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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7: 고의적 살인, 하느님 공격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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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5 ㅣ No.1075

[생명의 복음, 그 영원한 울림] (7) 고의적 살인, 하느님 공격하는 행위

인의 기원은 '분노와 시기'... 죄인의 죽음보다 회개가 중요


천상의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지상의 생명 봉사자들에게 주신 편지

시작하며
 
사기꾼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경찰이요? 물론 그렇겠지만, 모든 사람이 부정직해진 세상이 아닐까요?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살인마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요? 역설적으로, 살인 전문가에게 자신이 살인당할 일인가 봅니다. 정남규(40세)가 구치소 안에서 자진(自盡)했다는 3년 전 기사를 보고는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형 집행을 기다리던 중 사형을 집행하라는 여당 의원들의 요구가 일었고 연말이 다가오자 불안감을 못 이겼던 것 같다고 합니다. 자그마치 13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간 큰 살인마조차도 두려움에 빠지게 하는 '살인행위', 그 실체가 궁금해집니다.
 

♂♀생명봉사자 : 신부님, 죄송하지만… 죽어 마땅한 사람은 죽어야 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당연하지요. 하지만 누가 죽어 마땅한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죽일 수 있는지의 문제가 또 남습니다. 성 암브로시오에 의하면, "죄인을 죽이기보다는 바로잡기를 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살인이 또 다른 살인행위를 통해서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9항 §3).

예고드린 대로 회칙 본론인 제1장으로 들어가 '인간 폭력의 기원'에 대해 신학적 숙고를 해봅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먼저 생명의 세상에서 죽음의 기원이 '악마의 시기'(7항)라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분노와 시기'가 작동해 살인행위가 이어진다는 것을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맥을 같이해 설명하십니다(8항).


♂♀생명봉사자 : 왜 카인을 차별하셔서 '분노와 시기'를 촉발시키셨을까요?

인류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피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왜 하느님께서 카인의 봉헌보다 아벨의 봉헌을 반기셨는지 성경은 설명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지적하시는 것을 보면, 교황님께서도 아쉬움을 느끼셨나 봅니다. 필자의 속마음도 무척 아쉽습니다.

필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첫 부모의 타락으로 죽음이 인간성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인간성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손해 등에 대한 '과장된 피해망상'이 심어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인간 각자의 정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연히 하느님께서 더 반기실 수도 덜 반기실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덜 반겨진 인간이 더 반겨진 인간과 동일한 대우를 기대하도록 '악마의 속임수'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인간의 완전한 친교를 향한 '악마의 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떡도 아닌데 먼저 김칫국물부터 마시도록 착각하게 합니다. 정성이 적으면 적게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차별로 인식하도록, 자기 몫도 아닌데 손해보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그래서 분노를 일으키도록 만듭니다. 정성이 적어서 덜 반가운 카인이지만 그래도 그와의 '대화를 단절하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조차도 의심하게 해 하느님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이간질이 성공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시기와 속임수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마침내 인류 최초로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쳐죽였습니다"(창세 4,8; 7항 참조).

교황님께서는 이 가족살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살인행위가 인류의 '영적 친족관계에 대한 침해'(8항 §3)라고 하시며, 생명의 원천인 피를 흘리게 하는 고의적 살인이 "하느님 자신을 공격하는 것"(9항 §1)이라고 규정하십니다. 그래서 살인자 카인조차도 살해당하지 않도록 "표를 찍어주셨음"(창세 4,15)을 잊지 않고 애써 강조하십니다(9항 §3).


마치며

전 세계 197개국 가운데 미국과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57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한다는데 우리나라는 다행히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국가'랍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노골적인 사형집행보다도 생명의 초기와 마지막 단계에 대한 위협입니다. 이것은 다음에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30일, 이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교육분과장, 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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