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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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성경 속 생명 이야기13: 생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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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1 ㅣ No.1147

[성경 속 생명 이야기] (13) 생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여러 면에서 걱정스러운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개인, 공동체 그리고 나라 간의 관계가 팍팍한 경제 이득의 논리로 계산돼 서로 멀어지고 가족 간 관계마저도 형제애보다는 실리적 목적으로 포장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우리를 타인에 대해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관심한 방관자가 되게 합니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서로의 관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제일 먼저 일러주신 계명을 떠올리고 그 계명의 의미를 깊이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내리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하느님은 당신의 창조사업에 인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부부의 사랑을 통해 자손이 태어나게 하시고 거룩하고 의롭게 세상을 관리하도록 인간에게 통치권을 주셨습니다(지혜 9,1-3). 세상을 번성케 하는 능력은 인간 스스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당신의 협력자로 우리를 택하신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맡기신 이 사명은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생명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창세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분명히 일러줍니다. “사람이 자기 아내 하와와 잠자리를 같이하니, 그 여자가 임신하여 카인을 낳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주님의 도우심으로 남자아이를 얻었다’”(창세 4,1). 모든 생명은 하느님 은총의 열매임을 시사하는 표현입니다. 곧 생명의 진정한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아이를 낳은 육신의 부모는 그 생명을 관리하는 협력자라는 말입니다. 일곱 아들을 믿음의 증거인 순교로 하느님께 봉헌한 위대한 신앙 어머니의 증언도 이를 잘 설명해줍니다.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2마카 7,22-23). 그러므로 자녀의 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귀하게 받아들이고 신앙 안에서 잘 성장시키는 것은 인간이 하느님께 받은 첫 번째 계명을 지키는 중요한 일입니다(시편 127,3; 128,3-4 참조).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인 낙태와 폭력과 살인은 하느님의 첫 번째 계명을 거스르는 행위임이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분명하게 제시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은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는 가장 귀한 하느님 은총의 열매라는 것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에서부터 시작해 사회에서 효율적인 생산성에 이바지할 수 없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인권을 존중하는 행위에까지 연관됩니다. 최후 심판에 대한 예수님 가르침 가운데 이에 대한 구체적 말씀이 제시되는데 이는 특히 경제성만을 중시하고 보이는 능력을 최고 가치로 삼는 현대인에게 날카로운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4-36). 

 

이렇게 인간은 타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숨결을 받은 첫 순간부터 숨이 멈추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삶의 과정을 하느님 섭리에 맡기고 평화롭고 기쁘게 사는 것(시편 16,5)이 협력자로 부름 받은 우리의 임무에 충실히 응답하는 길입니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4일, 민남현 수녀(엠마, 성바오로 딸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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