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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목마른 하느님5: 물은 모두의 것이다 - 빗물은 훌륭한 수자원, 물은 공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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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13 ㅣ No.1078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5 · 끝) 물은 모두의 것이다 - 빗물은 훌륭한 수자원, 물 부족의 해법을 제시하다


물은 누구의 것일까. 최근 들어 다국적 기업들과 국제기구, 정부들마저 '물은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해야 하며, 물의 사용과 분배는 이윤추구 원칙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물은 인간이 소유할 권리가 아니라 사용할 권리만 있는 공공재이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물 민영화 움직임에 맞서 물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빗물을 활용해 수자원 부족을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사)빗물모아 지구사랑(www.rainforall.org)이 제시하는 효과적 빗물 이용법을 살펴본다. (사)빗물모아 지구사랑(이하 빗물모아)은 지난해부터 매년 한 차례 '창의적 빗물 이용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다.


산성비에 대한 오해, 이제 그만

기상청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강수량은 1529.7㎜. 이 가운데 50%가 넘는 770.6㎜가 여름철, 특히 장마시기에 집중됐다. 비가 여름 한 철에 몰려 쏟아지다 보니, '빗물' 하면 으레 '수해' 등 재난부터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빗물을 적극 활용하면 수돗물을 아낄 수 있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훌륭한 수자원이 된다.

우선 빗물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빗물모아 관계자들은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산성비 괴담은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과학교과서와 정부 문서, 학계 저서 등에 언급된 산성비에 대한 표현에 과장된 것이 많다는 것이다. pH 측정 결과, 내린 빗물은 약산성(pH 5.0, 중성=7.0)이지만, 받은 빗물은 알칼리성이고, 모은 빗물은 중성이 된다. 비는 내리면서 칼슘ㆍ마그네슘 등 땅 위나 먼지 중에 있는 알칼리성 물질과 섞이기 때문에 내리는 즉시 중화된다.

우유는 pH 6.4~7.6이며, 오렌지주스(pH 2.2~3.0)와 콜라(pH 2.5), 식초(pH 3.0)는 산성이다. 쉽게 말해 빗물이 아무리 산성이라 하더라도 오렌지주스의 100분의 1, 콜라보다는 500분의 1 수준의 산성이라는 결론이다.

상하수도 수처리 전문가인 빗물모아 공동대표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빗물은 바이오필름이나 태양광 등으로 정수하면 정수장과 우물, 수입생수보다도 깨끗해 마시는 물로 지장이 없다"며 "빗물은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물로, 바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빗물 활용방법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는 빗물을 활용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빗물을 모아 분수대 물과 공용화장실 물, 비상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빗물만으로 전체 수돗물 사용량의 20%를 충당해 그만큼 수도요금도 아끼고 있다. 게다가 건물이 주변 지역 빗물을 모으는 구조여서 인근 수해 절감효과도 거두고 있다.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독일 브레멘주(州) 생태마을 공동체 '제그(ZEGG)' 마을에는 집집이 마당에 빗물 저장 탱크가 설치돼 있다. 지붕과 같은 경사진 곳에 작은 수로를 설치해 비가 내리면 자연스레 마당에 있는 빗물탱크로 모인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세차와 화장실, 설거지, 화분 물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현지 주민들은 음용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빗물로 생활한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빗물은 아니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지열시스템 파이프에 채우는 물로 활용한다. 또 사용한 물은 바로 버리지 않고 학교 화장실 물로 재활용해 낭비를 줄이고 있다.

빗물은 잘만 관리하면 지하수보다 안전한 수자원이다. 최근 구제역으로 전국 곳곳에서 가축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가 깨끗한 지하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때 빗물을 활용하면 오염 걱정을 하지 않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강 상류 지역에 습지를 조성하고, 빗물 저장시설을 갖춰 땅에 침투시키면 자연스레 지하수 양도 늘어나게 된다. 빗물을 하천에 흘려보내면 수질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산불진화도 가능하다. 산 곳곳에 빗물 저장고를 만들어 두고 빗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산불이 났을 때 소방헬기가 가장 가까운 빗물 저장고에서 물을 실어 화재 현장으로 날아갈 수 있다.

빗물을 적극 활용하려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원시와 남해군 등 50여 개 지자체가 '빗물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레인시티'(Rain City) 반열에 올라섰다. 레인시티는 빗물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인지, 빗물을 버리는 도시에서 모으고 이용하는 도시가 되도록 제도와 규정을 만든 도시를 뜻한다. 레인시티는 △ 빗물을 기본으로 하는 적극적 물순환 개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물순환을 회복하고 △ 시민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 빗물을 스스로 공급함으로써 물 공급에 드는 에너지를 줄인 저탄소 녹색성장 도시를 지향한다.

앞으로 빗물로 세탁하는 세탁소와 빗물을 처리해 음료수를 만드는 카페, 빗물 목욕탕과 수영장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이힘 기자]
 

전문가 기고 - 물, 지구 생명체 공존 위한 공공재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후 광야에서 부딪친 어려움 중 하나는 기근과 목마름이었다. 하느님은 물을 터트려 주심으로써 갈증을 없애주셨다. 물은 광야에서 고통을 받는 모든 존재에게 생명의 원천이었다. 물은 사유물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었다. 하느님의 창조물들은 그 물에서 생명을 얻었다. 하느님은 생명의 샘이시다.

우리나라 수자원 용량 중 43%는 증발되고 나머지 57%가 하천으로 흐르는데, 하천으로 흐르는 물 가운데 31%는 바다로 흘러가고, 이용 가능한 양은 하천수 13%, 댐 10%, 지하수 3% 정도이다. 그런데 도시화 등으로 지하수 침투가 줄고 사용량이 지나치게 늘어남에 따라 수량이 고갈되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땅은 바싹 마른 카스텔라처럼 돼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어느 토지 소유자가 새로 지하수를 개발함으로 인해 그 전부터 인근 토지의 지하수를 이용하던 사람의 용수에 장해가 생겨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자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제주자치도 안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 자원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 판결 중에는 지하수의 공적 수자원으로서의 성질과 기능 등을 언급한 것이 있다(대법원 99두7470 판결 참조). 법률적으로도 물의 공공성이 선언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제21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을 통한 정부의 물 사유화 정책을 비판하고,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서울대교구 6월 23일자 주보에도 정부의 물 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물은 상품이기에 앞서 인간의 삶 그 자체임을 강조하면서, 물이 민영화되면 수도요금 폭등과 투자 저하, 가난한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조치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지금도 대도시 지역의 상ㆍ하수도 보급률은 100%에 가깝지만, 농어촌의 낙후 지역 보급률은 대단히 저조한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효율성만 강조하고 물을 더 상품화하려는 물 민영화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서울주보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물은 생존에 필수적 활력소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물에 대한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한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물 사용과 물 관련 시설 이용의 지침이 돼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84항)는 교회 가르침을 상기시키면서, 실천방안으로 "공공재(상ㆍ하수도, 전기 등)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활동에 연대합시다"라고 촉구한다.

그런데 물은 사람만의 것인가? 아직 우리나라의 도시민들은 물로 말미암은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특히 인간에게 물을 빼앗긴 하천과 호소에 사는 생물들이 겪는 물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해 모두 연결돼 있다. 또 주위 사물과 생명체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물망처럼 짜인 생명공동체 안에서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앞서 본 서울주보는 또한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을 갖습니다'라는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방만한 물 소비 습관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의 공공성을 인간에게만 국한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내가 물을 함부로 낭비하고 오염시킴으로써 하천수와 지하수를 함께 나눠 쓰는 온갖 생명체의 운명을 끝장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와 운명을 함께하는 다른 생명들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불편에 동참해야 하겠다. 빗물을 활용하거나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하겠다.

로마의 법학자인 울피아누스(Ulpianus)는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돌려주는 항구적인 의지"라고 말했다. 자연세계의 물 중 인간에게 주어진 몫은 얼마일까? 지구 역사상 지금처럼 대량의 멸종이 벌어지는 지질학적 시기는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 좀 더 겸손하고 온유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청지기일 뿐이다.

생명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물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체 모두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이다. 물을 모든 생명체에게 정의롭게 분배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일은 우리 인간의 의무다. 창조질서 보전만이 진정한 행복과 복지, 참 평화와 생명을 가져다줄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최선호(변호사,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학술소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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