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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18대 대선에 즈음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선 투표는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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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1-28 ㅣ No.986

[경향 돋보기 - 제18대 대선에 즈음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선 투표는 선택 아닌 필수


표를 의식한 역대 대선 공약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앞다투어 허울 좋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도 정치권에서는 선심성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려고, 감당할 재원 방안 없이 대선 공약을 무책임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경제 상황이나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집권을 목적으로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한 선거 공약은 검증 불가능과 실현성 의문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 대선 판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선 공약은 후보들과 소속 정당의 사상, 이념, 그리고 철학 등이 담겨있으며, 선거기간 중에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하여 당선된다면 임기 동안 정부 정책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유권자에 대한 후보자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 공약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며,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에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실망을 안겨주었던 예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일주일 전에 100만 명이 모인 여의도 집회에서 “집권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대선 공약을 발표하였으나, 재임기간 중 중간평가에 대한 아이디어는 위헌의 소지가 있어 실천에 옮기지 못한 공약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햇볕정책을 추진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충청표를 얻으려고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였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 연대의 고리인 내각책임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고, 결국 연합정권이 붕괴되는 정치적 혼란이 있었다.

한편 2002년 투표일 10일 전에 노무현 후보는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충청권에 ‘신행정수도 건설’이 필요하다는 야심 찬 대선 공약을 제시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선에서 솔직히 재미 좀 봤다고 고백하였던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은 예산과 로드맵, 파급효과 등에 대하여 검증이 어려웠으며, 결국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로 방향을 전환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를 건설하게 되었다. 최근 세종시가 부분적으로 완공되어서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이 옮겨갔지만 과연 부처를 분할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현 정부의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747 공약(매년 경제성장률 7%와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불 달성으로 세계 7대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것), 동남권 신공항 건설 등의 대선 공약은 실행이 되지 못하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계경제 불황의 여파로 747 공약의 달성은 어렵게 되었으며, 해당 지역주민들의 표를 겨냥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지역 간의 갈등을 일으키면서 결국 포기하였고, 한반도 대운하건설은 심한 반대에 부딪혀 4대강 개발사업으로 변경되어 진행되었지만 역시 사회적 갈등과 과다한 비용 지출을 초래하였다.


18대 대선의 선심성 공약

18대 대선에서도 집권을 염두에 두고 일단 발표해 놓고 보자는 식의 공약들이 보인다. 여 · 야당의 대선 후보들은 집권하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책임총리제’ 공약을 내놓았다. 야당에서는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하였으며, 여당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자 헌법상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논리로 접근한 책임총리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이는 등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가까운 장소로 이전하고, 국회와 검찰을 개혁하는 내용의 향후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한 정책 비전을 내놓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보육과 교육 부문의 대선 공약에서도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을 엿볼 수 있다. 경제민주화 실현, 복지 확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기본 틀로 제시하고, 만 5세까지 무상 보육,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 대학 반값 등록금 등의 연령별 복지 공약을 제시하였다.

반면에 경제 양극화, 일자리 부족, 정치 불신 등을 치유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통폐합과 무상 급식 · 무상 보육 · 무상 의료와 반값 등록금 등 3 + 1 복지정책을 발표하였다.

18대 대선 후보자들은 나라의 부를 창조하고 강화하는 정책보다는 분배주의적 정책을 강조하는 포퓰리즘적인 복지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엄청난 복지재원이 요구된다. 내년에는 정부의 복지예산이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데, 공약에 대한 소요재원을 검증하지 않은 채 표심을 의식해서 일단은 저질러놓고 본다는 식의 공약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감당하기에는 매우 벅차게 된다.

더욱이 대선 주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현 정부에서 백지화하였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이름을 바꾸어서 남부권 신공항 건설로 다시 추진한다는 대선 공약도 발표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후보들의 달콤한 공약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역대 대선을 들여다보면, 후보들은 당선이 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런 공약을 했느냐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편,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이 내세운 공약이 어떠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서 결정·집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선 공약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던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에는 실망하면서 이른바 멘탈붕괴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공동선 촉진을 위한 정치 참여

후보자들의 대선 공약은 집권 뒤에 정부의 정책으로 전환되어서 추진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와 국민들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데도 선거가 본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투표를 해도 변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하고 주권행사인 투표까지 외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 제16대와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이 각각 70.8%와 63%였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역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모든 국민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자유 투표를 할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하고(사목헌장, 75항), 그리스도의 법과 판단에 따라 교회의 가르침에 맞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투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교회에서 ‘투표 참여의 권리와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선거야말로 신자들이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참여하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예언자들이 외쳤던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우시고자 했던 하느님 나라는 골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통해서 세상 안에서 드러나고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선 실현을 위하여,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인간관계보다는 그리스도의 법과 판단에 따라 교회의 가르침에 맞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

지난 2,000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정치 참여를 통해서 직 · 간접적으로 세상의 일에 끊임없이 참여해 왔으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국가 운영의 참여자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톨릭 평신도들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 가르침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세상에 진리가 선포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는 지도자 선출

정책은 없고 부정적인 공방만이 판을 치는 선거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나 선심성 개발공약,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고,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여 공약(空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오로지 집권만을 위해서 급히 만들어진 공약은 나라의 장래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이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과 후보들이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서 정치 공학적으로 ‘선거연합’을 추진하게 되면,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보다는 지역과 인물을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공방하는 포퓰리스트 후보자가 아닌,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도덕적으로 수준 높은 정직한 지도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신자들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언행이 일치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공동선의 증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정치활동이 될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에 대한 경계

대선 공약은 국민이 열망하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고, 당선 이후에는 당선자의 임기 중 의지를 반영하여 추진되는 핵심 정책이며, 국민과의 약속이고, 차기 정권의 핵심정책이 되는 것이다. 그 방대한 정책과 공약을 세세하게 따져보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유권자들은 정치로부터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포퓰리즘적 대선 공약에 대하여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

공약의 허구성과 문제점을 찾아서 지적하고 거짓 공약을 쏟아내는 정당과 후보에게는 과감히 표를 던지지 말아야 한다. 좋은 공약은 국가를 살리지만, 나쁜 공약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유권자는 할 수 있는 만큼 꼼꼼하게 공약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진실된 공약을 선택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18대 대선 주자들은 약속과 신뢰의 정치를 통해 정치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선 공약은 후보자와 소속 정당이 국민들에게 한 공적인 약속이다. 따라서 후보들은 국가발전 철학과 비전이 담긴 공약을 실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정책선거는 국민을 설득시키고 나를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는 참공약(公約)에서 나온다. 대선 주자들은 집권 후에는 대선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각 부처와의 연계 속에서 정부의 기본 정책이 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임기 동안 공약을 지키고자, 국민과 여당 ·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와 소통을 시도하여 정치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대통령을 뽑기 위한 노력

우리나라를 올바로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출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먼저 언론은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또한, 공약 검증 캠페인을 통하여 전문가의 시각으로 공약 실천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사명과 역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핵심적 이슈나 정서를 바탕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선거가 힘들다. 따라서 쏟아져 나오는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공약실천운동인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공약 대결로 갈 수 있도록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하여 정책선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만을 제안하도록 철저하게 검증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권자 수가 4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후보자들의 대선 공약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검토 · 판단하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도덕성, 능력, 신뢰를 갖춘 바람직한 지도자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통합, 자유, 정의, 민주, 평화, 안정, 형평 등의 가치를 진정으로 추구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고자, 우리는 투표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 전진석 프란치스코 -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장과 국제교류처장을 지냈으며, 현재 행정학과 교수로 있다.

[경향잡지, 2012년 11월호, 전진석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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