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신앙과 심리: 부부 폭력 없는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1 ㅣ No.251

[신앙과 심리] 부부 폭력 없는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결혼 10년 차인 이 부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심각한 폭력을 동반한 부부싸움을 해왔다. 올 초엔 도가 지나쳐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한 아내가 가족에게 이혼의사를 알렸다. 가족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남편은 “강한 성격의 아내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듣기 힘들다”고 했고, 아내는 “남편이 시어머니에 대해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고 모든 것이 어머니 중심이라”고 호소했다. 

 

남편의 아버지는 성격이 무뚝뚝했지만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로 일찍이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6남매를 고생하며 키웠다. 남편은 4녀 2남의 막내로 조용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랐으며 어머니는 온화하나 완고하다. 아내는 권위적이며 강한 아버지와 외향적인 어머니 사이에 1남 2녀 중 가운데 낀 자녀인데 가족들은 대체로 자기의사를 다 표현하고 사는 분위기로 활달하고 큰 소리 속에서 자랐다. 

 

부부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온 사람들이다. 사소한 문제에서 커다란 문제까지 부부가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하나에서 열까지 맞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30여 년 간 인간관계 세미나 및 부부관계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를 화성과 금성이라는 각기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남녀의 다름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이해를 이끌어냈다. 

 

연애 시절에 서로에게 끌리고 호감을 불러일으킨 상대의 성격이 결혼하면 부부갈등의 주요요인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남편은 결혼 전에 거침없이 표현하는 아내의 말투가 시원스럽게 느껴져 끌렸는데 결혼 후엔 큰소리로 말하는 아내의 말이 공격적으로 들려 화가 났다. 아내는 남편이 어머니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자상한 남자로 보여 자신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클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혼 후 점차 어머니와 시댁에 잘할 것을 요구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서로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억누르고 마음속에 쌓아 두고 지내다가 한 번씩 폭발하였는데 그것이 연중행사처럼 반복됐다. 평소 겉모습은 잘 지내는 부부이지만 억압과 폭발이 반복되며 관계가 점차 멀어지고 성적인 관심도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이혼으로 가는 수순이 되기도 한다. 

 

부부갈등이 없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갈등이 아예 없거나 갈등을 회피하여 없는 것 같이 느끼는 부부가 파경을 맞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갈등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 피하게 되고 결국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폭력적인 언행으로 진행된다. 적절한 분노는 우리 삶에 자연스럽고 건강한 감정이므로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삶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갈등과 분노를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부부관계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온순한 성격의 평화주의자들이 갈등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갈등을 회피하거나 참으려 애쓴다. 아내가 큰소리로 따지면, 갈등을 피하려는 남편이 처음에는 참으며 지내다 점차 견디기 어려워진다. 아내가 남편 폭력의 촉발요인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여 계속 큰소리를 내면 남편은 힘으로 제압하려는 공격성이 생긴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큰소리를 참고 참다가 한 번에 터지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남자인데…’ 하며. 

 

첫째, 남편이 듣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아내의 큰 목소리와 강한 어조가 화가 난 남편에게는 폭력단추를 누르는(push the button)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아내가 알게 되었고, 갈등이 있을 때는 평소보다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기로 했다. 아내는 평소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인데 이것이 남편에게 화를 내게 하고 힘으로 제압하려는 역동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았다. 합리적인 사람에게서 거부감을 느끼는 때는 우리가 감정적일 때이다. 때로는 부부사이에 합리성이 칼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둘째, 남편은 어머니와 존재적 관계이나 아내는 엄격히 말하면 이방인이므로 아내의 호소문제에 대한 남편의 인식전환이 필요했다. 어머니에게 잘하여 자신이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과 어머니나 가족에게 아내가 책을 잡히지 말았으면 하며 염려하는 두 마음이 남편을 예민하게 한다. 그로인해 부부갈등이 증폭되므로 남편은 아내에게 잘 할 것을 요구하지 말고 다른 입장을 이해하며 부부중심으로 대화해야 한다. 대화의 기본을 경청이므로 아내의 힘든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부부가 싸우더라도 폭력이나 신체적, 정서적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되고 서로의 말을 경청하고 숨김없이 정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먼저 폭력이 일어나는 촉발요인(trigger point)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담은 흔히 말하는, 맞을 짓을 했다고 보는 가해 배우자의 인식과 폭력을 당하는 피해 배우자 행동의 역동을 알아 폭력의 순환을 중단하도록 하고 부부가 문제해결을 위하여 안전하게 싸우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치달았던 폭력적인 부부갈등을 해결하며 부부는 서로 다른 가족사와 원가족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을 이해하게 되었다. 부부가 배우자의 인간적인 불완전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도록 주님께 간구하면서 나아갈 때 가정 안에 사랑이 피어날 것이다.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콜로 3.18-19).”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5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1,9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