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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죽음은 인간 생명 존중의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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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08 ㅣ No.792

주교회의 생명윤리위, 서울 생명위 공동 세미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마지막 순간, 품위 있도록 도와야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20일 개최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생명 분야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만큼 뜨거운 감자도 없다. 지난해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이에 관한 지침 마련과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고도 복잡한 함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2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교정 의과학연구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를 주제로 2010년도 공동 세미나를 열어 이 문제에 관한 이해를 심화하는 한편 교회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발제문 요약.

 

 

교회에서 보는 죽음의 의미(노우재 신부, 부산가톨릭대)

 

죽음은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비애의 극치로, 인간이 결코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인간의 죽음은 죄의 결과로, 모든 이는 죄와 죽음의 세력 아래 운명적으로 짓눌려 있다. 하느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같은 죽음을 아버지에 대한 자유로운 순종으로 받아들이고 겪으면서 죽음은 사랑의 행위로 변화됐다. 죽음이 저주에서 축복으로, 파멸에서 구원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죽음을 열린 신앙의 마음으로 수용할 때 인간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죽음을 맞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죽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며, 그것이 닥쳐올 때 겸손하게 수용하라는 것이 교회의 일관된 가르침이다. 신앙 안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임종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그리스도교 사랑의 계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고 평화롭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법학적 고찰(이원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 형법은 어떤 경우든 사람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형법 제254조는 촉탁ㆍ승낙에 의해 사람의 생명을 단절시키는 행위도 처벌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행위도 이에 속하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단절하는 행위는 현행 형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이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운영해온 협의체조차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의체가 연명치료 행위를 무의미한 연명치료 행위로 규정하고, 환자 의사를 추정해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형법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환자의 추정적 승낙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형법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초법규적 정당화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논의가 의미 있으려면 연명치료로 인한 치료비용을 가족이 아닌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그 방안에 따라 사회 구성원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형법이 보호하고 있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방안일 것이다.

 

 

말기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삶의 완성이다. 죽음의 과정에서 겪는 통증 및 증상의 적절한 조절과 같은 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관계 강화, 희망과 기대, 영적 신념 등과 같이 인생의 마지막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사람들에게 널리 이해시켜야 한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범국민적 문화운동'을 통해 죽음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종교ㆍ예술문화ㆍ학자ㆍ언론ㆍ시민단체ㆍ정부ㆍ국회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료계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임종 진료에 관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고 △정부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하며 △국회는 삶의 바람직한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료계의 지침 마련, 그리고 정부 대책에 따른 법률을 제정하고 △언론ㆍ종교계ㆍ예술문화단체ㆍ학계 등은 범국민적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 문화운동을 펼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본 조건과 병원윤리위원회 역할(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연명치료 중단은 인간의 생명권 및 죽음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요구, 또는 의사나 병원 당국 등에 의해 임의로 결정될 수 없다.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환자 보호자의 요청, 담당의사 판단도 비윤리적일 수 있으며, 이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서 담당의사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 양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병원윤리위원회 구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병원윤리위원회는 말기환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고, 담당의사를 외부 압력이나 이해관계에서 보호하고, 담당의사에게 과중한 책임을 지우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환자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윤리위원회는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의료전문가 외에 반드시 생명윤리학자와 성직자를 포함시켜야 한다. 연명치료 중단의 최종 결정권은 병원윤리위원회에 부여할 수밖에 없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공명정대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8일, 남정률 기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 - 서울대교구 생명위 공동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 주제 세미나


죽음은 인간 생명 존중의 연장선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올바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를 구축하고, 호스피스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제고하는 범국민적인 캠페인과 영적 돌봄 확대 등에 교회가 더욱 실질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의견은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가 20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의과학연구원에서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논의’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우리사회 연명치료 논란의 수면 위에서는 자기결정권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실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비용 문제를 부담으로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인프라 구축도 안 된 상황에서 연명치료의 제도화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사회 전체가 물질과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들어 의료적인 치료에 집착하는 모습까지 보인다”며 “연명치료가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올바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고 영적 돌봄을 확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나라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아직까지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에 대해 연명치료 중단이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지침도 발표됐지만, 의사들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지침이라는 이유로 준수를 꺼리기 때문이다.

 

연명치료 중단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병원윤리위원회도 활성화되지 못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연명치료 혹은 호스피스 지원 인프라가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이러한 실태에서 ‘연명치료’가 올바로 시행 혹은 중단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비용 지원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사회적 합의, 호스피스 활성화 등을 시급히 추진해야한다는 등의 의견이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이번 세미나에서는 노우재 신부(부산가톨릭대)가 ‘교회에서 보는 죽음의 의미’를, 이원상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법적 고찰’을, 윤영호 책임연구원(국립암센터)이 ‘말기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진교훈 명예교수(서울대)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본조건과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이어 토론에는 박동균 신부(서울 반포4동본당 주임)와 정종휴 교수(전남대), 허대석 원장(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홍석영 교수(국립경상대)가 나섰다. 다음은 주제발표 내용 요약이다.

 

 

교회에서 보는 죽음의 의미 - 노우재 신부(부산가톨릭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의 진정한 선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수단만 남용하는 것으로, 현대 의학기술이 빠지기 쉬운 유혹으로 작용한다.

 

죽음은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가져다주는 비애의 중심이다. 이 같은 죽음을 하느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에 대한 자유로운 순종으로 수용하시고 겪으시면서 이 죽음은 사랑의 행위로 변화됐다. 인간과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은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인정도 내포한다. 의미없는 치료를 중단하려면 용기와 겸손이 요구된다. 죽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며 그것이 닥쳐올 때는 겸손하게 수용하라고 교회는 일관되게 가르친다. 죽음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 안으로 들어서는 기회로 변모됐고, 신앙 안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할 수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법학적 고찰 - 이원상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단절하는 행위는 현행 형법 시스템 내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이 마치 사회적인 합의에 이른 것과 같이 생각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운영해 온 협의체조차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연명치료 중단의 문제보다는 연명치료에 대해서 어떻게 국가가 부담을 질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치료비를 가족들이 모두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적인 논의가 결코 부차적인 문제일 수는 없다. 따라서 연명치료 중단 논의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비용을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해 생명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그 방안에 따라 사회적 구성원을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형법이 보호법익으로서 보호하고 있는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방안일 것이다.

 

 

말기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 윤영호 책임연구원(국립암센터)

 

환자의 임종 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의해 죽음의 질, 즉 품위 있는 인간적 죽음이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임종환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회경제적 부담이 생명 연장 조치 중단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종교계, 학계, 예술문화단체, 시민단체, 언론, 정부, 국회 등 사회각계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의료계는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임종 진료에 관한 표준 지침을 마련하고, 정부는 바람직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는 사회적 합의와 의료계 지침 마련, 정부 대책에 따른 법률 제정 등에 힘써야 한다. 언론, 종교계, 예술문화단체 등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범국민적인 문화운동’을 펼쳐야할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기본조건과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 - 진교훈 명예교수(서울대)

 

삶과 죽음의 문제는 특정한 사람의 이해관계에 의거하거나, 공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담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연명치료 중단은 가족의 요청으로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생명권이 최우선돼야 하고, 최종 결정은 병원윤리위원회에서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윤리위는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고, 생명윤리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 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윤리위도 사람으로 구성되기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명치료 중단은 인간의 고귀한 생명 보전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윤리위는 최선을 다해 신중하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공명정대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0년 11월 28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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