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교회건축 넘어 일상 공간으로, 공공미술로서의 스테인드글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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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42) 교회건축 넘어 일상 공간으로, 공공미술로서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름답지만 ‘쉽게 깨진다’는 편견 깨야
- 조광호 작 ‘꽃과 별과 바람과 시’, 2004,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로비.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기원부터 교회 건축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그 역할의 비중이 교회에서 가장 크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어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 건축물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공항, 대형 쇼핑몰, 지하철역, 미술관 등 공공건물에 도입돼 그 적용 범위가 한층 광범위해졌다. 아직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공공미술 영역에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에서 안전한 설치는 필수 사항이다. 하지만 작품이 점차 대형화되고 공공의 장소라는 점에서 안전한 구조 설계와 설치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강조된다. 따라서 각 분야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의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대중 속으로 전해지는 유리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조선총독부 청사, 서울역사 등에 스테인드글라스가 도입됐다. 이후 교회를 제외한 국내 일반 건축물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소개된 경우는 많지 않다. 1980년대 (주)HK스테인드글래스의 노력으로 지하철 역사와 백화점, 호텔 등에 스테인드글라스가 도입된 이후 오늘날 일반 건축물에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진행되는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일반 건축물과 공공장소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한 인식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작가의 디자인으로 완성된 일반 건축물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는 숙명여자대학교 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조광호 신부의 작품 ‘꽃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이는 교회가 아닌 일반 건축물 중에서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학 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작품이다.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가로ㆍ세로 10m의 창에 설치된 조광호 신부의 작품은 ‘형제애’를 주제로 한국 전통의 오방색으로 이뤄진 태극 문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안티크글라스(antique glass, 입으로 불어서 만드는 글라스)에 실크스크린과 핸드페인팅 기법을 함께 사용해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패턴을 도입했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형제애를 뜻하는 단어를 적어 넣어 학생 간의 돈독한 우애를 강조했다. 다소 후미진 장소에 설치된 이 작품은 자칫 어두운 이미지의 공간이 될 뻔한 반지하의 박물관 로비에 역동적인 구성과 다채로운 색의 빛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또한 스테인드글라스 곳곳에 표현된 문양들이 박물관의 전통적인 이미지와도 잘 어울려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테인드글라스의 좋은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현재 박물관 측에서는 각종 자료집 등에 박물관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의 문양을 사용하고 있다.
- 조규석(유리재)작 생명의 빛, 2006, 강남 LIG생명 로비.
2006년 강남 LIG빌딩 로비에 설치된 달드베르 조형물 ‘생명의 빛’은 일반 건축물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의 또 다른 대표적인 예다. ‘유리재’에서 제작한 ‘생명의 빛’은 4000여 개의 달드베르(두꺼운 평판 유리를 이용한 작품)를 54개의 유리 기둥으로 쌓아올려 제작한 대규모 작품이다. 이 작품은 1층 천장에서부터 최저 지하층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각 층의 조명 상태에 따라 다양한 빛의 변화를 보여 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달드베르 조형물이다. 작품 설치 시에 강화된 달드베르를 사용하고 작품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무거운 유리를 받칠 수 있도록 폭이 좁으면서 강한 철 구조물을 제작하여 안전 문제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대로변에 위치해 계속된 진동의 영향을 받는 조건에서 유리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진동 흡수 재료를 작품에 적용했다. 이 작품은 도심 속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빛을 연출하고자 했으나 작품 설치 몇 년 후에 임의로 조명 방식이 변경된 후로 작품 본연의 의미를 많이 상실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밖에도 옛 서울역사 천창(天窓)에 새롭게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도 공공건물에 설치된 좋은 사례다. 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창이 소실된 이후 태극 문양의 불투명한 창으로 교체돼 있던 것을 새롭게 디자인해 완성했다. 조광호 신부가 진행한 이 작품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공 건축물 작품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진행됐기에 기존 창의 디자인을 기초로 작품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현대적 기법으로 제작했다. 작가는 가로ㆍ세로 8m의 작품 중앙에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상징하는 3 태극을 배치하고, 그 주변에 두 겹의 다양한 색 하트 문양들을 연결해 ‘조화와 연대’를 표현했다.
안전성 추구로 대중화 이뤄야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마천루와 유리창들을 마주하다 보면 각각의 건축에 맞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유리는 쉽게 깨져 위험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가까이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유리의 물성도 살리면서 안전성을 추구할 수 있는 디자인과 설치 방식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1월 27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0 3,38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