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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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새로운 복자: 조숙 베드로와 권천례 데레사 - 동정 부부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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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13 ㅣ No.1385

[새로운 복자] 조숙 베드로와 권천례 데레사 (1) 동정 부부 순교자의 아름다운 마음



하느님만을 사랑하기 위해 동정을 지키며 오로지 그분 사랑 안에 머물러 그분의 정배로서 행복하게 살다가, 같은 날 함께 순교한 동정 부부가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이들은 혼인을 통하여 정상적인 부부가 된 이들이지만, 동정을 지키며 부부관계를 맺지 않고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 인 부부애(夫婦愛)를 오롯이 도로 바쳐 봉헌하고, 자신들의 몸마저 살라 바친 이들입니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기에 창조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아름다운 혼인과 생명질서를 초월하여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이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시고 특별한 은혜로 감싸주셨기에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홀로 정결을 지키며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젊은 부부가 평생 동정을 지키며 산다는 것 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그들은 이를 지키며 살기 위해 오롯이 주님만을 바라보며, 주님 앞에 한 점 부끄럼 없이 나아가기 위해 기도의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더없이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들은 바로 조숙 베드로(1787~1819)와 권천례 데레사(1784~1819) 부부입니다.

경기도 양근의 명문 양반 출신인 두 사람은 모두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을 놓았던 가문의 후예로서, 신앙으로 말미암은 가족의 희생을 지켜보았던 이들입니다. 조숙 베드로는 권천례 데레사와 혼인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신앙심이 깊지 않았으나, 선량한 성품으로 다른 이들을 편하게 위로해주고 이해해주는 젊은이로서 권 데레사를 만나 결혼하면서 신앙의 불을 지피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갑니다.

권 데레사는 한국천주교회 창립주역인 권일신(1791년 순교)의 딸이자 이번에 시복되는 권상문(1802년 순교)의 동생으로, 신앙으로 철저히 무장된 집안의 막내로서 모진 어려움 속에서도 온유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던 규수였습니다. 그러다가 주문모 신부님에게 성사의 은혜를 받은 후 동정(童貞)을 서원합니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친척의 도움에 의지하여 한양에 살던 권 데레사는 현실적으로 동정으로 사는 것이 너무 어 렵다는 것을 강조한 가족들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조 베드로와 혼인합니다. 혼인 첫날밤에 권 데레사는 ‘함께 정결을 지키며 동정으로 살자.’는 권고의 글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건넵니다. 그러자 남편 조 베드로는 즉시 이를 받아들입니다. 이로써 동정 부부가 탄생하여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그들의 부부애를 태우며 그 아름다운 증거의 삶을 살아갑니다. [2014년 6월 1일 주님 승천 대축일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새로운 복자] 조숙 베드로와 권천례 데레사 (2) 동정 부부 순교자의 아름다운 신앙 증거



조숙 베드로와 권천례 데레사가 스스로 동정 부부로서의 삶을 봉헌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지만 동정 부부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들 동정 부부가 동시에 순교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입니다[이번에 시복되는 유중철(요한 1779~1801)ㆍ이순이(루갈다 1782~1802) 순교 동정 부부가 있습니다].

동정 부부로 살기 위해서는 주님의 특별한 은혜 안에서 늘 깨어있어야 하고 완전한 사랑을 주님께 올려야만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다블뤼 주교님은 이렇게 전합니다. “데레사가 베드로에게 … 때때로 동정부부 서원에 거슬리는 유혹을 좀 느끼기도 했으나 유혹을 물리치는 각별한 은총을 얻었고, 이 같은 은혜에 부부는 주님께 감사를 드리곤 했다.”

조 베드로와 권 데레사는 동정의 약속을 지키며 기도와 복음 전파, 고신극기에 몸과 마음을 쏟습니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나눔을 잊지 않았고, 동정을 지키고 금욕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단식합니다. 특히 권 데레사는 몸이 약해 병치레도 많았지만, 열성으로 고통을 기꺼이 참아냅니다.

이 동정 부부의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는 ‘성직자 영입’ 뒷바라지로, 이 일의 중심 역할을 맡았던 정하상 성인이 자신의 집에 머물며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말없이 도와줍니다. 그러면서도 신앙이 흔들리는 교우들의 마음을 뜨겁게 해주고, 외교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죽음의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대세를 줍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집은 항상 교인들로 북적였습니다.

조 베드로가 1817년 3월 말에 북경에 갔다가 돌아오는 정하상 성인을 기다리다 체포되자, 권 데레사는 남편을 따라 옥에 갇힙니다. 그리고는 배교와 동료 고발을 강요하는 관장에게 “하느님은 모든 사람의 어버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주인이신데, 제가 어떻게 그분을 배반하겠습니까? 자기 부모를 부인하는 자를 세상이 용서하지 않을 텐데, 하물며 모든 이의 어버이 되시는 분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당당히 맞섭니다. 권 데레사는 “나 같은 죄 많은 여자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미 동정을 지킬 수 있는 너무나 크나큰 은총을 허락하여 주셨는데, 또 이렇게 나를 순교의 은총에 불러주시니 내겐 너무나 과분할 뿐입니다. 내가 어떻게 합당하게 감사드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기도합니다. 이들은 감옥에서 서로 위로하며 하느님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다가 같은 날 순교의 영광을 누리며 천상의 동정 부부로 태어납니다.

하느님과 약속한 바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모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부의 삶을 꿈꾸는 이들과 이미 살아가는 이들, 특별히 부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주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본보기라고 여겨집니다. 모든 부부가 이들 순교 동정 부부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2014년 7월 6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수원주보 4면, 최인각 바오로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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