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강론자료

2012-0108...주일...세상의 표징을 읽고 따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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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2-01-07 ㅣ No.1156

주님의 공현 대축일(나해)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1-12

2012. 1. 8. (주일). 등촌3

 

주제 : 세상의 표징을 읽고 따른다는 것.....

오늘은 공현대축일입니다. 공현이라는 표현은 공개적으로 드러난다는 뜻이지만, 오늘 기억하는 전례를 설명한다면, 예수님께서 요셉과 마리아로 이루어진 가정에 사람으로 태어난 다음, 그 가족이나 동네주변에 살던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서 멀리에서 온 사람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보이셨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 집에 다른 사람이 찾아가서 축하의 인사를 하는 것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의 일을 가운데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세상사에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내가 특별한 사실을 알려주고, 축하하도록 청해야 하는 일이 먼저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 기억하는 공현(空弦)은 예수님의 부모가 그렇게 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루어진 놀라운 일이고, 유대인들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자기발로 찾아왔고 선물을 바친 날입니다.

 

공현대축일은 선물을 바쳐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날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통하여 들었듯이, 오늘 기억하는 공현은 로마제국의 동쪽 끝에서 더 멀리 있던 곳, 유대인들이 모여 살던 팔레스트리나의 동쪽에서 한참을 더 가야했던, 문명이 더 뛰어났던 페르시아 제국에서 온 천문학자들이 하늘의 표징을 보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와서 예수님을 봤다는 것을 본보기로 하는 일입니다.

 

우리 삶에는 놀라운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납니다. 이 놀라운 일들 가운데는 정말로 우리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게 하는 일도 있지만, 때로는 아주 큰 일이 일어나는 전조가 되는 현상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에프티에이가 체결되고나서 우리나라의 자주/주권이 제약되기 시작했다는 소리도 있고, 지구상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기상이변들은 이제 빙하기가 가까워지는가 하는 걱정을 하는 것도 전조현상들의 한가지일 것입니다.

 

문제는 세상의 큰 획을 바꾸는 이런 일들에 앞서 일어나는 표징이나 전조현상의 의미를 사람들이 모두 다 똑같이 깨닫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모든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이 깨닫고 다 똑같이 알 수 있다면, 앞서 힘겹게 나아가야 하는 선구자도 필요 없을 것이고,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먼저 말하는 사람도 필요 없을 것이며, 또 그 말을 듣고 뒤늦게 준비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있는 베들레헴 구유를 찾아왔던 동방의 현자들은 파스칼, 발타사르, 멜키오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기도 하고, 특별히 기억하기도 합니다만, 오늘 공현을 기념하는 축제일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본질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동방의 박사들은 하늘의 표징을 보고 따랐다는 것입니다. 하늘 저 멀리에서 움직이던 별의 움직임과 표징을 통해서, 유대 땅 베들레헴, 목자들의 동굴에 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났다고 누가 알려주었겠습니까? 그렇게 길을 떠나 찾아왔을 동방의 박사들이 우리 곁에는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지만, 그들이 길을 고향을 떠나 예수님이 태어나신 장소를 찾아왔다는 것만 기억해서는 부족한 일입니다.

 

우리 삶에는 하루에도 아주 많은 표징이 찾아옵니다. 때로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모습으로 오는 것도 있고, 때로는 언제 나를 찾아왔다가 언제 다시 나를 떠나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표징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들에 다 신경 쓸 수는 없지만,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를 설명하는 표징들에는 신경을 써야 할 일이고, 그 의미를 올바르게 알아들어야 합니다.

 

동방에서 온 당신들이 찾는 그 놀라운 장소는 이 도시 예루살렘이 아니라, 여기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시골, 베들레헴이라고 하오. 당신들이 먼저 가서 잘 찾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알려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고 했던, 헤로데의 말에서 우리가 어떤 진실함을 읽겠습니까?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갖고 간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는, 선물을 들고 가야합니다. 하지만 어떤 선물이어야 하겠는지 우리가 따로 해석해야 합니다. 금값은 하도 비싸서 준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빈손으로 나아가도 될까요? 하느님은 세상만물의 주인이시라고 하니 그분은 하느님이심을 표현하는 향은 바칠 필요가 없겠지 하고 생각하겠습니까? 이제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죽음을 예비하는 몰약을 갖고 가는 것은 실례이지....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가겠습니까? 어떤 선물이 적당한지는 누구도 말해줄 수 없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선물을 준비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와 앉아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표징을 보고, 그 표징들을 대하는 방법과 자세에 따라서, 내가 세상에서 어떤 결실을 얻을 사람인지가 결정되는 법입니다. 공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보여주신 날입니다. 성경에 표현된 내용은 어린 아기의 모습이고, 그 존재를 우리가 느낄 수도 없기는 하지만,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자비에 나를 맡긴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대와 예상을 넘는 아주 큰 선물을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세상 사물들을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께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설 수 있기를 청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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