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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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21세기 새로운 칠죄종4: 마약거래와 복용 - 또 다른 쾌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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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041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4) 마약거래와 복용 - 또 다른 쾌락의 세계?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중독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인간’인 우리의 지능과 의지력을 지배하고 결국 전인적으로 타락하게 한다.


마약중독의 실태

인터넷 신문인 「헬스경향」(2013.1.1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8명 중 1명이 중독자로 이른바 ‘중독사회’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4대 중독은 도박, 알코올, 인터넷, 마약이며, 우리 인구 약 5,000만 명 중 중독자는 618만 명에 이른다(이해국, 2012년). 이중에서 마약중독자는 10만 명이며, 이들을 위한 사회 · 경제적 비용은 2조 5,000억 원이 든다.

마약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심각한 것은 마약중독은 반드시 2차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마약중독의 환각상태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의 위험도는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해 국가질서가 위태로워지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40대 마약사범의 경우 2001년 2,667명으로 전체 마약사범 9,148명 중 26.4%의 비율을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37%인 3,939명으로 증가했으며, 50대의 경우도 2001년 560명(5.5%)이었던 것이 2008년 1,173명(11%)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60대 이상도 2001년 429명(4.2%)에서 2007년 709명(6.7%)으로 증가하는 등 마약에 손을 대는 연령층이 확산되고 있다.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1년 마약범죄백서 분석 결과, 마약을 사용 또는 공급하는 사범의 직업군 중 생산 · 근로계층인 20-40대 무직자가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류의 73%를 차지하는데, 직업별로 보면, 무직이 32.5%로 가장 많았고, 농업 4.0%, 노동 3.8%, 서비스업 2.9%, 유흥업 2.6% 순이며, 금융서비스업, 회사원 등 화이트칼라층과 주부층도 증가하고 있다. 마약의 밀매와 유통 경로 또한 다양화되고 있어, 유흥가, 조직폭력배, 인터넷 주문과 소포, 국제우편이나 택배, 연예계를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2012년 관세청 국제마약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류는 232건, 33.8kg(636억 원 상당)이며, 전년대비 건수는 33%, 중량은 15%로 각각 늘었다. 종류별로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116건, 20.9kg으로 69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며, 신종마약류 일명 스파이스(JWH-018) 등 합성대마가 27건(7kg), 대마는 46건(2.5kg) 등이 단속에 걸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는 항정신약물인 PCP, 마취제 미다졸람, 2011년에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플(일명 우유주사)에 이르기까지 마약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마약중독의 특징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약중독 진단기준은 ①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꾸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의존성), ② 사용할 때마다 양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으며(내성), ③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이상을 일으키며(금단증상), ④ 개인에게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상태를 말한다.

마약은 사용을 중단하게 되면 격렬한 금단증상, 내성과 중추신경계의 변화 등을 일으켜 마약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며, 종국에 가서는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황폐화시키는 물질이다.

마약중독의 원인으로는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 등이 있다. 최근의 사회문제인 고령화사회, 저출산, 청·장년층의 실업문제 등이, 한창 돈을 벌어야 하는 생산계층인 청·장년층을 마약이라는 순간적 만족과 쾌락에 빠져들게 하고 결국 중독자로 타락하게 만든다.


하느님의 사랑 실천이 전인성 회복 원천

우리 사회에서는 낙인효과에 따라 마약 중독자를 범죄자로 인식하며, 무관심과 선입견, 적대감 등으로 가득 차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인간의 생명 회복과 치료와 예방을 위한 작업의 제일차적 귀감은 참사랑 실천이다.

이것은 유일하고 진실하고 분리될 수 없는 그리스도교적 가족 사랑을 뜻한다. 그리스도교적 모델 가정은 마약중독자인 가족 구성원을 위해 고통과 희생을 실천하기도 하며, 무한한 그리스도적 애정을 나눠주기도 하는 곳이어야 한다.

몇 해 전 외국에서 유학하던 학생과 그의 부모가 우리 사목센터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어린 아들을 조기유학 보내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하고 명문대학에 합격해 기뻐했는데, 기쁨도 잠시 학교 측에서 학부모 면담을 요청하며, 아들이 마약복용을 한 정황이 있어 마약중독치료를 받은 확인서를 첨부해야 조건부 입학을 허가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상담을 해나가면서, 어린 소년이 낯선 이국땅에서 부모와 떨어져 불안감도 감추고 무조건 잘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언어의 한계 등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마약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몹시 아팠다. 다행히도 짧은 여름 방학기간에 이 학생은 마약중독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이처럼 개인의 신체적 · 정신적 · 영적인 건강을 균형 있게 유지하려면 건강한 가정이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건강한 가정들이 건강하고 희망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참사랑의 실천, 곧 겨자씨 한 알을 귀히 여겨 잘될 것이라는 믿음과 미래에 대한 소망,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느님의 참사랑을 가정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마약중독에서의 진정한 탈출이고 부활일 것이다.

* 김지연 클라우디아 -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10년째 상담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으로 석사학위를, 가족치료와 가족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와 국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4월호, 김지연 클라우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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