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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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입니다: 순교자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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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8-10 ㅣ No.1336

[커버스토리]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입니다’ - 순교자의 후손


“입만 앞서는 신앙, 말씀 실천에 소홀함 없는지 반성을”



김진소 신부 (호남교회사 연구소 명예소장)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왜, 어떻게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하느님을 주님으로 고백했는가. 124위 시복식을 앞두고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역사위원회 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한 김진소 신부(호남교회사 연구소 명예소장)로부터 124위의 모범을 따라야 하는 이유와 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에서는 김 신부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밝혀준 의견을 요약, 소개한다.


우리가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그분들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하느님을 죽기까지 섬겼듯이 순교자들도 하느님을 죽기까지 섬겼다. 또한 순교자들은 예수처럼 사랑과 섬김, 베품의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사신 분들이시다. 다시 말하면 124위 중 특히 초기교회 순교자들은 예수의 삶에 감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례를 받고 예수의 삶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이들을 똑같이 사랑하고 섬겼다. 가난한 이들에게 곳간 문을 열어놓고 재산과 곡식을 나눠줬다. 더욱이 이분들은 성체를 받아 모신 이후부터는 더욱 깊은 신앙인의 경지에 들어갔다. 바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사시는 것”, 그리스도의 삶을 구체적으로 사는 것이었다.


노력 없이 은총에만 기댄 삶

하지만 박해 이후 우리 교회는 너무 오랫동안 은총에만 매달려 살아왔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은총으로 사는 이들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하느님 은총에만 기대어 사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말이다. 오늘의 교회는 수행생활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형식적이고 습관화된 신앙에 길들여진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교회는 그릇된 관료사회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조선시대, 순교자들은 신분질서를 부정했는데 지금은 도리어 신분사회를 만들고 있다. 주교, 사제, 부제 이제는 심지어 수도자까지 그 ‘신분 계급’을 만드는데 동참해서 물을 흐리고 있다. 교계제도는 봉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현재 우리의 모습은 교계제도 본연의 뜻과 대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회 지도자들은 신자들이 자신의 말만 따라 주기를 원하고, 심지어는 자기들을 섬기고 자기들에게 베풀기를 강요하는, 즉 대접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하느님이 두려운지를 모르고 입만으로 살아간다. 신앙선조들 중 권철신, 정약용 등도 그 시대를 진단하며 “학문을 한다는 것이 말장난에 빠져 실천적인 것은 소홀히 하는 모습으로 비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안다’는 것은 ‘실천’이다. 오늘날 우리는 성경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지만, 과연 성경을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가 자기를 속이지 말고 반성해야 한다. 성경은 실천의 말씀이다. 그런데 실천은 소홀히 하고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면 되겠는가. 너 나 할 것 없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승리자 아닌 그리스도를 따른 이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 땅에 살았던 순교자들이 살았던 삶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과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는데 새로운 각오로 힘쓰기보다 교황에게만 열광한다면 교황주의와 다르지 않겠는가. 말만 하는 교회가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개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늘진 곳,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섬기는 일에 사목 방향을 강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3위 시성식때 ‘장하다 순교자’하고 개선가만 불렀던 꼴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순교자들은 승리자도 개선자도 아니다. 그냥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그대로 따르기 위해 잘못된 가치관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한 분들이다.

현재 우리 교회는 너무나 물질주의에 물들어, 이익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교회 내에는 교회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사회적으로 높은 관료들과 잘 어울려 이득을 끌어 오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교피아’란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교회는 「복음과 기쁨」 93-97항을 정직하고 겸손하게 반성하며 그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회, 부 쌓기보다 이웃돌보기 힘써야

교회는 아직도 중세교회에 머물고자 한다. 그저 교회 지도자들이 시키는 대로 순종 잘 하고 헌금이나 많이 잘 내면 좋은 신자인줄 알고 있고. 신자들은 지도자들의 입이나 보며 산다. 이런 피동적인 신앙생활에 무슨 신앙생활의 신바람이 일겠는가. 우선 교회 안에서부터 신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모습이 자리 잡아야 한다.

한국초기교회 순교자들은 17세기의 글인 「천주실의」의 말을 맑은 마음으로 따랐다. “누가 배고파하면 먹여주고 목말라 하면 물을 주고, 집이 없으면 재워주고, 우환이 있으면 위로해주고, 어리석으면 가르쳐주고, 죄를 지으려 하면 올바른 말로 말리고, 우리를 모욕해도 용서해주고, 죽으면 장사지내 주고 그를 위해 대신 기도해주며, 또 살아서나 죽어서나 하느님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지식인들은 바로 이러한 말씀에 감동하여 실천하면서 일생을 살았다.

순교자는 다름 아닌 죽기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았던 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10일, 정리=주정아 기자]

 

 

[커버스토리]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입니다’ - 하느님의 종 정약종 후손 정호영씨 인터뷰


“족보에서 이름 삭제됐지만 할아버지 신앙 200년간 이어져”



16일 시복식을 통해 우리는 124위의 신앙선조를 공적으로 존경하고 그들의 삶을 따르게 된다. 7월 30일 이번 시복대상자인 하느님의 종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이 살던 마을, 마재성지에서 정약종의 후손 정호영(클레멘스·56·수원교구 호계본당)씨를 만났다.

“영광스럽죠. 마재가 제 고향이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씨는 정약종의 동생인 정약용의 직계 7대손이다. 정약종의 순교이후 벼슬길이 막혀 생계가 어려웠던 후손들은 마재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정씨의 선조 역시 마재를 떠났지만, 정씨는 마재를 고향으로 여긴다. 혈연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신앙의 선조인 정약종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선조에 정약종 할아버지가 계신지도 몰랐습니다. 후에 그분의 저서인 「주교요지」에서 굉장한 놀라움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정약종이 순교한 1801년 이후 160년간 나주 정씨 족보에는 정약종의 이름이 삭제됐다. 정씨 집안에게 정약종은 지우고 싶은 존재였던 것이다. 집안의 남자들도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신앙만은 이어 내려오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교회의 품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선조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씨는 6대 독자였지만 어려서부터 제사를 하지 않았다. 어릴 적 “제사를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의 조부는 “간소하게 하라 했다”고 흘리듯 말할 따름이었다. 겉으로 내세우지는 못했지만, 제사를 하지 않는 전통을 지키고 부인들은 세례를 받게 해 신앙을 이어왔던 것이다. 덕분에 정씨는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또 젊은 시절 「주교요지」로 만난 정약종을 통해 신앙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 바쁜 일상 속에서도 본당 청소년위원장, 성가대단원 등으로 활동하고 지금도 레지오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집안과 신앙의 선조인 정약종의 믿음을 본받으며 살아온 정씨는 시복식을 통해 교회뿐 아니라 온 사회가 정약종의 모범을 배우길 바란다.

“이번 시복식에 특히 교황님 오시는데 이 행사가 단순하게 한국교회만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 전체가 다시 한 번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하는 「주교요지」가 설명하는 이 근본적인 질문들을 생각하는 기회 됐으면 합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8월 10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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