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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회고와 전망: 거짓말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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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5-02 ㅣ No.1030

[경향 돋보기 - 회고와 전망] 거짓말을 하지 마라


오늘의 우리 사회는 경제적 여유는 있어 보이지만, 진실과 성실 그리고 정의가 통하는지는 의심스럽다. 또한 비교적 순수하고 거짓이 없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에는 부유함과 빈곤함 사이의 긴장이 경제의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일반 그리고 정부나 기업에 만연한 거짓말하는 풍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매우 안타까운 점은 부정부패, 불법과 탈법으로 사법처리되는 대부분의 지도층에게는 부끄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수치심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세계경제 순위에서도 비교적 상위권에 있지만, 사회의 진실지수가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먹고살기에는 문제가 없다지만, 초보적인 거짓의 일탈이 벌어지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진실이 실종된 사회, 오히려 진실하면 불이익을 받는 사회가 우리가 놓인 현실이다.

십계명의 여덟 번째는,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고 명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거짓말 곧 거짓 증언과 성급한 판단 그리고 중상과 험담을 금지하는 계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웃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다치게 하는 모든 종류의 말과 고자질도 여덟 번째 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6)라는 계명은 개인의 명성과 인간들 사이의 믿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금한다. 진실을 어기는 것은, 말이나 행실로써, 도덕적 엄정성을 지키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의사 표현을 자유롭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과연 거짓말에서 결백한지를 묻고 싶다. 우리는 허위선전, 중상, 명예훼손, 험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의 모습을 여덟 번째 계명이라는 거울에 비추어보자.


성경에 등장하는 거짓말

구약성경에서 주님께서는 진실을 실천하는 자를 보고 기뻐하지만, 거짓된 입술은 역겨워한다고 말씀하신다(잠언 12,22 참조). 그뿐만 아니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입이 영혼을 죽인다고 강력하게 경고하신다(지혜 1,11 참조). 진실을 어기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크나큰 불성실이며, 계약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신약성경도 하느님에 대한 성실(로마 3,3-7)과 자신의 약속에 대한 성실(로마 15,8)을 복음의 진리, 하느님의 말씀(2코린 4,2)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곧 진리를 아는 것은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에 맞갖게 사는 것이다(1티모 2,4; 2티모 3,7).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진리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가르치신다. “너희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

그러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진실과 거리가 먼 거짓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기업의 비자금 비리, 매번 시끄러운 전 · 현직 대통령 관련 비리와 그 친인척 비리, 최고의 권력을 드러내는 검찰에 대한 불신 등은 우리가 진실한 사회 속에 살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부정경선을 통해 당선되었어도 사퇴를 거부하고, 성추행 의혹을 받은 사람이나, 논문표절 학위 소지자조차 국민의 대표가 되는 현실을 보면, 진실과 성실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지키지도 못할, 그러나 허울 좋은 경제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더니, 특정 교회, 학교, 지역 출신들로 요직을 채우고, 그러면서도 이른바 공정사회를 내세운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친환경 공사”라고 주장한 것은 기록에 남을 만한 거짓말을 넘어서는 궤변이다.

성경은 거짓말에 대해서 다양하게 말하고 있다. 중상, 명예훼손, 험담, 비방, 고자질, 오만불손, 비밀노출 등이다.

중상과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는 중상하러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너희 이웃의 생명을 걸고 나서서는 안 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6). “어떤 말을 들었으면 죽을 때까지 묻어두어라. 용기를 가져라. 그 말이 결코 터져 나오지는 않으리라”(집회 19,10). “형제 여러분, 서로 헐뜯지 마십시오. 형제를 헐뜯거나 자기 형제를 심판하는 자는 법을 헐뜯고 법을 심판하는 것입니다”(야고 4,11).

험담이나 비방에 대해서도 성경은 “누가 스스로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혀에 재갈을 물리지 않아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사람의 신심은 헛된 것입니다.”(야고 1,26)라고 강조한다. 이웃을 심판하거나 고자질하는 경우를 두고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 7,1), “고자질은 영혼을 더럽힌다.”(대중라틴말성경, 집회 21,31)라고 말한다.

오만불손에 관해서도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충고하신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22).


거짓말과 사회 공동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따르면 “속이는 것 자체가 거짓말의 성립요소”이다(「신학대전」, II-II, q.110). 토마스 성인은 거짓말 자체가 나쁜 것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단안을 내렸고, 많은 학자가 이 견해를 따랐다. 또한 거짓말은 언어의 본질에 반대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악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보나벤투라 성인 등은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그릇된 말도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제 거짓말의 여러 종류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그 현실에 관하여 살펴보자.

거짓말

거짓말은 진리가 아닌 말이다. 어떤 것을 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게 오용하는 거짓말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고, 범죄로 드러나는 경우는 거짓증언이라고 한다. 특히 진리가 아닌 것을 증거로 제시하는 것과 맹세까지 포함한 거짓증언은 거짓, 위증, 부당이라는 세 가지 죄를 동시에 저지르는 것이다. 수년 전 우리 정치사에서 기억되는 청문회, 거기서 나타난 주요쟁점은 진실과 거짓말의 싸움이었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법적인 문제들을 헌법에 직접 물어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경쟁이나 하듯 밝히는 헌법소원이 종종 발생한다.

헌법소원은 국가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그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가려내고, 그 행위의 효력을 없애줄 것을 요청하는 제도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하지만 헌법소원은 국민보다는 일상의 상식과 진실이 거짓과 어울려 소통이 되지 않는 정치권력에서 적지 않게 이루어지는 듯하다.

본디 언어는 진실을 말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자기의 생각을 거짓으로 표현하려고 하느님께서 주신 언어능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본래 목적에 위배된다. 본디 거짓말은 소죄에 해당하지만, 거짓말이 다른 사람의 인격에 큰 상처를 주게 되면 중죄가 될 수 있다. 즐기기 위한 익살스러운 거짓이나 핑계를 대기 위한 거짓말은 소죄에 해당하지만, 상대의 인격을 크게 다치게 하는 악의적인 거짓말은 대죄가 된다.

어떤 목적으로든지 거짓말은 결코 합법적일 수 없으며, 엄격한 의미에서 심중유보(心中留保 : 진술, 선서에서 중대한 관련사항을 숨기는 일)는 언제나 확실한 거짓말의 죄가 된다.

중상 또는 명예훼손

중상은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사람의 잘못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밝히는 것이다. 당사자가 간직해야 하고,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비밀을 은연중에 발설하여 소문을 퍼뜨리는 방법이다. 또 다른 사람의 선행이 가져올 좋은 결과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그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는 것도 중상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기관, 기업 심지어 종교와 학교기관에서까지 넘치고 있는 것이 무고(誣告)하는 투서라고 한다. 곧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미어 고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 국토와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와 비행기에서만 사용한다고 믿었던 블랙박스는 어느새 공공버스, 택시, 개인 승용차 안에까지 들어와 있다. 이는 물론 범죄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서로 믿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중상과 비방으로 포장되어 있는 듯하여 매우 가슴 아프다.

중상에 따른 죄의 크기는 중상하는 사람의 인격과 지위, 중상당하는 사람의 자질이나 지위, 폭로된 잘못의 본질, 폭로 범위, 그에 따른 피해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당사자를 위한 선의의 마음으로, 더 큰 악을 막으려고 폭로하는 것은 합법적이다. 또한 폭로하는 사람의 동기가 순수한 경우, 악을 해결하고 구제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하여, 잘못을 폭로하는 것도 합법적이다.

비밀노출

인간에게는 개인적인 비밀이 있고 또 그것을 지키고 보존할 권리도 있다. 어떤 사람의 비밀문서를 보거나, 보내고 받는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않고 편지나 전자우편을 읽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죄는 무겁다. 합법적 권위 없이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남의 비밀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 죄는 비밀의 중요성과 발생되는 손해에 따라 결정된다.

오늘날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발달로 소통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요청되는 것은 진실성이다.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고, 그것을 사고파는 행위와 해킹 등 윤리적 책임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지난해 검찰의 비리를 자성하고 각성하자는 전자우편도, 어느 한 검사의 의도적인 비밀노출로 나타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거짓말 현상을 드러낸 것이다.

혀로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지었다면, 그에게 보상해 줄 의무가 있다. 말을 잘못하여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지체 없이 보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사소하고 그에 따른 손해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경우, 비밀을 소지한 사람이 노출에 동의할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 공동선을 위한 이성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비밀노출은 합법적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사사로운 거짓말

거짓말은 우리 주변에서도 다양한 얼굴로 자주 나타난다. ‘험담이나 비방’은 이웃의 사회적 삶을 해치고 파괴한다. 험담은 이웃의 선행이나 품격을 부정하고 오히려 그들의 잘못이나 결점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그들에게 범죄나 잘못의 책임을 지게 한다. 이러한 험담은 진리, 자선, 정의, 인간의 굳셈, 그리고 종교에 반하는 죄이다.

험담은 거짓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것은 언제나 죄가 되며 그것에 따른 죄의 무거움은 험담을 한 사람의 의도, 해악의 크기, 그것을 들은 사람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험담과 비방은 대사회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선거철에 오가는 험담과 비방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타난다. 상대후보의 건강한 정책과 진실한 삶을 보기보다, 과거에 있었던 부정적인 인생을 싸잡아 비판하고 비방하며 험담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고자질’은 싸움, 적대감, 오해 등의 원인이 되고, 친구 사이의 우정을 상실하게도 한다. 이는 복음에서 요구하는 이웃사랑에 반하는 것인데, 그에 따른 죄의 크기는 고자질하는 사람의 의도와 그것으로 발생된, 그리고 장차 발생될 손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뒷담화’도 그리스도교의 미덕인 이웃사랑에 반하는 것이다. 정직한 비판은 계명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남발적인 비판은 곧잘 뒷담화와 냉혹함으로 변질되기 싶다.

‘성급한 판단’은 충분하거나 마땅한 근거도 없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의심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이웃사랑과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한눈에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을 품는 행위, 죄를 한 번 저지른 사람을 습관적인 죄인으로 판단하는 행위, 변론도 듣지 않은 채 죄인이라고 선언하는 행위, 단순히 범행의 동기만 보고 성급하게 죄인으로 판단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계사년 새해가 밝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우리 마음도 새롭게 할 때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거짓 문화에 휩싸이기보다, 정의의 잣대에 따라 현실을 비판하며, 진리를 따라 걷는 길에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 곽승룡 비오 - 대전교구 신부. 충남 금산본당 주임, 교구 사목기획국장을 거쳐,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1월호, 곽승룡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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