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강론자료

2012-0226...주일...시작이반-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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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2-02-25 ㅣ No.1187

사순 제 1 주일 (나해)

창세기 9,8-15             1베드로 3,18-22               마르코 1,12-15

2012. 2. 26. 등촌3.

주제 : 시작이 반--고진감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낱말의 뜻을 알아듣는다고 해서, 누구나 그 말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지식만 갖고 사람의 삶을 선한 것으로 판단해줄 수 있다면, 사람은 세상 삶에서 저마나 누구나 성공한 결실을 맺는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이때 말하는 성공한 모습이 무엇인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의 삶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누가 내 삶의 계획을 방해하는지, 어떤 대상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협조해주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사람이 세운 계획대로 세상의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은 세상에서 아주 뛰어난 존재이고, 때로는 전통적으로 구별돼왔던 하느님의 영역까지도 가볍게 보고, 함부로 침범하는 존재이지만, 그렇게 해도 되는지 아니면 잘못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오늘 사순 첫째 주일에 들은 복음말씀은 예수님께서 광야로 가셔서, 미래에 하실 복음선포를 위하여 준비하신 과정을 알려줍니다. 예수님께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한참 남쪽에 있었던 유대광야로 떠나십니다. 물론 예수님 스스로 내린 결정과 뜻에 따라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마르코복음서는 기록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보내신 일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말합니다. 그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면, 사람이 세상 삶에서 세우는 계획들이 나름대로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맞이하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전통적인 표현으로 오늘 이 시간을 시작했습니다만, 정말로 올바른 준비가 있어야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고진감래라는 표현도 마찬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단 결실을 얻기 위해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알아들을 것이 아니라, 내게 다가오는 힘겨운 현실을 제대로 이겨낼 때에 그 다음에 다가오는 결실이 달고 맛있다는 소리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 순서를 바꾼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일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히 정상적인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삶에 대한 올바른 준비에는 하느님의 사랑도 필요합니다. 사람이 워낙 뛰어난 존재라서 하느님의 도움 같은 것은 내 삶에 필요하지 않다고 외칠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 창세기 말씀을 통해서 들은 것처럼, 세상이 제대로 된 길, 올바른 길로 가는 데는 하느님의 배려도 필요한 법입니다. 사람은 하느님께서 주신 뛰어난 지혜를 사용하여, 세상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나 저렇게 알아듣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자기 뜻과 생각대로 처음부터 다시 배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때 오늘 들은 창세기의 말씀을 근거로 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끝이 온다면, ‘물로 망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제 그 끝은 불에서 오겠구나(!)’ 하고 말한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이 정확한지는 역사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오늘은 2012년도 사순절의 첫 번째 주일입니다.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순간순간에, 미리 정해진 전례의 기념일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겠습니까? 사실은 우리가 갖는 자세에 따라 똑같은 일도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본당에 교적을 둔 신앙인들은 3600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3600명이 넘는 신앙인들 모두가 똑같이 좋을 결실을 누릴 거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가 갖는 삶의 자세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순절의 끝에 다가올 것이라고 우리가 생각할 법한 하느님의 나라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사랑을 기대하고 사는 우리가 드러내야 할 올바른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누구나 똑같이 실천할 수 있는 똑같은 방법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이 마련한 삶의 그릇과 그 크기에 따라 성실하고 기쁘게, 또 매 순간 하느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행복을 누리면서 드러내야 할 삶의 자세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을 비온 다음에 비출 무지개와 같은 모습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세상 삶에 바쁜 우리가 가끔씩은 하느님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느님은 세례를 통하여 우리를 불러주셨습니다. 광야에서 외롭게(?) 사십일을 지내신 예수님은 유혹을 이겨내시고, 사람들에게 하느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선물에 함께 할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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