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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광고 시대의 선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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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0 ㅣ No.44

광고 시대의 선교 전략

 

 

손님은 왕, 광고는 대왕

 

“소비자는 늘 옳다.”는 말이 있다. 어떤 물건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그 물건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좋더라도 소비자에게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거나, 좋은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품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되고, 광고를 했다 하더라도 물건이 팔리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광고를 재대로 하지 못한 쪽에게 있는 것이다. 이렇게 광고 결과가 수치로 드러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위해서 온갖 수단이 동원되었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과대?과잉?허위 광고가 등장하면서 사태는 역전되었다. 광고는 강력한 대중 매체와 첨단 광고 기법을 마음껏 활용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하는 등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제 소비자는 위풍 당당한 왕이 아니라 간신배와 요부, 폭력배에 둘러싸여 어쩔 줄 모르는 무력한 왕이 되었다.

 

 

왕의 반격

 

우리 사회는 그릇된 광고에 멍들어 있다. 소비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전문 지식을 화려하게 펼치는 사기 앞에 우리는 속수 무책이다. “당신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우리가 새로 개발한 치료법을 이용해 보라.”는 사기꾼 의사들의 말에 우리 돈으로 1,600만원씩이나 하는 큰 돈을 선뜻 내놓은 에이즈 환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만하다. 돈만 내면 대중 매체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수술도 하지 않고 낙태를 시킬 수 있다는 RU 486 필(pill)을 신문, 잡지, 텔레비전에서 대대적으로 광고한다고 상상해 보라. 더욱이 인종 차별이나 낙태 옹호, 뉴 에이지 운동 정신 등의 사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념 광고들은 인류 문명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위협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이미 많은 방법이 개발되어 있으며 그중에서 대표적인 방법이 광고주에 대한 압력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재로 광고를 내보내는 상품에 불매 운동을 벌이고, 그러한 광고를 게재하거나 방송하는 잡지, 방송사에 대해서는 경고와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 국회는 주요 방송사 사장들을 소환하여 방송사들이 내보내고 있는 폭력적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도록 하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방송 허가를 거두어 들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술이나 담배 회사가 자사 상품의 홍보를 위해 운동 대회의 스폰서가 되거나 청소년에게 노출된 광고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 대중 매체를 통해 가정에 침투하는 그릇된 광고, 불건전한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피해자가 어린이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부 선진국에서 강구하고 있는 ‘V' 등급 제도, 곧 폭력 프로그램인 경우 ‘V'(violence) 등급을 표시하여 부모가 외출할 때 텔레비전에 부착된 컴퓨터 칩(chip)을 작동시켜 자동적으로 화면에 장애를 일으키는 기술적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어린이에게 해롭다고 판정된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도입된다면 그런 프로그램에 광고를 하는 기업도 많이 줄어들 것이며, 결과적으로 광고주들은 좋은 프로그램만 골라 스폰서가 될 것이므로  바람직한 광고 문화의 정착에도 작으나마 기여하리라고 본다.

 

 

교회의 광고는 성공적이었는가!

 

첨단 광고 이론에 의거하여 그 동안의 선교 정책을 점검하고 앞날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도도 의미있는 일이다.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좋은 상품을 광고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이며, 더욱이 복음 선교의 사명을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직접적으로 부여받은 그리스도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 교회는 ‘구원의 기쁜 소식’이라는 상품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광고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만약 그리스도교가 광고에 실패한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가톨릭 교회는 단일 종교로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단체라는 점에서 이미 광고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인간의 기억 장치는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에 부응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더구나 인간의 기억 창고는 매우 협소하여 같은 종류, 예를 들면 종교하고 했을 때 상위 등급에 드는  몇 개의 종교만을 기억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불교, 개신교와 함께 천주교가 중요한 종교의 범주에 드는 것은 그 동안 천주교의 광고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가장 큰 정신적 집단”에 속하는 가톨릭 교회가 주요 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한 미국의 통계 자료를 보면 사태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톨릭 교회를 포함한 종교 단체의 영향력이 광고 대행사(15%)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요 스승이라는 교회의 자리를 다른 것들에게 빼앗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의 상당량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공의회 이전에 남녀 노소에게 일관되이 적용되었던 교회의 가르침이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에게 혼란을 주었고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명쾌한 답변을 요구한다. 신앙에 관한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지 못할 때 교회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의회 이후 교회의 메시지가 아직도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광고하는 데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광고를 해야 혼란을 진정시키고 교회의 선교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광고 기법을 이용한 복음 선교 접근

 

어느 광고 전문가가 “현대 사회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광고 이론에 따라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A. 라이스? J. 트라우트 저, 김영준 역, 「포지셔닝」(Positioning), 김영사, 1991, 218-222면 참조). 이 답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속에 집약시키고, 프로그램을 사람들에게 새롭고도 극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그와 함께 찾아보자. 한 기업의 정체를 추적하는 데 있어서는 과거에 그 기업이 집행했던 계획이나 프로그램들을 숙고해 보아야 한다. 가톨릭 교회의 경우에는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기업처럼 연간 보고서가 아닌 성경에서 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교회의 역할에 대하여 복음서에서 두 가지 간단하고도 직접적인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하나는 예수님이 세상에 계신 동안 하느님은 인간에게 그분의 말씀을 잘 들으라고 명하셨다는 것이고(마태 17,5),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세상끝까지 당신에게 들은 것을 가르치라고 하셨다는 것이다(마태 28,19-20).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시대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오늘날 교회의 역할은 ‘모든 새로운 세대들의 마음속에 그리스도가 살아 있도록 하면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시대의 문제들과 연결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말씀의 스승’이라는 역할인데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개념을 실행할 방법들을 개발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성직자들로 하여금 더욱 훌륭한 설교를 하도록 훈련시키고, 교회의 정체와 역할을 명백히 제시하는 소개용 영화를 제작하는 것 등이다. 또 중요한 점은 가톨릭 교회 전체가 동일한 전략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화된 교회의 역할 정의와 선교 전략을 교회의 책임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겪었던 엄청난 혼란을 기억한다면, 메시지를 단순하고 명백하게 할 때 수용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위의 접근 방법은 충분히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톨릭 교회의 ‘포지셔닝’(positioning)

 

현대의 과잉 커뮤니케이션 사회에서는 가장 먼저 고객의 마음속에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사람의 만남인 결혼이라는 것도 사실은 최고의 상대자끼리의 결합이기보다는 결혼에 적합한 최초 상대자끼리의 만남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가 컴퓨터 하면 IBM이 생각나지만 최초로 컴퓨터를 발명한 회사는 스페리랜드(Sperry-Land)였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먼저 자리를 잡는 것(positioning)이 물건을 먼저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리스도교의 종말 신앙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한 때 종말론 하면 사이비 휴거 종말론이 먼저 머리에 떠올랐고, 미국에서도 끝내 7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텍사스 웨이코의 데이빗 코레쉬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결국 그리스도교가 진리를 먼저 가르치는 일에 실패할 때,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먼저’ 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교회는, 특히 교회의 책임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온갖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 새로운 매체, 새로운 종교가 쉴새없이 생겨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이 새로운 변화들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오늘날 교회에 주어진 과제인 듯이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자리만을 고수하며 성공을 거두는 예도 있다. 우리 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월트 디즈니의 경우도 오직 그들만의 환상과 즐거움의 세계를 팔아 세계적인 명성을 지키고 있다. 더구나 ‘말씀의 스승’인 교회가 세상 제자들의 움직임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시각각 변해 가는 세상 환경에서 요지부동 진리의 말씀만을 고집스레 외치는 것이 변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며 가톨릭 교회의 진정한 포지셔닝이 될 수 있다.

 

 

광고 이론의 교훈

 

우리는 “소비자는 늘 옳다.”는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우선적으로 교회에 있다. 물론 그 다음의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 있다. 자기 철학이 없이 과대?과잉?허위 광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진리를 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복음이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고, 세상으로부터 장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존 케이플즈의 ‘사기 쉽게 만들어 주는 아홉 가지 방법’은 우리가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하게 서비스해야 하며, 가능한 모든 대중 매체를 이용해야 하고, 샘플 곧 복음에 따라 사는 삶을 실제로 보여 주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존 케이플즈 저, 이상우 역, 「성공하는 광고」, 김영사, 1989, 307-323면 참조). ① 어디서 살 수 있나를 말하라. ② 그 곳까지 가는 방법을 말하라 ③ 구매 방법을 안내하라. ④ 전화로 주문하는 법을 말하라. ⑤ 우편으로 주문하는 법을 말하라. ⑥ 쿠폰이나 주문란을 이용하라. ⑦ 편리한 지불 방법을 제시하라. ⑧ 책자를 제공하라. ⑨ 샘플을 제공하라. 이 아홉 가지 방법을 활용한 사목 서비스를 개발하자. 개발한 아이디어가 객관성을 갖도록 서로 주고 받고 평가하는 기회를 갖자. 또 경쟁자들이 주저하고 기다릴 때 과감히 투신하는 용기를 갖자. 최근 미국 최고 법원(Supreme Court)은 종교 단체가 방과 후에 공립 학교의 강당을 이용하여 교육 비디오를 상영하거나 강연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이는 한 작은 개신교 교회가 학교 측의 불허 방침에 항의하여 법정에 호소함으로써 얻어 낸 쾌거이다. 이 교회는 존 케이플즈의 아홉 가지 방법을 뛰어넘어 직접 찾아가 상품을 소개하였고, 남들이 주저할 때 먼저 용기를 내어 정교 분리라는 두터운 벽을 통과하였으며, ‘가서 복음을 전하는 교회’로서의 포지셔닝을 굳힌 것이다.

 

[사목, 1993년 7월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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