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인] 순교복자 신태보 베드로(1768-1839)
1839년 5월 29일에 전주 숲정이에서는 다섯 분의 순교자들 - 신태보 베드로, 이일언 욥, 이태권 베드로, 김대권 베드로, 정태봉 바오로 - 이 칼날 앞에 한목숨 바쳐 천국 길로 떠났다. 우리 한국천주교회는 위 다섯 분의 순교일을 “한국순교복자 124위 기념일”로 정했다. 특히 신태보 베드로 복자는 순교하실 때에 연세가 70세였는데, 가히 성 폴리카르포(+155/156, 고령(高齡)에 화형으로 거룩하게 순교!)의 연세와 순교를 연상하게 한다.
신태보 베드로 순교자는 경기도 용인 근처에서 출생하고 신앙은 20대 후반이던 1795년에 받아들였다고 전한다. 그는 신유박해(1801) 이후 교회재건 운동에 신명(身命)을 다하는데, 최조이 바르바라(1840. 1. 4. 숲정이에서 참수) 순교자의 시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살아오던 용인 근처에서 보다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순교자 다섯 가족 40여명과 함께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가난/추위와 싸우며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교회재건 운동을 계속했다.
그는 당시의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성직자영입운동에 열심이었는데, 사촌 이여진이 가는 북경의 주교에게 선교사 파견을 요청하는 편지에 자신도 서명하고 여비를 마련했다. 이후 그는 강원도를 떠나 경상도 상주에 정착하여, 기도생활/교회서적 필사(약 100여권) 등으로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나 교우들 사이에 그의 명성은 퍼지고, 그가 필사한 서적들이 관가로 흘러들어간다. 그가 상주에 정착한 후에, 자신의 아들이 최조이 바르바라와 혼인을 하였으나 얼마가지 않아 아들이 병고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또다시 박해의 칼바람이 불어오는데, 1827년 정해박해가 전남 곡성에서 일어나고 박해의 불길은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번진다. 그는 4월 22일에 전주에서 온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전주감영으로 호송되고,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온갖 형벌/고문(가위주리, 줄주리, 줄톱질 등)을 받지만,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믿음을 굳세게 지켰다. 그가 순교한 것은 1839년 5월이었으니, 만 12년을 감옥에서 살면서 샤스탕 정 신부의 요청에 따라, 감옥에서 겪은 일들을 소상하게 <옥중수기(獄中手記)>에 썼다. 그가 기록한 <옥중수기>는 박해시절에 교우들이 옥중에서 겪었던 형벌/고문/고통/옥중생활/관리들의 편견 등을 아는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다음은 그의 <옥중수기>에서 발췌한 일부 내용들이다.
‘저는 사교를 믿지 않고 천주의 교리를 따를 뿐입니다. … 순경(順境)에 있을 때는 임금을 섬기다가 역경에 처해서 왕명을 어기는 자가 있다면 비겁한 자일 것입니다. … 사람은 각기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영혼의 병입니다. 우리 교는 우선 마음속을 다스리고 칠극(七克)과 천주십계(天主十戒)로 안과 밖을 모두 지도합니다. 우리 교는 공자와 다른 성현들의 가르침을 완성한 것입니다. … 내 다리는 하도 살이 헤어져서 뼈가 드러나 보였으며, 나는 앉지도 밥을 먹지도 못하였다. 매일 그저 물을 두세 탕기 먹을 뿐이었다. 내 상처는 곪아서 견딜 수 없는 악취를 풍겼으며, 더구나 방은 벌레와 이투성이라 아무도 내게 근접할 엄두를 못하였다. … 다행히 건강한 몇몇 교우가 부축해주어 몸을 좀 움직일 수가 있었고, 이들은 또 내 골방을 치워주기도 하였다. 이 애덕을 어떻게 감사할 수 있겠는가!’
그는 12년간의 길고 긴 형벌과 고통의 옥중생활을 보내고, 1839년 5월 29일(음력 4월 17일)에 전주 숲정이(전주장터로도 기록!)에서 순교로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 믿음/가난/고난/형벌/교회재건운동/교회서적 필사/수계/기도로 살던 이승에서 천국을 향해 먼 길을 떠났다.
[2014년 10월 5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윤 클레멘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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