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윤리] 21세기 새로운 칠죄종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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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2 ㅣ No.1033

21세기 새로운 칠죄종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 다국적생명공학기업들과 맞서 싸워라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곱 가지 죄악의 근원 곧 칠죄종(七罪宗)이라고 가르쳐왔다. 2008년 3월에 교황청 내사원은 “1. 환경파괴 2.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조작 3. 과도한 부의 축적과 사회적 불공정 4. 마약거래와 복용 5.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실험 6. 낙태 7. 소아성애”를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新] 칠죄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다달이 한 가지씩 다룬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세상을 지으실 때 3일까지는 생명이 살 수 있도록 시공간을 조성하시고, 다음 3일 동안에는 그곳에 다양한 생명체들을 차례로 채우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보시니 좋았다.”(창세 1,4.10.12.18.21.25)였다. 창세기 1장 끝인 31절에서는 그 모든 ‘좋음’을 합쳐 “보시니 ‘참’ 좋았다.”고 맺으신다.

그런데 인간의 이기심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려고 탄생한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무한경쟁의 덫에 빠져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창조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온난화로 대표되는 지구 환경파괴와 더불어 ‘유전자조작’은 생명의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중죄이다. 그래서 교황청에서는 현대인들의 죄악의 뿌리인 새로운 칠죄종에 유전자조작을 포함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어 다른 식물이나 동물이 변형되면 결국 인간도 변형된다. 더 나아가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인간을 목적에 따라 기능적으로 설계하고 대량으로 복제해 기계처럼 이용할 수 있어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지게 된다. 더욱이 체세포 복제기술과 로봇 및 정보화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30-40년 내에 조물주의 자리를 대신할 무한권력을 가진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지구 환경파괴 속도가 너무 빨라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NGO단체나 소비자들과 연대해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유전자조작을 막는 데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생명질서와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

2008년 지구 환경파괴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국제시장에서 밀 값이 폭등하자 곡물파동으로 튀니지에서 배고픈 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독재정부가 전복되는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다. 시민혁명의 물결은 중동의 맹주인 이집트를 30년 동안 철권통치로 다스리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전복시키면서, 중동, 북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일부 국가에서 민주화 촉구 시위를 촉발시켰다.

그런데 식량난이 터지면 해결책을 쥐고 있다고 목소리가 커지는 곳이 바로 유전자조작 곡물회사이다. 유전자조작 생물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부르는데 유전자변형기법으로 생산된 유기체로서 생식이나 번식이 가능하지 않은 식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유전자조작 생물은 주로 몬산토나 노바티스, 칼젠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해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이상기후 시대에 식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전되고 있다.

유럽에서 촉발된 유해성 논란으로 국제문제로 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작지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GM농산물의 총 재배면적은 1996년 처음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1년에는 세계 29개국에서 재배하며, 1억6천만 ha에 달하며 남한 총 경지면적의 8배나 된다.

미국이 6천900만 ha, 브라질이 3천30만 ha, 아르헨티나가 2천370만 ha로 전 세계 GM농산물 재배면적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콩(7천540만 ha)을 가장 많이 재배하며 다음은 옥수수(5천100만ha)이다. 주로 제초제 내성작물이 총 GM작물의 59%를 차지했으며, 여기에 해충저항성이 추가된 복합형질이 26%, 해충저항성만 가진 GM작물은 15%였다.

그런데 GMO는 생태계파괴는 물론이고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시킨다. 유전자조작 농작물의 확산으로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전통적이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재배된 농작물들이 유전자조작 작물의 DNA로 오염되고 있다. 소농들이 사라지면서 식량자급률도 낮아져 빈부격차와 빈곤문제가 발생하고 전통농업 방식과 음식문화도 파괴된다. 유전자조작 작물을 이용한 대규모 산업농은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체계보다는 기업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므로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자연자원의 착취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우리는 인류공동체의 가치인 ‘생명질서’와 ‘식량주권’을 지키고자 몬산토 등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과 맞서 싸우는 일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 특히 30%도 되지 않는 식량자급률과 다국적 종자회사가 대부분의 재산권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토종종자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밥상머리교육과 도시농부학교

1998년,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해 발효사료를 만든 연구공로로 제6회 천주교환경상을 받은 이후 나는 환경생활수칙인 ‘환경십계명’과 재미있는 환경노래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 실천환경교육운동에 나섰다. 몇 년 전부터는 일반인들의 건강과 일상에 좀 더 밀착된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밥상머리교육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려고 집안대대로 내려온 한강가 행주나루 텃밭에 40평 규모의 ‘밥상머리교육원’을 만들고 있다.

올해 봄부터는 학생과 교사들은 물론 부부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건강과 인성교육이 어우러진 ‘밥상머리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불어 직접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학교’도 운영해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비닐하우스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짓는 자연농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땅에 수천 년 내려온 우리 토종종자를 구해 심고, 석유로 움직이는 농기계 대신 전통 농기구를 사용하는 농사법도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유전자조작종자 대량살포에 맞서 우리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자연생태계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값진 일이기 때문이다.

* 이기영 바오로 -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식품생물공학부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생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8년 제6회 천주교환경상, 2003년 제1회 EBS자연환경대상을 받았다.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로 「노래하는 환경교실」, 「음식이 몸이다」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3년 2월호, 이기영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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