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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정한 민주화: 이제는 사회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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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2 ㅣ No.1036

[경향 돋보기 - 대선 이후의 진정한 민주화] 이제는 사회민주화를 이룩해야 한다


민주화란 독재정권이나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을 국민에게 분산하는 것, 또는 그러한 목적의 정치활동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해방 후 정부수립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여러 차례 민간 및 군사 독재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룩되었다.

민주화는 먼저 정치적인 민주화에서 시작되어 경제적인 면으로 넓혀져 왔고, 이제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사회민주화는 경제민주화와 떼놓고 볼 수 없는데, 민주화의 척도인 소득의 공정한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정치면에서 어느 정도 민주화가 성취되었다고 하지만 사회복지(삶의 질)면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도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18대 대선 투표를 통해 드러났듯이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었고 민주화를 위한 사회통합이라는 어려운 숙제가 우리 앞에 남겨졌다.


우리의 사회복지 현실 : OECD 국가 중 ‘삶의 질’ 최하위권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이 201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 달러를 상회해 세계 8대 무역대국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리나라는 무역 1조 달러와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경제 규모라든지 발달된 IT기술과 전국 어디서나 연결되는 와이파이 망, K팝 등으로는 세계적으로 상위 그룹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인가?” 하는 질문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사회 각 계층에 불신과 불만이 만연되어 있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가 ‘삶의 질’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가 2012년 7월에 발표한 “OECD 국가의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20점을 받아 34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삶의 질에서 평균(6.23)을 크게 밑돌았는데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터키(2.90)와 멕시코(2.66)뿐이었다. 삶의 질이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8.09)였고, 오스트레일리아(8.07), 노르웨이(7.8),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가 뒤를 이었다.

삶의 질과 연관된 19개 지표 가운데 특히, 소득분배의 공평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 비용이 경제 규모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5년까지 연금지출 증가율과 노인인구 증가율이 각각 122%와 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돼 초고령화 시대에 연금재정 확보와 연금 시스템의 개선 등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2 OECD 공표로 본 우리 사회복지 지출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09년 기준 9.4%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8.2%)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복지지출 1위는 프랑스(32.1%)였고, 덴마크(30.2%)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27.8%), 이탈리아(27.8%), 영국(24.1%), 일본(22.4%) 등도 모두 20%를 웃돌았다.

OECD 회원국 평균은 22.1%로 지난 2007년(19.2%)보다 3%가량 높아졌고, 2012년까지 약 2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직도 열악한 근로조건

우리의 근로조건을 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749시간에 비해 400시간 이상이 길다.

OECD 통계에는 근로시간이 짧은 시간제 근로자도 포함돼 있어, 현실에선 연 2,700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들이 태반이라고 봐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6개 업종의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점검대상 140개 업체 가운데 124개(88.6%)가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고, 점검대상 사업장의 39.9%는 주1회(월5회) 이상 휴일근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중 일부 사업장은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상시적인 휴일근로를 통하여 주당 60시간 내외의 장시간 근무를 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휴일 16시간을 특별한 제한 없이 근로시킬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도 문제지만 비정규직과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역시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OECD는 지난해 12월 18일 펴낸 양성평등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39%에 이른다고 밝혔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것이다.

OECD 보고서는 또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년 전과 거의 비슷한 55%로 OECD 평균(65%)보다 10% 낮으며 기업 관리직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10%로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여성 기업인 비중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 25% 미만에 머물고 있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보육제도 개선 등 가정과 직장 일 병행에 도움을 주는 정책 변화에도 장시간 근로, 퇴근 후 회식,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 등의 직장문화가 존재하는 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속적인 저출산으로 2018년부터 근로 연령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이런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려면 남성이 가정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고 한국의 직장문화가 좀 더 가정친화적이 되어야 하며 유연근로시간제, 부성휴가제,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등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 고위직 진출의 어려움 등으로 성(性) 격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OECD는 “단지 평등의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적 필요성 때문 에라도 성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대 갈등의 심화

18대 대선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문제점은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해묵은 지역감정이 여전히 나타났으며 연령대별로 지지 후보가 확연히 구별되었다.

이번 대선의 투표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를 100%로 볼 때 투표에 참여한 사람의 비율(투표율)이 75.8%였고 투표에 불참한 사람이 24.2%였다. 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박근혜 후보 51.6%, 문재인 후보 48%, 기타 후보 0.4%였다.

지역별로 보면 박 당선인은 전국 시 · 도별 개표결과에서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다. 수도권 중 경기 · 인천, 고향인 대구 · 경북(TK), 부산 · 경남(PK), 대전 · 충남 · 충북, 강원, 제주에서 모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앞섰다. 야당의 강세지역인 호남에서는 문 후보가 광주(92.0%), 전남(89.3%), 전북(86.3%)을 석권했지만 박 당선인은 대구(80.1%), 경북(80.8%) 경남(63.1%)을 얻어 영남과 호남의 판세가 확연히 갈라지는 해묵은 지역감정이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나타났다.

세대 간의 갈등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별 투표성향을 보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030세대는 34대 66으로 문 후보에 집중되었고 5060세대는 63대 37로 박 후보에게 쏠렸다. 그러나 수치로 나타난 이 같은 쏠림현상보다는 상대 세대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더욱 큰 문제다.

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노인들은 국민복지를 달갑지 않게 여기니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는데 순식간에 폭발적 호응을 얻어 3일 만에 서명자가 9,4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진보성향의 2030세대들이 문 후보가 패배하자 보수성향의 5060세대들에 대한 증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세대 ‘갈등’은 5년 전의 현상이고 지금부터 5년은 세대 ‘전쟁’이 될 것”이라며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젊은 층과 노년층이 한정된 정부 재원을 두고 싸워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앞으로 한정된 예산과 자원을 누구에게 쓸지를 놓고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전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은 감정적으로 대립하지만 곧 정책에서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세대 갈등이 지속·심화할 것을 대비해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갈등을 해소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달 말 출범할 새 정부는 이 같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 양상을 극복하지 않고는 미래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화해와 대탕평을 통한 국민 대통합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가 선거 기간은 물론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한결같이 새 정부의 첫 번째 화두로 ‘대통합’, ‘대탕평’, ‘100% 대한민국’을 외쳐왔다. 역대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모두 화합과 통합을 내세웠지만 결국 실패한 경험을 살려 박 당선인은 실현 가능한 정책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굳은 결의로 역사의 화두인 국민 통합과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5년간이 ‘세대 간의 전쟁’이 되지 않고 세대 간의 이해와 화해, 통합이 되도록 모든 정책의 초점을 거기에 맞추어나가야 한다.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와 소통

세대 갈등은 물론 정치권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치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난 후 언론에서도 세대 갈등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정치권 등에 해결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세대 갈등에 대한 시리즈를 다루면서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은 언론의 기능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언론의 속성대로 반짝 뜨겁게 달궈졌다가 곧 식어지고 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 제기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루려면 정치권과 언론뿐 아니라 온 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세대 갈등을 해소하려면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고 이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이른바 ‘무언(無言)가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가정에서의 대화 단절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특히 아버지가 자녀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자녀들이 마음을 터놓고 부모와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세대 상호 간에 비판과 질시, 경쟁과 격돌을 드러내는 글들이 많지만 그중에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글들도 섞여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 오늘의 기성세대는 어제의 Y세대였고 오늘의 Y세대는 내일의 기성세대이며 장·노년세대가 될 것이다. 5060세대는 2030세대들에게 “너희가 뭘 알아!” 하고 무시하거나 “옛날엔 안 그랬는데 요즘 세대들은 버릇이 없어.” 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욕구와 아픔을 진정으로 헤아리고 이해하며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들을 “비판 의식도 없고 나이 먹어 쓸데없는 권위와 고집만 부리는 사람들”이라고 매도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그들 역시 비판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었고 오늘의 국가 발전과 자녀들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청춘을 바친 부모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젊은이의 패기와 창조적인 비판 의식, 여기에 삶속에서 축적된 어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결합될 때 바람직한 사회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서로 간에 입장을 이해하며 화합하려고 함께 노력할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사회와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 김태식 토마스 - 1978년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에 입사, 경제부·정치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1981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 입사해 해외경제부 차장, 영문경제뉴스부 부장, 국제국 기획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북한 관련 영문 뉴스를 다루고 있다. 서울 가톨릭신문 · 출판인협회 회장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서울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김태식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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