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한 온라인 게임 업체가 개최하는 대회가 장충 체육관에서 있었는데, 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한다. 이런 게임 산업의 육성과 청소년들의 보호 문제 사이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연령 제한 없이 초등학교 아이들도 디○○○`나 리○○ 같은 게임을 하는데, 오히려 외국 언론들이 너무나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이다.

 

여섯째로, 가족 구조의 문제도 있다. 한 자녀 가족이 많거나 아들 딸 남매만 있는 가족이 많은 경우, 아이들은 혼자 놀아야 할 시간이 많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실정에서 혼자서 하는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3. 인터넷 중독증의 진단 기준과 징후적 증상

 

현재 인터넷 중독증이라는 용어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새로운 질환이라기보다는 기존 질환의 한 증상으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새로운 세대의 심리학자들은 신종 질병이라는 견해를 더 많이 내고 있다. 일단 인터넷 중독증으로 진단된 것을 검토하면 다음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인터넷 중독 질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인 이반 골드버그(Ivan Goldberg)이다. 그는 처음에는 물질 남용 장애의 진단 기준을 원용하여 진단 기준을 고안했다.

 

인터넷 중독의 진단 기준(Goldberg)

 

1) 내성

 

(1) 인터넷을 사용하면 할수록 만족을 얻게 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경우

(2) 인터넷을 이전과 동일한 시간만큼 하는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저하되는 경우

 

2) 금단

 

(1) 특징적 금단 증후

① 장기간의 인터넷 사용을 중지 혹은 줄인 경우

② ①의 발생 후 수일에서 한 달 사이에 다음 중 두 항목 이상이 발생할 때

   a. 정신 운동성 초조

   b. 불안

   c. (인터넷 사용에 대한 생각과 관련된) 강박적 사고

   d.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환상 혹은 꿈

   e. 수의적 혹은 불수의적으로 자판 두드리는 행위와 유사한 행동

③ ②의 일들로 인해 사회적 혹은 직업적 그 밖의 중요한 부분에서의 고통이나 지장을 유발할 때

 

(2) 금단 증상을 완화, 회피하기 위해 인터넷 혹은 유사한 통신망을 사용하는 행동을 할 경우

 

3)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길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

 

4) 인터넷 사용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있었거나 혹은 그 시도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5) 상당량의 시간을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행동에 소비하는 경우

 

6) 중요한 사회, 직업, 혹은 여가 활동이 인터넷 사용을 위해 포기되거나 감소되는 경우

 

7) 인터넷 사용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고,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신체적, 사회적, 직업적,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인터넷 사용을 계속하는 경우

 

적어도 12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가 곧 인터넷 중독증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골드버그는 이후 자신의 진단 기준과 병적 장애명을 수정하였는데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Pathological Computer Use Disorder)라 부르고 진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간소화하였다.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란 사람들이 정도 이상으로 컴퓨터를 지나치게 이용하여 생기는 장애로

a. 병적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어떤 장애를 일으킬 때

b. 병적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신체적, 심리적, 대인 관계, 결혼 생활, 경제적, 사회적 기능에 손해나 지장이 생길 경우

 

대표적인 중독 증상

(1) 인터넷 시간 왜곡 경험

(2) “1분만 더” 증후군(one more minute syndrome)

(3) 잔영 현상 증후군

 

인터넷 중독의 조기 징후

피로(만성적인 피로), (수면의 부족으로 인한) 졸음, 수업 집중 곤란, 성적 또는 업무 능력의 하락, 이른 귀가 또는 늦은 귀가, 친구 관계의 단절 또는 변화, 취미 생활의 상실, 짜증이 많고 충동적인 반응, 반항과 불복종, 언어와 맞춤법의 변화, 주말 외박, 잦은 지각 또는 갑작스런 결석(결근).

 

 

4. 인터넷 중독에 대한 대책

 

인터넷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것부터 순서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정책의 변화가 우선적이다.

 

그래서 첫째, 정부의 정책과 PC방에 대한 접근이 백 가지 심리적 대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C방에서의 청소년 보호에 대한 안전 지침을 마련해서 청소년들의 지나친 PC방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가 현재처럼 관대한 정책을 펼치기보다 이용자의 문화를 고려한 제한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 가능한 연령대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부모가 동반되지 않은 계약과 구입에 대해 더욱더 엄격히 대처해야만 청소년의 과다한 사용이 실효성 있게 제한될 수 있다.

 

둘째, 기술적인 지원 또한 중요하다. 각종 차단 프로그램이 권장되지만 실제로 설치한 가정은 의외로 적다. 더불어 원천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기술적인 네트워크를 재고해 볼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는 가족 접근망이라고 하여 초고속 전산망을 설치할 때 가족이 공급받을 수 있는 내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누구나 이야기하는 대책이지만 부모와 교사에 대한 교육이 더없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과 더불어 인터넷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교구와 교안이 개발되어 다른 교과목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듯이 개별 가정과 학교에서 인터넷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의 철학과 교양을 가르칠 수 있어야겠다.

 

넷째, 우리 사회의 전반적 변화와 같은 대책이 필요하기도 하다. 많은 학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화도 결국 현실 문화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세계적으로 욕을 먹는 것은 거칠고 잔인한 게임 문화 때문이다. 흔히 알려진 PK라고 하는 것이 외국의 게이머들 사이에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은 일상이다. 그만큼 우리 현실이 각박하고 공격적이라는 뜻이다. 사이버 공간의 문제는 아무리 사이버 공간이 독립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현실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한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는 너무 재미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공간이 과열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공감되는 바가 컸다. 비록 재미가 아니더라도 현실이 좀 더 살만해지면 지금 같은 현실에서 조금 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인 길은 자기 통제와 의미의 개발, 현실에서의 대체적 활동의 개발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그 과정은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치료적 성공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예방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 예방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잘 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앞날이 결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우리 청소년 세대들이 성장하였을 때 그 변화의 결과가 우리 눈앞에 조만간 펼쳐질 것이다. 그 또한 우리의 몫이다. 그 몫을 감당할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한다.

 

[사목, 2002년 1월호, 김현수(청년의사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 센터장,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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