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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천주교 신앙의 수용과 명례방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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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0-31 ㅣ No.24

[신유박해 200주년 특강 지상중계] 천주교 신앙의 수용과 명례방 공동체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신유박해 200주년(2001년)을 앞두고 매달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신유박해 200주년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12일 두 번째로 열린 '천주교 신앙의 수용과 명례방 공동체'에 관한 이영춘(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신부의 특강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1603년 이광정이 북경에서 마테오 리치의 세계지도를 가져온 이래 조선에 전해진 한문서학서들은 약 200년 동안 유학자들에 의해 연구됐다. 그리고 천진암·주어사를 중심으로 강학회를 개최하면서 실학운동을 벌이던 권철신을 비롯한 남인실학자들이 1777년(혹은 1779년)에 이르러 이벽의 설득으로 서학서에 담겨있는 천주교 사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들이 이 가르침을 얼마나 유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북경에서 전래된 서적만 가지고 천주교를 완전하게 실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때 이승훈이 1783년 동지사행의 서장관으로 임명된 부친을 따라 북경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고 이벽은 즉시 그를 찾아가 천주교의 가르침을 설명해 주었다. 이에 이승훈이 감탄하며 이벽이 갖고 있던 책들을 읽고 난 후 자기가 할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벽은 북경 천주당을 찾아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을 알아오도록 부탁했다.

 

북경에 들어간 이승훈은 프랑스 선교사들로부터 교리를 배운 다음 귀국 직전 영세를 청했다. 그래서 그에게 교리를 가르친 그랑몽(1736∼1812) 신부로부터 첩을 두지 않겠다는 것과 매년 선교사들과 연락을 취하겠다는 약속을 한 다음 조선 천주교회의 주춧돌이 되라는 뜻에서 베드로란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이승훈은 1784년 3월말께 선교사로부터 얻은 책과 십자고상 등을 갖고 서울로 돌아와 이벽에게 이것을 전했다. 이벽은 이 책들을 연구한 뒤, 1784년 9월 세례자 요한이란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벌인다.

 

그는 효과적인 전교방법을 생각하던 중 당대 학자들로부터 존경받는 몇몇 사람들을 입교시켜 지주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이가환, 권일신 등 양반학자들을 설복시켰으며, 1784년 11월 이승훈은 이벽의 집에서 정약전·약용 형제 등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이벽은 또 천주교가 모든 백성들에게 빠짐없이 전파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문서학서를 한글로 번역할 수 있는 중인 역관계급에게 선교를 시도했다. 그래서 최창현, 김범우, 최인길, 지황, 김종교 등이 입교했다.

 

권일신 역시 자신의 입교에 만족하지 않고 친척과 친지들에게도 선교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권일신과 김범우의 권유로 개종한 충청도 태생 이존창, 전주출신 유항검도 고향으로 내려가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선교함으로써 각 지방 교회의 초석이 됐다.

 

신도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정기적인 신앙집회가 이뤄지게 됐는데, 한국교회 최초로 신앙집회가 열린 곳은 명례방 장악원 앞(중구 명동 1가)에 있던 김범우(토마)의 집이다. 그는 영세 후 자신의 집을 신앙집회의 장소로 제공하여 1784년 겨울부터 정기적 집회인 취회(聚會)를 갖게 했다. 그러면서 마재, 내포, 호남 등지의 신앙 공동체들과 잦은 교류를 갖게 됐고 각 공동체가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의견을 교환했다.

 

이렇게 형성된 명례방 공동체의 모습은 이승훈이 북경에서 보고 온 서양선교사들의 미사 지내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서 만일 이벽이 거행한 예배가 '미사'였다고 하면, 1786년 봄에 이승훈이 다시 신도들을 규합해 '가성직제도'를 시행하기 이전 다시 말해서 조선 천주교회 창립 초기부터 이승훈과 이벽을 주축으로 한 '가성직제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신문, 2000년 4월 16일, 이영춘(서울대교구사제평생교육원), 정리=박주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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