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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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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35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하고 제삼천년기 아시아 대륙의 새 복음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14일까지 로마 바티칸에서 주교 대의원 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1)가 열렸다. 아시아 대륙의 40여 개국 주교 대표들이 참가한 이 주교 대의원 회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4년 11월 반포하신 교서[제삼천년기]에서 개최 필요성을 역설하시고, 1995년 1월 마닐라 아시아 주교회의 6차 총회에서 다시 제안하셔서 아시아 교회 사상 최초로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오신’(요한 10,10)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와 아시아에서 그분의 사랑과 봉사의 사명”을 주제로 열렸다.2) 

 

한국 교회는 지난 2,30년 동안 이룩한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과 역동적 사회 활동으로 말미암아 제삼천년기에 아시아와 세계 교회의 복음화 작업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지역 교회로 국내외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대전환기에 즈음하여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 논하는 일은 한국 교회의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3) 그래서 아시아 교회의 현실을 간략히 서술하고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 나온 공통된 바람에 맞추어 제삼천년기 아시아 교회의 방향을 간략히 전망하고, 이어서 한국 교회의 역할에 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1.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 현실

 

교회 지도자들은 아시아를 제삼천년기의 세계 안에서 가장 큰 선교적 도전지가 될 대륙으로 간주하고 있다.4)

 

1) 아시아 대륙은 서아시아에서 시작하여 걸프만 지역, 중앙 아시아, 남아시아, 동남 아시아, 몽고와 시베리아를 포함하는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포괄하며, 다른 대륙과는 달리 지리적, 민족적, 문화적, 종교적으로 다양하기 그지없는 50여 개 국가로 구성되어 55억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이르는 35억 인구를 포용하고 있다. 아울러 아시아는 찬란한 고대 문화의 요람이자 종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 대륙은 힌두교, 불교,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같은 세계적 종교의 발상지이자, 도교, 유교, 조로아스터교, 쟈이니즘과 샤머니즘과 같은 사회적이고 종교적인 전통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위대한 종교들은, 17세기 이래 세속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서구 그리스도교와는 달리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중동 지역 국가들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북인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남필리핀 등이 속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종교와 사회, 정치, 경제의 현실적 생활이 통합되어 있다시피 하며, 인도, 네팔, 부탄, 스리랑카, 타이 등이 속하는 힌두-불교 문화권에서도 종교가 현실 생활 영역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과 함께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속하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정치적으로 민주-자본주의 체제이거나 공산-사회주의 체제이거나 상관없이 유교적 전통이 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 대륙은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나라들이 수세기 동안 서구 열강의 식민 통치를 겪으며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수탈, 그리고 종교적 차별을 받는 등 수모를 겪고 제2차 세계 대전 종료 후에 독립할 수 있었다. 이들 국가들은 급격한 사회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등 혼란을 겪으면서도 1960년대 이후에 일본을 비롯하여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한국 등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여러 국가들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단기간에 이룩하고 동남 아시아 제국도 경제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오늘날 아시아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지역민들의 높은 교육열과 유구한 문화 종교적 전통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하튼 중국과 인도와 같은 거대 국가와 경제적 강국 일본뿐만 아니라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수세기에 걸친 암울했던 피식민지적, 예속적 처지를 청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제삼천년기에 세계 안에서 주체적으로 주도적 역할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아시아의 세계적 중요성에 비추어 교회 당국이 아시아의 선교 활동을 각별히 중시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되어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회칙[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수차례에 걸쳐 아시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시며 복음화의 부진을 지적하신 바 있다. “특히 외방 선교가 역점을 두어야 할 아시아 대륙에서는, 간혹 주목할 만한 개종 동향이 있고, 그리스도교 현존의 뛰어난 표본이 보이지만, 그리스도교인들의 수는 아주 미미하다.”5) 실제로 아시아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과 달리 전 세계 비그리스도인들의 85% 가량이 살고 있을 정도로 비그리스도교적 대륙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35억에 이르는 아시아인들 중에서 그리스도인들은 2억 8천5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가톨릭 신자는 3% 남짓한 1억 2천5백여 만 명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교회의 복음화 작업이 비교적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을 이룩한 것과는 달리 아시아에서 복음화 과정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동 아시아에서 초대 교회가 예루살렘에서 시작되고 인도의 시로-말라바르(Syro-Malabar)와 시로-말란카르(Syro-Malankar)교회의 기원은 토마스 사도의 선교 활동까지 소급된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 교회는 13세기 이래 진행된 서구 선교사들의 복음화 활동의 결실로 생겨났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필리핀에만 5천5백만 명이 집중되어 있으며, 그 밖의 일부 지역(인도 1천3백만, 인도네시아 4백만, 베트남 350만, 한국 350만)에 편중되어 있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1% 미만의 소수 집단으로 머물러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요제프 톰코 추기경은 아시아의 복음화를 전망하면서 아시아에서의 가톨릭 신자 분포 상황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분포는 수적으로는 필리핀에 가장 많고(83%), 베트남(7%), 한국(7%, 개신교 신자 14%), 인도네시아(3.5%, 개신교 신자 7%) 순입니다. 가톨릭 신자가 1% 미만인 국가로는 방글라데시(0.18%), 일본(0.35%), 몽골(0.01%), 네팔(0.02%), 파키스탄(0.79%), 태국(0.42%) 등입니다.”6) 톰코 추기경이 지적하듯이 가톨릭 신자가 인구 대비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들에서 교회 당국이나 신자들이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종종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일부 아시아 주교들이 지적한 것처럼 ‘소수 콤플렉스’가 됩니다.”7)

 

아시아 교회들은 오늘날에도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각국에서 여전히 ‘외래 종교’나 ‘서양 종교’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서구 제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많은 국가들에서 그리스도교는 제국주의적 정복자들에게 협력한 부역자들의 종교로서 낙인찍혀 있으며, 외국인 선교사들의 활동은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8) 특히 북한과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과 같은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교회가 박해받거나 극도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이슬람교가 우세한 중동 제국이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에서도 선교 활동은 상당히 제약받고 있으며, 종교적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인도 여러 주에서 개종이 금지되어 있는 실정이다.9) 그래서 필리핀, 한국, 일본, 대만을 제외한 모든 아시아 국가들 안에서 교회의 복음화 활동이 어떤 형태로든 제약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제삼천년기 아시아 교회의 새 복음화 진로 모색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 개최를 계기로 제삼천년기에 드러날 아시아 교회의 새 복음화의 기본 성격을 회의가 끝난 다음 배부된 회의 관련 자료와 가톨릭계 언론 보도에 바탕을 두고 알아보기로 한다.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 개진된 아시아 주교들의 견해와 요청들은 대체적으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를 통하여 공감대가 형성된 기본 입장을 부연하는 성격을 다분히 드러낸다.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Bandung)에서 열린 제5차 총회에서 복음화는 삼중적 대화 곧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종교들과의 대화, 문화들과의 대화와 연계되어 있으며, ‘공동체들의 친교’(communion of communities)는 ‘아시아 안에서의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a new way of being Church in Asia)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번에 아시아 교회가 문화 종교적 차원에서 다가오는 제삼천년기에 지금까지의 제이천년기에서와 같이 ‘서구 교회의 복사판’으로 계속 머물 경우에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새로 펼쳐질 천년기 동안에는 ‘아시아적 얼굴의 교회’를 창출하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를 단호하게 표출하였으며, 사회 경제적 차원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에서의 사목 헌장의 정신에 따른 범교회적으로 전개되는 사회 개발이나 개선 활동을 통한 공동선 증진을 위해 적극 투신할 자세를 표명한 것이다. 총회에서 8분씩 허용된 개인 발언에 참가한 191명 중에서 43명이 타종교와의 대화와 관련하여, 41명이 토착화와 탈중앙집권화를 통한 아시아 교회의 자율성에 관하여, 33명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교회와 관련하여, 그리고 29명이 평신도의 결정적 중요성에 관하여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1) 아시아 교회는 아시아적 문화 종교 현실과 감수성에 입각하여 신학 사상의 토착화를 이룩한 기반 위에서 교회 행정의 탈중앙집권화를 통한 포괄적 자율성을 행사하는 ‘아시아적 교회’(Asian Church)를 창출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아시아의 현실과 종교 심성과 무관한 서구 중심의 교회관과 신학 사상, 그리고 교황청의 중앙 집권적 규범들이 아시아의 복음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새로운 교회의 존재 양식이 불가피하게 요청된다는 많은 아시아 주교들의 발언은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에게 듣기 거북할 정도로까지 강도가 높았고 주장도 구체적이었다.11) 여러 나라 주교들이 개인 발언을 통해 반복하여 아시아인들 안에서 육화되고 토착화된 교회와 자율성의 필요성을 강도 높게 주장하였는데, 특히 일본과 인도네시아 주교단이 주교회의 차원에서 심사 숙고와 진지한 숙의 과정을 거쳐 개진한 입장 표명은 다가오는 천년기의 지역 교회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모은 바 있다.

 

(1) 일본 주교회의는 1996년 9월 3일 로마에서 영어와 불어로 공표된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를 위한 의제 개요를 3개월에 걸쳐 일본어로 번역하고, 12월 17일에 번역문을 각 교구에 배부하여 교구장들이 교구 사제들과 약 2개월에 걸쳐 공부하면서 의견을 수렴하여 의제 개요에서 제기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작성하고 1997년 2월 18일부터 21일까지 비상 총회를 개최하여 로마 교황청에 제출할 공동 답변을 준비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일본 주교들은 ‘의제 개요’ 자체가 서구 교회의 맥락 안에서 작성되었기 때문에 일본 교회나 아시아 교회에 부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4개월의 준비 기간 동안에 교회 각계 각층의 견해를 수렴하여 1997년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정기 총회에서 주교 대의원 회의 개최상의 방법론에 관련된 대안적 제안과 ‘의안집’과 관련된 대안적 내용을 담은 일본 교회의 공식 응답서를 바티칸의 주교 대의원 회의 사무국에 보냈다.12)

 

일본 주교회의는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의 개최 과정과 취급 내용에 대해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비판을 하고 제기된 질문에 응답하는 대신 아시아적 현실과 심성을 고려한 대안을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다. 일본 주교회의는 주교 대의원 회의의 전반적 지침이 로마 사무국에 의해 작성될 것이 아니라 아시아 주교들에게 일임되어야 하며, 주교 대의원 회의 진행에 있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언어인 이태리어, 영어, 불어, 독일어와 스페인어 등 서양어 외에 아시아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교 대의원 회의 참가 아시아 주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하는 한편, 신학적으로도 ‘구별’(distinction)과 ‘상위성’(differences)을 강조하는 전통 서구 신학과 달리 구별보다 ‘창조적 조화’(creative harmony)를 추구하는 동아시아 전통에 상응하며, 머리로만 파악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당신의 생생한 현존과 활동을 통해서 마음 안에서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에 정초한 아시아적 신학적 입장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아울러 복음화가 ‘세례자 숫자’가 아니라 ‘복음화의 사명에 대한 충실성’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시아 교회들과 바티칸 성청과의 관계에서는 ‘중앙집권화’(centralization)가 아니라 ‘단체성’(collegiality)에 정초한 관계로서 지역 교회의 정당한 자율성 인정을 특별히 제안하기도 하였다. “지역의 복음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토착화를 격려하기 위하여, 아시아 교회들 사이에 실질적 연대성을 이룩하기 위하여 지역 교회에 신뢰를 보여주고, 행정을 비롯한 기타 문제에서 지역 교회들의 독립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염원을 간곡하게 표출한 것이다. 이 공식 응답서는 제삼천년기를 겨냥한 일본 교회의 비전이 담긴 중요한 역사적 문헌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주교 대의원 회의 참가 일본 주교들은 각 지역 교회 주교들의 발언이 시작된 제3차 회의 벽두부터 ‘일본 또는 아시아적 교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역할을 분담하여 치밀하고 체계적이며, 밀도 높은 내용으로 개진하였다.

 

오사카의 이케나카(Jun Ikenaka)대주교는 아시아에서의 교회 선교 활동이 사도 시대로까지 소급되면서도 진전 상태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의 심성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서구 그리스도교계는 하느님과 우주 세계 사이를 명백히 구별하고 하느님의 부성적 면을 강조하는 데 비해, 동아시아인들은 하느님의 만물 포용적 자비의 상념에 더 많이 이끌리기 때문에 종교적 예술과 교리 차원에서 모성적 면을 강조하여 교회가 사람들을 내밀함에로 초대하는, 더욱 따뜻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면모를 지니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나고야의 노무라(Junichi Nomura) 주교는 일본이나 기타 아시아에서는 일상적이고 신앙적 생활에서 보는 ‘눈’이 듣는 ‘귀’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은 가르침보다 증거로써 더 많이 확신하게 된다는 아시아 주교들의 주장을 대변하였다. 그래서 “아름다운 말과 가르침, 윤리 명령으로 쓰인 복음보다 삶으로 체현되는 복음이 더 많은 신뢰성과 확신을 갖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영성과 함께 이루어지는 복음화 작업은 항상 풍성한 결실을 보지만, 영성이 결여된 복음화 작업은 신자들에게는 부담만을, 비신자들에게는 스캔들만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말하면서 아시아에 뿌리내린 영성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하였다. 요코하마의 하마오(Fumio Hamao) 주교는 일본 교회가 전쟁의 비인간성과 비복음성을 선포하지 못하여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평화를 위해서 투신하되 모든 피조물과 자연까지 ‘우리의 형제 자매’로 대하면서 모든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자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오시카와(Toshio Oshikawa) 주교는 그리스도교적 생활과 교회 규율, 전례 표현과 신학의 규범들이 서구 교회의 것으로 머물러 있어 서구인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좋을지 모르나 동아시아나 일본에서 신앙과 영성, 그리고 윤리적 생활에서 진전을 이루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다. 동경의 시라야나기(Seiichi Shirayanagi) 추기경도 그리스도교가 아시아에서 낯설게 보이는 주된 이유는 아시아 지역 교회들이 지역민들의 삶과 그들의 역사, 그리고 투쟁과 꿈과 무관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입장에 따라 여러 차원의 대화, 행동과 신학적 논의, 그리고 종교 체험과 삶을 통하여 교회가 지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 안에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가사키의 시마모토(Kaname Shimamoto) 대주교 역시 아시아의 문화적 맥락 안에서 서구 문화적 성격들이 사라지는 토착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리스도교가 아시아인들에게 항상 ‘낯선’ 종교가 될 것이기에 관상과 깊은 영성의 대륙인 아시아에서 전례 개혁 등 토착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2) 인도네시아 주교회의는 의제 개요에 대한 응답에서 교회의 중앙집권적 권위에 대한 비판적 입장과 함께 고유한 아시아 신학의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생활 양식’으로서의 토착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더욱 큰 재량권을 요청하고 나아가 중동 지역 동방 교회의 총주교좌와 비견되는 ‘동아시아 총주교좌’ 가능성을 연구하는 기구를 창설할 것을 요청하였다.13)

 

인도네시아 주교단은 아시아 교회의 특수한 응답들은 ‘공동체들의 친교’로서 보편 교회에 대한 저들의 기여로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강생의 신비에 정초하고 있는 토착화가 고유한 지역 문화의 요소들을 활용하여 신앙을 표현함으로써 지역 신자들과 사회조차 교회가 진정 자신들의 것으로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토착화 과정을 돕기 위하여 아시아나 인도네시아 신학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토착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하여 보편 교회는 좀더 개방적이어야 하고 자신의 사고 방식을 바꾸고 구체적 생활 환경에 응답함에 있어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지역 교회에 허용할 태세를 갖추어야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지역 주교회의들이 토착화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좀더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주교회의는 지역 교회의 자율성 확보를 요청하는 같은 맥락 안에서 ‘동아시아 총주교좌’의 설립을 요청한 것이다. 이것은 서방 교회의 수위성을 상대화하고 동아시아 지역 그리스도 신앙의 진정한 토착화를 고무시킬 것이라는 취지에서 이를 요청한 것이다. 총주교는 관내의 모든 주교들과 성직자들과 신자들, 그리고 특수 전례(이를테면 로마 전례나 시리아 전례 등)에서 관할권을 보유한다. 총주교좌에로의 교회 분할은 교회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니케아 공의회(Conc. Niceanum, 325)는 알렉산드리아와 예루살렘의 총주교좌 자격을 인정하였으며, 후에 콘스탄티노플과 안티오키아도 총주교좌 명칭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총주교들은 교회 행정에서 보조성의 예가 된다. 각 총주교는 자신의 총주교좌의 주교 선출에 가장 적합한 양식으로 책임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인도네시아 주교회의가 이러한 권한을 지니는 ‘동아시아 총주교좌’ 설립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2) 아시아 주교들은 아시아에 만연되어 있는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불의와 부조리로 말미암은 수많은 민중의 비참과 가정의 붕괴 현상 같은 사회 경제적 소외를 ‘사랑의 문화, 문명’ 건설 차원에서 극복하고자 하는 진지한 입장을 표명하였다.14)

 

한국 주교들은 죽음의 문화로서 물질주의의 팽배와 전통적 가치 질서의 붕괴로 말미암은 가정의 붕괴와 점증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말레이시아 주교들도 교회가 경제 개발과 소비주의, 그리고 개인주의에서 비롯하는 부정적 영향들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였음을 지적하였다.

 

대만 주교들은 경제 성장이 아시아에서 일고 있으나, 근로자들의 처지는 개선되지 않고 사회나 교회 지도자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경고하였다.

 

대만 주교들은 사회 전체가 이윤 추구와 소비주의에 지배받고 열심히 일하고 단순히 생활하는 전통 정신이 사라졌으며, 가치 질서가 혼란에 빠져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적 공허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실업자 수가 높아서 사람들이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금전을 모으는 데 더 열심이라고 덧붙여 말하였다. 필리핀 주교들은 자주 불의로 일어난 민중의 비참한 빈곤, 부자와 빈자들 사이의 스캔들적인 격차, 소수 엘리트에게 장악된 권력 집중에 대해 언급하였다. 인도 주교들도 당연하게 수많은 아시아 민중의 참상에 직면하여 교회가 빈곤을 극복하고 문맹을 퇴치하며, 건강-복지 체계의 확장을 위해 투신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세계화한 시장 질서 안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현실 앞에서 교회가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기 위하여 약소 집단을 보호하고, 국제 부채를 경감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인도 주교들은 인도가 자연 자원들을 조직적으로 남용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독립 50년 만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여서 인구 문제가 인도에만 도전이 될 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전체에 문제가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인도 주교들은 교회 안에서 드러나는 모순, 이를테면 교회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선포하면서도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이와 상반되는 현상들이 스캔들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도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가부장적 구조들이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억압하며, 몇몇 교회 제도들이 부유층과 권력층들에게 더 많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점점 더 많은 신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대만 주교들 역시 교회 구조가 교계 제도적이어서 남성과 여성의 평등성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 주교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친교로서의 교회’가 강조되고 있지만, 교회가 자기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폐쇄된 친교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되고, 다른 종교 신봉자들과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며, 사회 안에서 토착화된 공동체가 되어서 자신을 ‘그리스도인 공동체들’ 안에 국한시키지 말고 진정한 인류애를 실현하는 데에 적극 참여하면서 좀더 큰 ‘인간 공동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증거하기 위해 ‘그리스도인과 인류 공동체들의 공동체’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고 다짐하였다.

 

 

3. 제삼천년기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

 

제삼천년기에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 안에서 수행할 사명에 관하여 생각하기로 한다.

 

고도로 발달한 교통과 통신 수단을 통하여 지구촌이 된 세계 안에서 한국 교회는 제삼천년기에는 여러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이 표출한 염원인 ‘아시아적 교회’를 창출하려는 의지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이의 실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그리스도의 구원 행업으로서 ‘사랑의 문화, 문명’ 건설을 위해 이웃 사촌 교회로서 다른 아시아 교회들과 더불어 돈독한 친교를 나누면서 곤경에 빠져있는 아시아 교회들과 형제 자매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1)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는 아시아 교회 안에서 각국 교회의 위상과 현주소를 세계 교회에 알리는 장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각국 교회 지도자들이 지역 교회의 현실과 복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여기는 주제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제이천년기를 보내고 새로운 제삼천년기를 맞으려는 준비 자세와 비전 제시 여부가 그대로 세계 교회 무대 위에서 펼쳐짐으로써 다른 지역 교회 지도자들의 자세와 입장과 비교되는 일이 자연스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에서의 공동 회합을 통해 정립된 입장들이 여러 지역 교회 주교들에게서 부연되는 일이 광범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특히 일본과 인도네시아 주교단의 입장 표명은 충격과 경탄을 자아냈다. 이들 교회들은 수치상으로 우리 교회보다 복음화율이 훨씬 낮은 교회이면서도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진지하고 치밀한 연구와 광범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깊이 있고 체계적인 신학적 논거에 바탕을 두어 제삼천년기 미래 비전에 해당하는 입장, 곧 ‘서구 교회’의 입장과 구별되는 ‘아시아적 교회’의 대안을 의연하게 제시하고 아시아 교회의 자율성 요청을 당당하게 제안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밝힌 주장과 요청한 제안 내용들이 즉각적으로 보편 교회의 공식 입장으로 수용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25년 동안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 과정을 통해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을 집약 정리한 것이기에 제삼천년기 중에 보편 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고 아시아 교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실천 단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은 제일천년기와 제이천년기 동안에 보편 교회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온 구미의 이른바 동방 ‘제1 교회’와 라틴 ‘제2 교회’에 속한 지역 교회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이래 쇠퇴 기미를 완연히 드러내고 교회 안에서 다수 교회의 입장에서 소수 교회로 전락하는 데 비해,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교회들은 이미 소수 교회에서 다수 교회로 탈바꿈하여 제삼천년기에는 보편 교회 안에서 간섭받는 교회가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교회 등 ‘제3 교회’가 속한 지역에서의 대다수 민중의 여전한 빈곤과 사회 부조리로 말미암아 교회들도 진통을 겪고 있거나, 국민 대비 신자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러 지역 교회들이 이슬람교나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전통 종교들의 위세에 눌려 현상 유지에 급급하거나, 나아가 거의 만회 불가능한 침체 상태로 빠져드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제삼천년기에 세계적 중요성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인접 일본이나 대만 교회들이 바로 현상 유지도 힘들 정도로 침체해 있는가 하면, 공산 사회주의 국가들인 중국과 북한 교회들은 신앙의 자유를 크게 아니면 거의 전적으로 제약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이고 아시아적인 교회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는 지난 1970년대 이래 높은 경제 성장력을 이룩한 사회 안에서 이례적으로 경이적인 외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350여 만 명의 신자들을 포용하면서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필리핀 다음으로 공산 베트남과 함께 국민 대비 7%를 상회하는 가장 높은 복음화율을 보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한국 교회는 아시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여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는 비용을 들여 대규모의 본당, 회관, 학교. 병원, 복지 시설 및 기타 시설을 다수 건립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가운데 본당 사목과 사회 복지 사목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교회는 1970년대 이래 인권이 제약되는 권위주의적 군사 정권 아래에서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및 민주화 실현을 위해 투신하는 가운데 범국민적 신뢰를 받으며 사회적으로도 다른 어느 집단에 못지않은 높은 위상을 확보하기에 이르렀으며, 많은 신자들이 사회 주류층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등 해당 사회 안에서 소수 주변층에 머물러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다른 인접 지역 교회에 비해 실로 괄목할 만한 활력을 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필리핀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한국 교회와 같은 강력하고 드높은 위상을 사회적으로 확보한 지역 교회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2) 그런데 새로운 천년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한국 교회는 갈림길에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 교회 안에는 제삼천년기의 여명기인 아직까지도 입으로는 변화와 쇄신을 이야기하면서 행동으로는 구태 의연한 자세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현상 유지를 도모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자아내는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 교회가 지난 7,80년대에 이룩한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과 사회-경제적 안정과 인정에 자족한 나머지(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입교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냉담자와 행방불명자 수가 날로 증가하는데도 현 교회 상태를 ‘이대로!’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여러 지도층에서 별 어려움 없이 감지된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국가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는 가운데 수입 감소와 물가고, 그리고 실업자의 대량 증가로 말미암아 국민 대다수가 경제난과 정신 불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변화가 광범하고 심층적으로 생활 전영역에서 일고 있는 세계와 교회 질서 안에서 대두되는 도전과 제기되는 요청에 적극 대응하여 면모를 새롭게 하여 민족과 아시아의 새 복음화를 실질적으로 선도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갈림길에 서있다고 믿는다.

 

한국 교회가 제삼천년기에 택해야 할 바람직한 진로는 분명하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안정적 여건에 있는 지역 교회로서 한국 교회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역할을 아시아 교회 안에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에서 이미 정립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기본 입장인 삼중적 대화, 곧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 지역 문화와의 깊이 있고 진지한 대화를 전개하여 ‘한국적이고 아시아적인 교회’가 형성되도록 적극 투신하여 이를 모범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이다. 제삼천년기를 겨냥한 한국 교회의 새 복음화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법과 표현,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여 민족 복음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국내적 사목을 겨냥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으로 아시아 또는 인류 복음화를 자기 본연의 목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삼천년기에 민족과 아시아 교회의 새 복음화를 수행하는 데 있어 교회의 공식 입장을 정립하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진지한 연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주교 대의원 회의를 계기로 하여 일본 주교단이 깊이 있는 연구 과정을 거쳐 거시적 안목으로 치밀하게 마련된 청사진을 세계 교회 앞에서 정연하게 제시하는 모습에서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이에 상응하는 구도적 자세를 접하게 된다. 한국 교회도 아시아와 세계 인류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웃 아시아 교회들과의 연대를 도모하면서 한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실정에 적합한 사상, 전례, 사목 모델 등을 정립함으로써 한국 교회의 질적 성숙을 도모하고 아울러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는 말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0년대에 아시아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아시아 현실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교회가 한국에서 부과되는 ‘새 복음화’의 시대적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제삼천년기]를 따라 과거와 현재의 과실을 진정으로 회개하여 자기 쇄신을 이룩한 기반 위에서 세계 안에서 주도적인 지배-정복 지향적 ‘죽임의 문화, 문명’을 지양하고, 공존-섬김 지향적 ‘사랑의 문화, 문명’을 창출하는 데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이러한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한국적-아시아적 교회’ 창출을 위한 토착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가 역사적 대전환기에 드러나는 ‘시대의 징표’에 유의하면서 그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구도적 노력을 진실하고 결연한 자세로 해 나갈 때, 민족과 아시아의 복음화 실현과 아울러 세계 교회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성숙한 모습을 드러내고 제삼천년기에 구원을 위한 민족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 인류의 희망의 표징으로 자리잡게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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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후로 이번 로마 주교 대의원 회의 아시아 특별 총회를 ‘주교 대의원 회의’로 약기함.

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제삼천년기], 졸역,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38항 참조; 요제프 톰코 추기경, “아시아 교회 - 아시아 대륙의 현실과 기억과 경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회보] 제89호(1995.9.), 19면 참조.

3) “Pope John Paul II's Adress to the Catholic Bishops of Korea”, L'OSSERVATORE ROMANO, N.13, 27 March 1996, 5.12면 참조.

4) 요제프 톰코, 같은 글, 19면 참조.

5) [교회의 선교 사명]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1, 37항; 30. 40. 55. 91항도 참조.

6) 요제프 톰코, 앞의 글, 21면.

7) 같은 글, 19면.

8) “Asia Synod ends, but impact far from over”, National Catholic Reporter, 29 May 1998, 28면 참조. 

9) 요제프 톰코, 앞의 글, 21면 참조.

10) “In tug of war at synod, curia gets the last word”, [National Catholic Reporter], 29 May 1998, 16면 참조.

11) “아시아 주교 대의원 회의 중간 소식 - 발제 내용 수렴 과정”, [평화신문] 1998년 5월 10일, 국제 면 참조.

12) 미국 가톨릭 주간 신문 National Catholic Reporter에는 바티칸 당국에 제출된 일본 교회의 공식 응답서 전문이 게재되어 있으며, 이하 본문 내용도 이에 의거하여 작성될 수 있었다: “Official Response of the Japanese Church to the Lineamenta”, National Catholic Reporter, 27 March 1998, 10-12면 참조.

13) “Synod for Asia”, National Catholic Reporter, 10 April 1998, 12-16면 참조.

14) 같은 글 참조.

 

[사목, 1998년 8월호, 심상태(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교의신학,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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