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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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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4-06 ㅣ No.514

[주교회의 위원회 심포지엄]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 천주교회에서 해외원조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가 2010년 해외원조주일(1월 31일)을 기념하여 지난 1월 2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돌아서는 시점에서 개최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한국희망재단’ 이사 이상준 씨가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이어서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을 바탕으로 한 실천 과제”와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안명옥 위원장 주교는 개회사에서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힘겹게 살았을 때 외국 교회에서 보내온 많은 원조를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한국 가톨릭교회의 나눔 실천은 너무나도 미약해 반성과 성찰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 기회가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이에 따라 나눔의 영성을 키워나갈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자.”고 하였다.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실태조사


* 이상준(한국희망재단 이사)

 

이번 조사는 전국 1,756개 교회 기관과 단체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카리타스와 16개 교구, 1,543개 본당, 수도회 165곳, 그리고 28개의 전국 사도직 단체와 해외원조를 실시하고 있는 기타 천주교 단체 3곳에 우편과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하여 조사하였다. 아쉽게도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응답률이 저조하여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기에 미흡했으나 한국 교회 차원에서 해외원조를 실시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의 사업 전반에 대하여 처음으로 정리하였다는 데에 의미를 갖는다.

 

조사 결과 한국 천주교회 16개 교구는 주교회의를 통해서 또는 개별적으로 해외원조를 실시하고 있으며, 주로 ‘긴급구호’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재단법인으로 만들어 전문적으로 해외원조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 주제 1 -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현황을 바탕으로 한 실천 과제


* 최재선(사회복지위원회 전 사무국장)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시작된 외국 교회의 한국 원조는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원조가 종료되자 한국 교회는 역으로 해외원조를 시작하였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가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원조단체가 생겨날 전망이다.

 

원조단체들 사이에는 어느 단체가 얼마나 더 많이 모금하여 더 많은 나라에 사업을 지원했느냐에 따라 각 단체의 성장과 발전을 평가한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하면 가난한 이들의 비참과 고통을 판매하는 상업주의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미 국내 사회복지계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 사회복지계에서는 교회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영성과 사회교리를 정체성 논의의 기준 근거로 삼고 있다. 교회의 해외원조분야에서도 같은 형태의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 해외원조의 국제화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구체적으로 보편교회의 해외원조 기구들과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교회의 원조기구들은 오랜 경험으로 전문성을 길러왔으며, 이미 공동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놓았다. 이들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활발한 교류를 한다면 해외원조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대민(한마음한몸운동본부 국제협력부 차장)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비롯하여 한국 카리타스 등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빈곤 퇴치를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데 노력에 비하여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이를 극복할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교회의 역할을 들 수 있다.

 

교회 안의 단체인 한국 카리타스나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개발원조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를 담당하고 있는 교구 내 부서와 수도회 사업담당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고, 또한 이러한 일에 투신하는 사람도 많아져야 한다.

 

또한 지구촌의 현실과 문제를 정확하게 제대로 알려주며, 그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지구촌시민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 염영섭 신부(예수회)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의 발전을 위하여 몇 가지 실천할 것을 제안해 본다.

 

먼저 기금을 조성하는 부분이다. 일 년에 두 번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 해외원조 기금을 모금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전례력에 맞추어 신자들에게 희생과 나눔의 의미를 갖는 해외원조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업이 투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주로 긴급구호 위주로 사업이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때가 있다. 천주교 원조사업에 참여하는 일이 적은 이유는 바로 원조사업이 구체성과 지속성, 그리고 투명성을 띠고 있지 않은 이유도 크다. 지역 교회를 위한 어떠한 형식의 사업이라도 신뢰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본당 대 본당의 자매결연도 바람직하다. 자매결연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업과 활발한 원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 교류가 지속적으로 활발해지면 쌍방 간에 형제애와 하나의 공동체라는 유대감이 더 커질 것이다. 해외원조와 협력이 현실적으로 더욱 증진되려면 풀뿌리 차원인 신자들 간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끝으로 어떤 원조 대상국을 선택하면 그곳에 집중하는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곳은 많다. 아프리카라든가 남미 등 큰 어려움에 시달리나 이들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라든가 빈번한 교류가 있는 곳에 집중하여 원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토론 주제 2 - 한국 천주교 해외원조 발전을 위한 제언


* 나현(한국국제협력단 민간협력 팀장)

 

천주교의 해외원조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해외원조사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낮다는 측면과, 또 한편으로는 천주교 자체 헌금과 모금을 통해 원조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카리타스는 개발원조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긴급구호’ 위주의 일회성 사업과 간접지원 방식을 취해왔다. 향후 한국 카리타스가 개발원조 사업을 좀 더 전문적으로 수행하려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나 ‘기쁜우리월드’와 같이, 원조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을 갖추고, 개발도상국에서 체계적인 사업수행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개발 NGO로서 전문성을 가지려면, ‘기쁜우리월드’가 아프리카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과 분야를 특화하여 체계적인 전략과 장기 비전을 가지고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를 위해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 이태주(한성대 교수, ODA Watch 대표)

 

NGO의 국제개발 사업에는 창의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을 보면 서로 유사한 일회성 사업들만 양산되고 있다. 우물 파기, 학교 짓기, 가축 은행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대개 일회성 사업이며 주민참여도 많지 않고 현지 파트너도 탄탄하지 못하다. 이러한 사업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현지 영향력이 크고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모델 사업을 발굴할 책임이 NGO들에 있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파트너십의 구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현지사정에 정통하여야 한다.

 

또한 지원 대상 국가와 지역도 달라져야 한다. 분쟁지역과 취약국가, 인도적 지원과 개입이 시급한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활동하여야 한다. 긴급지원과 개발지원을 결합하여 최소한의 인간안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파트너 국가와 지역을 선정하여야 한다. 각 단체들마다 전략적 파트너 국가를 정하여 한 세대 이상을 내다보며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올 때까지 집중적이고 장기적으로 개발노력을 다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사업 경험과 교훈을 공유하는 NGO 간의 실질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민간단체들 사이에 재원, 정보와 지식, 전문적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매우 미진한 형편이다. 큰 규모의 NGO들은 신생 NGO들의 사업 멘토가 되어야 하고 해외원조단체협의회는 다양한 경험과 재원,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협의체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최빈국과 분쟁국, 취약국에 건강한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한국 해외원조 단체들의 목적이고 내용이어야 한다. 원조종속이 아닌 자조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문화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소중한 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천주교회와 한국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할 국제개발 사업인 것이다.

 

[경향잡지, 2010년 3월호, 정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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