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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자살 예방: 자살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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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03 ㅣ No.937

자살 예방, 누구의 몫인가 - 자살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교회의 역할

“지속적인 사랑이 자살 방지에 도움”


얼마 전 자살자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보길 요청하는 보도가 있었다.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11년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보면 한 해 동안 자살을 고민한 적이 있는 사람은 100명 중 16명이고, 실제 자살을 기도한 사람은 100명 중 3명이었다. 이는 한 해 우리나라에서 10만 8000명의 사람이 자살을 기도하는 셈이며, 그 중 90% 이상이 정신장애가 있었고, 60~80%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사실 교회는 불변하는 가르침으로 자살이 부당한 행동임을 말하고 자살자나 자살을 기도한 자에게 대해 혹은 자살을 권고하거나 종용한 사람에 대해 벌칙을 가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1917년 구 교회법전은 의식적이고 의지적으로 자살하려고 시도한 자는 십계명의 제 5계명과 그 외 그리스도교 계시에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며 자살자에게 벌칙을 부가하였다. 하지만 이성능력과 자유의지에서 자살한 자에게는 교회 장례식을 금지시켰으며, 이성의 결함으로 자살했다면 그들에게는 이 벌칙이 적용되지 않았고 오로지 이 벌칙의 적용은 죽기 전에 아무런 참회의 표시가 없었던 사람에게 적용되었다(참조. 구 교회법 1240조 1항 3과 2350조 2항).

물론 현행 교회법도 엄격하게 1041조의 5항에서 자살을 시도한 자는 성직자가 될 자격을 박탈당한다고 했지만 1184조 1항 3에서는 교회 장례식이 거부되는 자 중에 특별히 자살자를 언급하지 않고 “공개적인 추문 없이는 교회 장례식을 허가할 수 없는 죄인들”이라고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자살자가 삭제된 것은 그들에 대한 판단을 피하려는 의도이지만 그렇다고 자살행위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을 인정하려는 뜻은 아니며 자살의 심리적 상황과 동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현행 교회법이 이전과는 달리 이러한 규정을 선포한 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많은 의견이 있었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즉 서두의 통계를 통해 보았듯이 자살당시 자살 기도자에게는 자신의 온전한 자유의지를 발휘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됐거나 부족한 상태였다고 보아 자살자의 죄에 대한 책임 판단이 어렵다는 점을 교회법에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교회교리서 2238항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영원한 구원에 대해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 그들에게 유효한 회개의 기회를 주시며 교회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한다”고 하였고, 2282항은 “중한 정신 장애나 시련 고통 또는 고문으로 겪는 불안이나 심한 두려움은 자살자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도 있다”고 하면서 자살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목적 배려가 결코 자살자를 옹호하거나 자살을 합리화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자에 대해 무조건 단죄하기에 앞서 사목적인 측면에서 교회가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시할 뿐이다. 따라서 자살자가 주위에 악한 표양을 보이지 않았다면 공개적 죄인 취급을 하기보다는 그 인간적 행위의 장애요인을 참작하여 그리스도교 애덕의 차원에서 그 유가족을 위로하고 예의를 갖추어 장례를 치러 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사목적 태도로 보여지며 자살자에 대한 교회 장례식의 거절 여부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주교의 사목적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다(참조. 교회법 1184조 1항, 2항). 그러나 이러한 사목적 배려에 앞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다. 교회는 구체적인 사목적 배려와 함께 따뜻한 사랑의 도움을 통해 자살 예방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교구나 본당 차원에서의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아울러 자살예방 대책과 이를 위한 전문가 양성 및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 등과 같은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생명사랑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적인 가치관의 전환을 위한 조치와 함께 그 무엇보다 지속적인 사랑이 자살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됨을 사회에 인식시키는 역할도 함께하기를 요청하고 싶다.

[가톨릭신문, 2012년 6월 3일, 김정우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및 대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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