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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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주교 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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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36

주교 대의원 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 메시지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제삼천년기를 앞두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소집을 받고 우리 주교 대의원 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 교부들은 1998년 4월 19일에서 5월 14일까지 로마에 모였습니다. 형제 대표들과 초대 손님들도 회의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 여러분과 한마음이 되어 하느님 아버지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 우리 구세주 예수님을 보내 주시어 모두가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해주셨습니다(요한 10,10 참조).

 

 

은총의 시간

 

2. 아시아 전역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한자리에 모이게 됨으로써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는 유례 없는 경험이자 우리 지역 교회들의 토대를 이루는 중대 사건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 시작에서부터 교황 성하를 모시고 베드로 성인의 무덤 곁에서 성찬의 희생 제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우리는 아시아의 여러 말로 기도하고 노래하였으며, 아시아 순교자와 성인들의 이름으로 간구하며 우리 각자의 고유한 문화에서 나온 동작으로 주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우리는 사도 요한이 받은 계시를 다 함께 들었습니다.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한다”(묵시 3,6). “네가 보는 것을 책으로 기록하여 … 일곱 교회에 보내어라”(묵시 1,11).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는 아시아 전역에서 온 참가자들과 다른 대륙의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느낀 깊은 친교 의식, 사목적 관심사에 대한 진지한 나눔, 깊은 연대성의 체험에 대하여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미얀마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중앙 아시아와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오신 대표들께서 우리와 함께하실 수 있었다는 사실도 우리가 하느님께 특별히 감사 드리는 이유입니다. 이전에는 이러한 곳에 계시는 분들이 이러한 회의에 참석하시기가 힘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중국 교회의 소리를 전해 주실 것으로 기대했던 두 분의 주교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이지만, 우리는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하였고 또 그분들의 기도로 도움을 입었습니다. 

 

사도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에 파견된 수많은 선교사들의 모든 위대한 업적들은 우리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여러 선교 단체들, 특히 아시아 교회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고 있는 교황청 전교 기구들과 그 밖의 여러 교회 단체들에게서 받은 모든 도움에 대하여 감사 드립니다. 

 

또한 수많은 선교사들과 아시아 순교자들이 보여준 영웅적 행위와 감화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러 나라에 교회의 복음을 전해 주는 형제 자매들에 대해서도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들의 어려움은 주교 대의원 회의 동안 여러 기회에 언급되었습니다.

 

 

아시아 민족들에게 보내는 인사

 

3. 우리는 다른 종교 전통들을 믿는 우리의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삼가 인사 드립니다. 우리는 힌두교, 불교, 유다교, 이슬람교와 같은 아시아의 위대한 종교들의 정신 가치들을 기꺼이 인정하며, 아시아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가르침 속에서 발견되는 윤리 가치들을 높이 존중합니다. 관습과 관례에 스며 있는 그러한 가치들은 자연적인 덕행을 길러주고 조상들에 대한 효성을 키워줍니다. 우리는 또한 토착민이나 소수 민족들의 신앙과 종교적 관습을 존중합니다. 모든 창조물에 대한 그들의 존중은 그들이 창조주께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모든 아시아 민족들과 더불어 우리는 우리가 가진 풍요로움을 나누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발전해 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함께 협력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우리의 가장 위대한 보화로 생각하므로, 모든 사람과 더불어 그들의 종교적 신념과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우리의 신앙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성령께 귀기울임

 

4. 우리는 함께 기도하였으며, 날마다 우리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설명해 주도록 하였습니다. 전체회의의 발언들, 그룹 토론, 주교 대의원 회의 전기간의 평화롭고 질서정연하고 힘찬 움직임은 주님의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날마다 체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사랑을 충분히 증언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의 결점과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복음화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도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그 놀라운 풍요로움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그러한 삶을 우리는 살고자 합니다. 

 

성령께서는 제삼천년기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가 아시아 교회에 대하여 어떠한 전망을 가져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도와주십니다. 과거에 박해를 받았던 교회들과 지금 더 거세지는 불용(不容)에 직면해 있는 교회들의 대표들이 우리와 함께해 주심으로써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사정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들에서 오신 형제 대표들은 우리의 주님께서 염원하시고 기도하셨던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에 대한 열망을 우리 안에 다시 불붙여 주셨습니다. 이것은 교회 일치를 촉진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습니다. 평신도, 수도자, 사도직 단체에서 오신 대표들과 특별 손님들은 전통적 제도적 관심사를 초월하여 우리의 사목 직무를 한층 더 깊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교회의 사명

 

5.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께 성령의 힘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한”(사도 2,42) 초대 그리스도인들을 본보기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는 것(요한 10,10 참조)이 선교라고 이해합니다. 복되신 삼위일체 안에 근원을 두고 있는 이 생명은 모든 인류를 죄와 악, 죽음에서 구원하시고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요구하시는 존엄과 일치를 가져다주시기 위하여 파견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삶의 중심이어야 하며 우리는 그 말씀에서 영혼의 양식을 얻어야 합니다. 성서는 평범한 책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느님의 생생한 목소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생명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하여 당신의 계획을 실천하라고 날마다 우리에게 촉구하십니다. 그 지역 언어로 읽을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성서 번역 덕분에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의 말씀”(요한 6,68)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씀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선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싶은 충동은 보화를 발견한 기쁨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솟아납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미지의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시고 전해주십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예수님을 보내셨으며,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에게서 당신 생명을 얻으십니다(요한 6,57 참조). 바로 이 생명을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나누시려고 오신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영원히 지속되는 생명입니다. 

 

아시아 문화들과 조화를 이루며 우리 형제 자매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는 아시아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훌륭한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구현하신 분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시아에서는 매우 적절할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전례가 복음화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례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느끼고, 먼저 그들을 만나러 오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자리입니다. 이에 우리는 경배와 묵상과 침묵으로 응답합니다. 그러나 전례는 참여적이어야 합니다. 동작들은 장엄하고 거룩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례 거행에서 지역 문화를 더욱더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아시아 모든 곳에서 그 나라 민족의 언어로 전례가 거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꺼이 주목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전례는 그리스도 안에 뿌리박은 깊은 복음적 영성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일치와 조화, 초탈과 자기 비움, 가난한 사람들이나 고통받는 사람들과 이루는 연대, 그리고 창조의 보전에 대한 존중을 특별히 강조하는 영성입니다. 예수님의 참된 모습을 알리기 위하여 관상 수도원과 공동체들의 증거가 특별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남녀 봉헌 생활회 수도자들의 삶과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사제들과 수도자들을 양성하는 교육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활기차고 깊은 영성 생활과 기도에 전념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하느님께 가는 길로 인도하며 그 길에 함께 동행할 수 있는 하느님의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은 단지 유능한 행정가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인 사목자와 영성 지도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양성자들의 직접적인 모범은 양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교회가 교회 자신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표지가 되고 선교의 유효한 도구가 되도록”([교회의 선교 사명], 52항) 토착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다인종, 다종교, 다문화의 아시아적 배경에서 종교간 대화는 명백히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교회는 수천 년 역사의 종교들을 진지하게 만나기 위한 커다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종교간 대화는 대화 상대자들이 서로를 알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서로 풍요롭게 하고 서로 사랑하고자 하는 정중하고 진지한 만남입니다. 그 좋은 예가 레바논의 그리스도인들과 모슬렘이 보여주고 있는 노력이며, 그들의 상호 관계는 밝은 앞날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종교간 대화는 그리스도의 구원 메시지를 나누고 싶은 욕구를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는 삼중의 대화를 요청받고 있습니다. 곧 아시아 문화들과 아시아 종교들, 그리고 아시아 민족들, 특히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러한 대화를 위해서는 대화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양성 기관들의 대화 교육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교육 분야에서 훌륭한 봉사를 하고 계시는 아시아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우리는 복음의 가치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하며, 환대, 소박, 거룩한 인물이나 장소, 물건에 대한 존중을 지닌 아시아 문화들과 전통들을 아끼고 사랑하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교과 과정에서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길러 주고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힘들을 분석하는 기술을 연마시켜 인간이 착취당하는 상황들을 식별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비정규 교육에도 더욱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때때로 우리의 교육 체계와 내용, 방법, 피교육자들에 대한 혜택, 거기서 생겨나는 관계, 가치 형성과 대사회적 영향을 평가해야 합니다. 

 

모든 교구는 대(對)여론 업무를 비롯하여 사회 홍보 사목 계획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신문, 출판물,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과 같은 대중매체에 대한 교육과 그 올바른 사용에 대하여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중 매체를 현대의 아레오파고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말입니다. 교회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 예언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어디서든지 힘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에게서 당신의 피조물을 관리할 임무를 맡은 우리는 우리를 먹여 살리는 어머니인 대지와 생명 체계를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끝없는 탐욕의 결과인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하여 전력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땅과 강과 대기가 오염되고 산림이 벌목되는 결과가 빚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생태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과 특히 농업 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합니다. 

 

평신도는 교회의 선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령께서 다음 천년기가 평신도의 시대라 불릴 수 있도록 그들에게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계시다는 것을 여러 가지 표지로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표지는 복음화에 대한 그들의 헌신적 노력과 교회 생활에 대한 참여, 그리스도인 소공동체에 대한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참여입니다. 쇄신된 교육 과정과 교리 교육, 가톨릭 교육 기관들은 우리 평신도들을 선교사로 양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회-문화, 정치-경제 구조들을 변화시킬 채비를 갖추도록 우리는 그들에게 교회의 사회 교리와 윤리 가르침에 대한 지식을 철저히 전수해 주어야 합니다.

 

가정은 아시아에서 가장 위태로운 제도입니다. 인구 조절로 일부 국가에서는 여자 어린이가 차별당하고 있고,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그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들이 무너지고 이기주의와 쾌락주의, 물질주의와 탐욕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피임과 불임, 낙태로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정을 구해야 합니다. 가정은 인간 생명을 받아들이고 보호하기 때문에 사회와 교회의 기본 세포입니다. 가정이 파괴되면 사회도 파괴됩니다. 가정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핵심에 자리한 가정 교회입니다. 집은 최초의 학교이며, 부모는 최초의 교사입니다. 자녀의 최초의 교과서는 부부간, 부모 자녀 간 그리고 다른 가정들과 이루는 가정 내의 관계입니다. 

 

가장 중요한 시대의 징표 가운데 하나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존엄과 남녀 평등에 대한 의식에 눈뜨게 된 것입니다. 아시아 교회는 여성을 존중하고 여성의 자유를 보장하는 신뢰할 만한 징표가 되기 위하여, 여성의 참된 존엄을 드높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합니다. 이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의 사명에 동등하게 참여할 책임이 있는 여성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젊은이는 아시아와 교회의 희망입니다. 교회는 젊은이들이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도전들과 불확실한 우리의 미래를 직시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아시아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마땅한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희망으로 채워주고 그들을 복음 전파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와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복음의 힘으로 무장시키고자 합니다. 

 

이민 노동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생계를 위하여 고국의 가족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사목은 그들 교회의 전통에서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인이면 그들이 일하는 나라에서 복음 전파자가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집단은 난민들입니다. 아시아에는 고국을 떠나 커다란 어려움 속에서 온갖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난민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호소

 

6. 우리는 폭력의 악순환과 내란, 국가간의 긴장과 전쟁으로 일부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의 중심지이며 유일신을 모시는 3대 종교인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성도(聖都)인 예루살렘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각자의 권한 안에서 이 거룩한 도시의 독특하고 성스러운 특성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도록 호소합니다.

 

이라크 국민들, 특히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이 나라에 대한 경제 제재 해체 조치를 취하도록 강력히 촉구합니다. 

아시아의 또 다른 곳에서는, 기본권에 대한 더 큰 자유와 존중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합법적 주장을 묵살하는 정치 체제 아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권이나 더 큰 자율권을 되찾기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군수 산업의 발전과 팽창에 대한 위험성을 더욱 깊이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세계화에는 유익한 결과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것의 해로운 결과를 우려합니다. 우리는 제1세계 지역 교회들에게 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이 가난한 사람들의 정부와 세계 은행, 국제 통화 기금, 세계 무역 기구와 같은 세계 경제 기구들을 상대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어 주도록 촉구합니다. 이는 바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촉구하셨던 “소외 없는 세계화, 연대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2000년 대희년에 제3세계의 부채 문제를 재협상하고 무거운 외채 부담을 경감해 주도록 강력히 권고합니다.

 

 

희망의 근거

 

7. 우리 희망의 가장 큰 근거는 “나다, 안심하여라. 겁낼 것 없다.”(마태 14,27),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하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희망의 또 다른 근거는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지니고 있는 우리 아시아인의 종교 심성입니다. 

 

인류의 발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촉구받고 있는 아시아 민족들 가운데 교회는 이미 현존해 있습니다. 필리핀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스도인은 아시아 모든 곳에서 소수이며, 극소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시아 지역 교회들은 매우 활기에 차 있으며, 그 가운데는 엄청난 활력을 보여주는 교회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시아 곳곳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제 성소와 수도 성소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아시아 여러 나라에 평신도로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깊이 의식하고 있는 신자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뻐합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교회의 활동에 참여합니다. 나아가, 그들 가운데는 그리스도의 진정한 증인이 되어 하느님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할 의무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회가 뿌리박은 곳이면 어디에서나 교회는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봉사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진정으로 봉사하고 있지 않은 기관들도 일부 있겠지만, 우리는 교회 기관들이 성심껏 극빈자들을 돕도록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기쁘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고 그들의 권리 수호를 위하여 그들과 함께 투쟁하고자 주저 없이 제도를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을 가집시다. 주님의 성령께서 분명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계시며, 교회는 이 대륙에서 아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는 이미 죽음을 물리쳤으며, 그분과 함께 우리는 이미 부활하였습니다. 

 

우리의 과거 업적에 대하여 자만에 빠지는 일이 없이 우리는 교황 바오로 6세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열성을 지녀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열렬한 정신을 가지도록 합시다. 눈물을 흘리며 씨 뿌리는 경우가 있더라도 선교의 기쁨을 간직하기로 합시다. … 내적 정열과 기쁨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꺼지게 할 수 없는 내적 동력입니다. … 때로는 불안 속에서, 때로는 희망 속에서 무엇인가 찾고 있는 현대 세계가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실망과 슬픔, 불안과 초조 속에 잠겨 있는 선교자에게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기쁨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열성적인 삶을 살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세상 가운데 교회를 설립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런 복음 선교자에게서 하느님 말씀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80항). 

 

이 메시지에서 우리는 주교 대의원 회의 기간에 제기된 몇 가지 문제만을 언급하였습니다. 논의된 다른 많은 문제들은 여러 건의안에 취합하여 교황 성하께 제출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 나올 주교 대의원 회의 후속 교황 권고에 실리게 될 것입니다.

 

 

마침 기도

 

8. 주교 대의원 회의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성찬의 희생 제사로 이 회의를 마칩니다. 성찬례에서 축성의 말씀을 통하여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고 회중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과 한마음”으로 변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이러한 만남은 이제 아시아 전체로 계속 확대되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성령의 활동입니다. 우리는 성령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품으셨던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우리는 성모님께서 교회가 하느님이신 당신 아들 예수님을 본받아 한층 더 섬기는 교회가 되어 아시아 민족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되도록”(요한 10,10) 그들에게 사랑과 봉사의 사명을 계속 펼쳐 나가도록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원문 : Message of the Synod of Bishops for Asia, 1998년 5월 12일, Vatican City 

 

[사목, 199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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