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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구세주께서 오실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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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07 ㅣ No.972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구세주께서 오실 곳은 어디인가?

 

 

대부분의 한국 신흥종교들은 곧 닥칠 종말에는 세상을 심판하고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오신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분이 오실 곳은 단연코 우리나라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대순진리회를 비롯한 대다수의 민족종교들은 세상이 위기를 맞게 된 까닭은 수만 년 동안 쌓여온 원한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사회적 갈등과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적된 원한들을 풀어주고 지상천국을 마련해주실 제세주(濟世主)께서는 원한이 가장 많이 쌓인 곳으로 오실 것인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강대국으로부터 침략과 압제를 받아왔고 민중이 지배계급으로부터 극심한 억압과 수탈을 당해 원한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이기 때문에 그분께서 강세(降世)하실 곳은 우리나라라고 강조한다.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들 역시 구세주의 재림 장소는 우리나라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단 종파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내세운다.

 

첫째로, 대부분의 이단 종파들은 성경의 “나는 또 다른 한 천사가 살아계신 하느님의 인장을 가지고 해 돋는 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묵시 7,2)라는 구절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승리를 불러오는 이를 누가 동방에서 일으키셨느냐?”(이사 41,2)는 구절, 그리고 “나는 해 뜨는 곳에서 그를 지명하여 불렀다”(이사 41, 25)라는 구절 등을 들면서,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동방의 해 뜨는 나라’라고 불려왔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동방’이나 ‘해 뜨는 곳’이란 바로 우리나라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세주가 오실 장소는 우리나라라고 주장

 

둘째로, 이단 종파들은 우리나라의 민족사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들은 세상의 죄악을 씻어 낸 노아홍수는 40일간이었고, 이스라엘민족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는 40년이 걸렸으며,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위해서나 엘리아가 ‘하느님의 산’인 호렙산에 이르기까지,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기 이전에,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40일간 세상에 머무르셨다는 성서의 내용들을 들어, ‘낡은 시대’로부터 ‘새 시대’로, ‘악의 세계’로부터 ‘선의 세계’로, ‘고통의 시대’로부터 ‘행복의 시대’로 넘기 위해서는 ‘40’이라는 숫자가 채워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 ‘40’이라는 숫자는 준비의 과정, 성화(聖化)의 과정, 그리고 고통의 과정을 뜻하는데, 우리민족은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일본의 식민 상태로 들어간 이후 1945년 해방이 되기까지 40년 동안 일제로부터 모진 수난과 고통의 과정을 겪어냄으로써 ‘새 시대의 새 이스라엘’로 간택 받기 위한 준비와 정화의 기간을 채웠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1945년 이후 우리민족은 ‘새 시대의 새 이스라엘’, ‘새 선민’으로 선택받았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것,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 등은 우리민족이 ‘새 시대의 새 선민’으로 간택 받았다는 증표이고, 재림주께서 우리나라에 오신다는 점을 나타내는 증표라고 주장한다.

 

셋째로, 일부 이단 종파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통일교에서는 재림주께서 오시는 까닭은 악의 세력을 거꾸러뜨리고 선의 세계를 세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분은 선의 세력과 악의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곳으로 오실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선의 세력인 민주주의와 악의 세력인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구세주께서 재림하실 곳은 우리나라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넷째로, 일부 이단 종파들은 정감록을 비롯한 비결신앙을 들기도 한다. 이들은 구약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구세주를 보내실 때에는 그분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예언의 소리를 먼저 보내주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도령’의 출현을 알리는 정감록을 비롯하여 구세주께서 오실 것이라는 여러 예언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다섯째로 이단 종파들은 구세주께서 임하시기 위해서는 그분을 영접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민족은 옛적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과 충효열(忠孝烈)의 심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는 천주교와 개신교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어 재림주를 영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 구세주께서 나타나실 것이라는 신흥종교들의 교리는 강한 민족주의로 연결된다. 이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우리나라에 오신다면, 새로운 세상을 밝힐 ‘새 진리’나 ‘새 진법(眞法)’ 또는 ‘새 원리’는 우리나라에서 출현하여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세상을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고, 앞으로 전 세계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나의 대가족으로 통합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나라는 세계통합의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세계역사를 이끌어가는 ‘주도국’ 또는 ‘상등국’(上等國)이 될 것이고, 한국어는 세계의 공통어 또는 모국어가 될 것이며, 지상천국이나 천년왕국 또는 후천선경도 우리나라에 실현된다는 강한 민족중심주의로 연결된다.

 

이러한 교리에 따라 신흥종교에서는 우리나라를 ‘원주인’(단군교), ‘선지자와 사제장적 주체국’(삼광수도원), ‘세계 통일의 새로운 왕국’(새일수도원), ‘복 있는 나라’(세계일주평화국), ‘천하만국의 구세주’(정도교) 등으로, 그리고 우리민족을 ‘종말의 사명자’(새일수도원), ‘동방선민’(동방교) ‘성민(聖民)’(동방교)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구세주의 재림은 공간적인 장소의 의미를 초월

 

이와 같이 신흥종교들은 강한 선민의식을 부여함으로써 외세 열강들에 의해 손상된 민족적 정체성과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한편, 민족의 영광스러운 앞날을 제시하기도 한다. 일부 학자들이 신흥종교를 ‘민족종교’라고 부르는 것이나, 여러 신흥종교들이 연대하여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신흥종교에 대학생들을 비롯한 청년층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지식인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구세주께서 세상에 오시는 이유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분은 세상 전체를 구원하시려고 오시는 것이다. 따라서 그분의 강림이나 활동을 어느 한 장소에 국한시키는 것은 편협한 사고일 수밖에 없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구세주의 재림은 공간적인 장소의 의미를 초월한다. ‘종말’이란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뜻한다. 따라서 구세주께서는 특정지역에 재림하시는 것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세상 모든 곳에 다시 오신다고 믿는 것이 올바른 그리스도 신앙이다.

 

“그때에 누가 너희에게 ‘보라, 그리스도께서 여기 계시다!’, 또는 ‘아니, 여기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라.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 할 수만 있으면 선택된 이들까지 속이려고 큰 표징과 이적들을 일으킬 것이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미리 말해 둔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광야에 계시다.’ 하더라도 나가지 마라. ‘보라, 골방에 계시다.’ 하더라도 믿지 마라. 동쪽에서 친 번개가 서쪽까지 비추듯 사람의 아들의 재림도 그러할 것이다. 주검이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든다.”(마태 24,23~28).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7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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