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윤리] 21세기 새로운 칠죄종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 바늘귀를 통과한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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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3 ㅣ No.1037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 바늘귀를 통과한 낙타, 유일한 박사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루카 18,25).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다.

실제로, 지난 수천 년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백만장자였지만 그분만큼은 반드시 천국에 가셨을 것이라고 만인에게 확신을 주는 부자가 그리 많지 않다. 생전에도 숭앙이나 존경을 받기는커녕, 살아있는 내내, ‘수전노’니, ‘돈벌레’니, ‘큰 도둑’이라 불리면서, 저주받거나 경멸받기 십상이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약탈적이었거나 파괴적이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천국에 들어가 계실 것이라고 필자가 믿는 백만장자가 몇 분 계신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와 유한학원 그리고 유한재단의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1895-1971년)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백만장자였다. 그가 미국에 홀로 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그의 나이 불과 아홉 살 때였다.

대학을 다닐 때도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유일한은 약관 25세의 나이에 ‘라초이’라는 식품 벤처의 성공을 통해, 일약 백만장자가 된다. 미국인 의사 호미리 여사와 결혼에도 성공한다.

그런 그가 미국에서 백만장자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일제의 식민지가 된 고국을 구하고, 동포를 구하겠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하여 초유의 현대식 기업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이 1926년이다.

일제에 쫓겨, 1936년 미국으로 되돌아가서도 10년간이나 독립운동에 헌신한다. 1946년 귀국해서도, 그는 백만장자이면서도 교육자와 사회개혁자의 길을 걸었다.

1971년, 유일한은 타계할 때 전 재산 55억 원(요즘 돈으로 5,500억 원 이상 가치)을 자녀들이 아닌 사회에 전액 기증하였다. 사랑하는 아내에게조차 “호미리, 평생 당신을 사랑하였소.”라는 유언만 남겼을 뿐이다.


청부정신과 나눔정신으로

그런 유일한이 내게는 평생의 등대였다. 나는 ROTC 장교 복무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유일한 박사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창립한 신설회사 유한킴벌리에 입사했다.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기업이었던 삼성그룹에서 오라는데도 가지 않고, 아버님이 하시던 기업도 마다하고 당시 조그마한 합작 중소기업이었던 유한킴벌리로 가는 필자를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하고 만류도 참 많이 하였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와 유한양행에서 보낸 나의 33년여는 희열과 보람의 연속이었다.

첫 보람은 “우리 강산 푸르게푸르게”라는 나라사랑, 조림 캠페인을 1984년 시작하여, 30년이 된 오늘날까지도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환경과 자연사랑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국토환경도 살리고, 기업도 존경받게 된 일석이조의 일이다.

두 번째 보람은 1997년 외환위기와 대량실업에 대비하여 ‘생명의 숲 국민운동’을 창설하여 수십만 명의 전문직 일자리를 숲을 통해 창출했을 때였다.

위기에 빠진 수십만 명의 생명과 건강을 숲과 일을 통해 지켜내고, 그 가족들에게 평화와 위안을 주고, 전문직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수십억 평의 숲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1석 4조의 획기적 효과를 본 것이다. 공유가치 창출운동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세 번째 보람은 대재벌들의 시장 참여와 미국과 일본 최대의 생활용품 초대형 기업들이 일시에 작은 한국 시장으로 들어와, 유한킴벌리의 기반이 완전 붕괴되었던 1995년 사장이 되어 13년여를 이끌면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나 낙오시키지 않고, 함께 노력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장 윤리적인 기업’, 그리고 ‘가장 가족친화적인 기업’, ‘가장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을 때였다.

또 하나 잊지 못할 보람은, 2006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1번국도 부천구간에 기업인의 이름을 딴 ‘유일한로’가 최초로 개설되면서, ‘나눔의 거리’, ‘신뢰의 문’이 개통되어, 유일한의 청부(淸富)정신, 나눔정신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을 때였다.

유한킴벌리는 분명 백만장자의 기업으로 탄생되었지만 올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착한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부’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떤 ‘부’냐, 어떻게 버느냐, 그리고 어떤 꿈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는 나라

‘이윤의 극대화’,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제3기 자본주의라고 일컫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못하던 탐욕이 인간과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뿐인 자연, 지구마저 약탈하고 파괴하여, 격심한 기후변화와 문명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1909-2005년)는 ‘신자유주의’와 ‘이윤극대화’에 반대하며, 기업과 ‘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이란 사회적 모순과 환경적 폐해를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혁신을 통해 문제점들을 축소시켜 나가면서 공익을 신장시키고, 사회를 이롭게 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지속하는 주체여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해 자살률 세계 1위, 부패도 OECD 1위,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며 젊은이들에게조차 꿈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우리 대한민국에, ‘청부(淸富)’들이 많이 늘어나,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자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부자들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 문국현 그레고리오 -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06년 제19회 경영자대상을 받았다. 2007년 창조한국당 대표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부터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3월호, 문국현 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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