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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시복시성 절차법 해설: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시복시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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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14 ㅣ No.834

[시복시성 절차법 해설]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시복시성 추진

 

 

시작하며

 

지난 호에 ‘103위 한국 순교 성인의 시복시성 절차와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 시복식이 두 번, 시성식이 한 번 있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그리고 103위 한국 순교 성인의 탄생은 주로 파리 외방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이루어졌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각 교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주교회의 차원으로 통합된 ‘조선 왕조 치하의 순교자와 증거자’ 시복 추진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시복 추진 노력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1982년 9월 9일에 제1차 시복시성 추진위원회를 열고 초기 순교자의 시복시성 추진사업을 논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103위 한국 순교 복자의 시성 추진과 상충될 소지가 있어 그 추진이 일시 중단되었다가, 시성식 직후 1984년 6월 24일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들인 광암 이벽 요한 세자와 그 동료 순교자 및 증거자들’의 시복 추진이 선언되었습니다.

 

2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김남수 주교님은 이 선언을 통해 98위 순교자와 증거자들의 시복 추진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위원회가 그 소임을 다하고 1984년 12월 31일부로 해산되자 시복 추진 업무는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소관이 되었습니다.

 

1985년에 주교회의는 시복 추진을 해당 교구별로 분리하여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수원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창설 주역 5위(이벽, 이승훈, 정약종, 권일신, 권철신) 순교자 시복에 전념하였습니다. 이후 그 과정이 지속되다가 1988년 세계성체대회 준비와 103위 성인 신심의 위축을 이유로 그 추진을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주교구는 세계성체대회를 맞이하여 ‘첫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4위’ 순교자 시복 추진에 적극적이었고, 1989년 4월 12일자 시성성 공문을 통해 ‘장애 없음’을 통보받았습니다.

 

청주교구는 1995년부터 “최양업 토마스 신부에 대한 전기 자료집”을 발간하면서 조선 왕조 치하의 증거자 최양업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 운동을 구체적으로 전개하였습니다. 수원교구는 1996년 ‘윤유일 바오로와 동료 7위’ 순교자 시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그해 10월 24일자 시성성 공문을 통해 ‘교령과 장애 없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당 교구마다 시복시성 추진이 활발하게 일어나자, 이를 효율적으로 주교회의에서 통합 추진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주교회의 차원의 시복시성 통합 추진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한국 순교자 시복시성 통합 추진’이 결정되었고, 1998년 10월 12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각 교구 담당신부들이 모여 ‘시복시성 통합 추진 회의’를 열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999년 1월 28일에 첫 회의가 열렸고 8개 교구 담당자들이 모여 ‘통합 추진과 그 방향에 대한 종합적인 협의’를 하였습니다.

 

1999년 9월 7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 11개 교구 담당자들이 참석하여 각 교구의 시복시성 추진 현황을 검토하고 대구대교구의 ‘하느님의 종’ 명단 · 약전과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의 시복시성 추진 자료를 검토하였습니다.

 

2000년 2월 16일에 열린 3차 회의에서 10개 교구 담당자들이 참석하여 시복시성 추진 교구 순교자, 그 무덤 소재지, 탄생지, 활동지, 순교지, 순교자 현양지 등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또한 수원교구 1차 추진 대상자와 2차 추진 대상자 명단과 자료를 검토하였습니다.

 

2000년 8월 21일에 열린 4차 회의에서 8개 교구 담당자들이 참석하여 각 교구별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의 구체적인 숫자를 검토하고 그 대상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각 교구 담당신부들은 네 차례의 회합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담당주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주교회의에 건의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통합 추진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자 안건을 담당할 신부를 지명하여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00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의 ‘시복시성 추진 교구들의 교구장 주교 연석회의’에서 주교님들은 안건의 추진자(청구인)에 김종수 요한 신부, 안건의 법정 대리인(청원인)에 류한영 베드로 신부를 지명하였습니다.

 

한편, 주교회의에서는 “이러한 통합 추진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시성성에 문의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2000년 12월 4일 이에 대한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교황청 시성성은 2000년 12월 19일 공문(Prot. N. VAR 5201/00)을 통하여 다음과 같이 답신하였습니다.

 

① 하느님의 종들이 같은 박해 동안 곧 같은 상황에서, 그리고 같은 장소 곧 조선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공동으로 하나의 새로운 단일 안건으로 묶을 수 있다.

 

② 통합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 주교회의를 청구인으로 선언하는 것이 좋으며, 개별 주교들은 그들이 선출한 교구장 주교에게 시복시성 추진의 권한을 부여하는 데 동의하는 서명을 해야 한다.

 

③ 선출된 교구장 주교가 시성성에 ‘교회 법정의 권한에 관한 교령(Decree of competence of ecclesiastical forum)’을 발표해 주도록 요청할 때는 기존의 어떤 안건들이 어떤 새로운 안건으로 합쳐졌는지를 밝히고, 새 안건의 제목, 대표되는 하느님의 종의 이름, 그 동료 하느님의 종들의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

 

관련 각 교구에서 추진하던 시복시성 안건을 통합한다는 것은, 시복시성 안건 추진자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되어 ‘요한 바오로 2세의 1983년 1월 25일부 교황령 Divinus Perfectionis Magister(완덕의 천상 스승)’과 ‘주교들이 행할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시성성, 1983년 2월 7일)에 따라 조선 왕조 치하에서 신앙을 증언한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단일한 안건으로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진행되도록 주교회의는 시성성과 공문을 주고받으면서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시성성의 지도 공문을 받은 주교회의는 그 지침에 따라 2001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시복시성 추진 담당 교구장 주교에 그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며 마산교구장인 박정일 미카엘 주교를 선출하였습니다.

 

또한 2001년 3월 22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의 결정대로 “통합추진에 있어서 ‘주교회의가 청구인’이 되며 그 추진에 따른 권한을 마산교구장 박정일 미카엘 주교에게 이행한다.”는 사실에 대해 서면 동의하고 선언하였음을 2001년 6월 9일자 공문(Prot. No. 108/2001)을 통해 시성성에 알렸습니다.

 

이 공문에 대해 시성성 장관 호세 사라이바 마르틴스 추기경은 몇 가지 유념하여야 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① 안건 청구인과 증거 수집을 위하여 예비심사를 하는 관할 교구장 주교는 법적으로 구별된다(“시성 절차법” 제1조, 제2조 1항 참조 ; “주교들이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 제1조 가항, 제5조 가항 참조). 따라서 마산교구장은 주교회의의 일원으로서 청구인이 되고 교구장으로서 관할권자가 되므로 이에 대한 관면을 요청하여야 한다.

 

② ‘같은 장소에서(조선) 같은 박해 기간에(조선 왕조의 박해)’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을 단일 안건으로 추진이 가능하나, 그런 경우에도 증거 수집은 하느님의 종 개인별로 하여야 한다.

 

③ 영웅적인 덕행의 삶을 보여주고 자연사한 증거자의 안건은 개인별로 하여야 하며 순교자들 안건과 한데 묶이지 않는다.

 

④ 마산교구의 예비심사 권한을 위한 관면을 시성성에 요청하기 전에 안건의 제목, 동료 순교자들의 숫자, 대표 하느님의 종을 제시하여야 한다.

 

통합 추진 교구 담당자 5차 회의는 2001년 6월 18일 마산교구청에서 박정일 주교님이 주재하셨습니다.

 

4차 회의까지는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회의실에서 열렸지만 새로 담당주교님을 모신 관련 교구 담당신부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산까지 내려가서 여러 가지 중요한 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9개 교구 담당신부들이 참석하여 이전 회의에서 검토되었던 결과들을 주교님께 보고하고 시복시성 통합 추진 대상자 확인 작업과 확정을 위한 실무진 구성에 대한 협의를 하였으며, ‘한국 순교자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설치를 건의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또한 시성성의 ‘교회 법정의 권한에 관한 교령’ 신청을 준비하고 그 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곧, 하느님의 종 선정 문제에 관해 담당주교와 청원인 신부가 그 방안을 모색하고, 통합 추진 방향은 첫째 창립선조들의 건, 둘째 103위 성인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순교자의 건(신해박해~병인박해의 순교자), 셋째 최양업 토마스 신부와 김범우 토마스 등 증거자의 건을 분리하여 진행하되 일차 추진은 순교 사실이 명확한 분들을 우선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들은 단일 안건을 준비하는 과정들에 대한 것입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순교자의 시복 안건을 준비하는 데 30여 년이 걸렸습니다. 많은 사람의 기도와 정성이 쌓여야 이루어지는 것이 시복시성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음 호에는 단일 안건에 대한 시성성 교령, 법정 구성과 진행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류한영 베드로 - 신부.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청주 연수동성당 주임.

 

[경향잡지, 2010년 8월호, 류한영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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