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한국ㅣ세계 교회사

[세계]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1: 예수의 역사적 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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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1-03 ㅣ No.192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 (1) 예수의 역사적 실재

 

 

과거는 오늘이 있게 한 원인이다. 또한 내일은 오늘에 의해 결정되어진다. 가톨릭교회의 2000년 역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2천년 역사 속을 면면히 흐르며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정신은 무엇일까.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은 단지 역사 속의 사건에 불과할 뿐인가. 가톨릭신문사는 창간 70주년을 기해 시도했던 '세계 교회사 100대 사건 -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를 다시 시작하며 그 의미찾기에 나선다. 이 기획은 당초 독자들의 깊은 관심과 격려 속에 출발했으나 우리 사회에 크나 큰 어두움을 드리웠던 IMF 등 뜻하지 않은 요인들로 인해 그간 중단됐었던 본보는 다시 시도되는 이 기획을 통해 2000년 교회역사가 지닌 빛나는 문화유산은 물론 교회사의 전체 맥락을 짚어봄으로써 미래교회의 모습을 정립하는데 밑거름으로 삼고자 한다. 여기서 다룰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은 본사가 선정했으며 광주 가톨릭대학교 김희중 신부(그레고리안대학교 교회사 박사) 등 전문가들이 감수했다. 집필은 특별취재반 기자들이 맡는다.

 

 

만삭의 아내를 부축하며 달려온 것이 벌써 수백리 길. 나자렛 사람 요셉은 머리 누일 곳이라도 찾았으나 베들레헴에서 방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임박한 출산의 다급함 때문일까. 요셉과 마리아의 심신은 극도로 지쳐 있었다.

 

요행히 마굿간에 거처를 마련한 요셉과 마리아. 안쓰럽게도 그들의 출산을 어린 양치기 목동들과 하늘의 수많은 별들만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누추하고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이 출산의 순간이 온 인류를 구원하실 그리스도 예수, 수천년 동안 인류가 기다려온 메시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그렇게 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그것은 또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 14)고 하신 구약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 voluntas tua)라는 성모 마리아의 고백이 결실을 맺으며 믿는 이들의 신앙고백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구세주의 탄생은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가장 소박하고 가난하게 이루어졌다.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8km쯤 떨어진 언덕에 위치한 인구 3만명의 도시 베들레헴은 이스라엘의 두번째 임금인 다윗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묘사된 베들레헴은 그동안 주인과 주민이 뒤바뀌는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고 지금은 아랍인 거주지인 상태.

 

구세주의 탄생지로 인류 역사에 일대 전환점을 이룬 역사의 현장 베들레헴. 이곳에 예수성탄성당이 있다. 

 

예수성탄성당의 입구는 말을 타고 들어와 약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길은 좁고 출입구는 두번이나 낮추어졌다.

 

예수성탄성당은 현재 그리스 정교회에서 관리하고, 십자군이 북쪽에 세운 가타리나성당은 가톨릭이 보존하는데, 성탄 때 TV에 나오는 베들레헴에서의 미사 장면은 성 가타리나성당에서의 미사봉헌 모습이다.

 

허리를 굽혀 좁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아기 예수가 탄생한 바로 그 자리에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 동정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다(Hic de Maria Virgine Jesus Christus Natus est)」고 라틴어로 새겨놓았다.

 

이곳은 예수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실재를 확인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순례자들로 연일 발디딜틈 없이 북적댄다. 별자리를 보려면 보통 몇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데 운이 좋았다. 순례객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무릎을 꿇은 채 예수께서 나신 곳이라는 별자리에 친구했다. 그때의 감격이란.

 

「비천한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게 하소서」

 

예수의 삶의 흔적은 나자렛에서부터 가나 - 갈릴래아 호수 - 사마리아 - 예리고 - 예루살렘 등지 곳곳에 베어 있다. 

 

이즈르엘 평야 북쪽에 위치한 나자렛은 예수가 유년시절을 보냈고 공생활 전까지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30여년을 보낸 곳이다. 이곳에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잉태를 예고해준 자리, 곧 마리아의 집터였다는 곳에 성모영보성당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나자렛에서 4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나촌. 혼인잔치에서 첫번째 기적을 행하셨다는 곳에 기적의성당이 있다. 지하에 보관된 돌항아리들을 보는 순간 2000년 전 혼인잔치에 와 있는 듯 감격이 밀려든다.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의 발자취가 가장 많이 묻어있는 곳.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다니는 기적을 보여주신 곳도, 거센 풍랑을 한마디 말씀으로 잠재운 곳도 바로 이곳이다.

 

갈릴래아 호수 북서쪽에 인접한 도시 타브가에는 예수께서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5000명을 먹이셨다는 곳에 빵의 기적성당이 서 있고, 산상설교를 하셨다는 진복팔단산 언덕엔 진복팔단성당이 호수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또 베드로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로부터 「내 양들을 잘 돌보라」는 명령과 함께 수위권을 받았다는 곳에 베드로 수위권성당이 세워져 있다.

 

그리스도교 최대의 성지 예루살렘. 예수의 수난 죽음과 함께 그의 인간적 면모를 확연히 실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올리브산 정상의 주의기도성당과 게세마니 동산의 고뇌의성당을 거쳐 예수께서 입성하셨다는 그 길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가시관을 쓰신 빌라도의 관저가 그대로 보존돼 있고 병사들이 예수를 매질하고 가시관을 씌운 곳에 세운 채찍성당은 다시 한번 순례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십자가의 길(Via dolorosa)』기도는 골고타언덕까지 이어진다. 골고타언덕은 원래 예루살렘성 밖 사형집행장이었으나 예수의 십자가 사건 후 그리스도교 성지가 되었다. 이곳에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의 요청으로 주의 무덤성당이 세워졌다.

 

성당구내에 10~14처까지의 유적을 수용하고 있는데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곳(12처), 예수의 시신이 내려진 곳(13처), 예수의 빈 무덤(14처)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2000년을 이어져 오는 신앙의 실재와 연속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가 2000년 전 한 인간의 모습으로 탄생하셨다. 그 이름은 예수였다. 그는 30여년을 살았고 당시의 가치기준과 관행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모욕과 수난, 그리고 십자가 형벌이었다. 인간적으로 더할 수 없는 패배와 좌절, 결국엔 죽음까지 자초한 예수를 그리스도요 구원자로 고백하는 무리가 있다.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적 실재는 허구도 아니요, 그리스도교 신앙을 정당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편은 더 더욱 아니다. 그의 실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며, 우리가 나약한 이 세상 삶을 이겨내고 영원한 생명을 고대하게 하는 바탕이자 뿌리이다.

 

그러한 예수 그리스도가 일생을 걸고 던진 가르침은 바로 사랑과 기쁨이다.

 

[가톨릭신문, 2000년 3월 5일, 전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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